H리그에서 다시 울리는 ‘쌍둥이 휘슬’… 하산·후산 형제, 리그의 품격 끌어올려
대한민국 핸드볼 H리그 현장에 낯익은 얼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쌍둥이 국제심판, 하산 이스모일로프(Khasan Ismoilov)와 후산 이스모일로프(Khusan Ismoilov) 형제다. 지난 23-24시즌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이들은 한층 성숙해진 판정과 깊어진 핸드볼 철학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두 심판이 기억하는 2년 전 H리그와 지금의 H리그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에도 빠르고 역동적인 리그였지만, 지금은 속도와 강도 모두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들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훨씬 빨라졌고 몸싸움도 더 치열해졌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더욱 다이나믹해졌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강해진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H리그 운영에 대해서도 “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대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매력적인 리그로 발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리그의 성장만큼 두 심판 역시 지난 2년 동안 크게 도약했다. 23-24시즌 H리그에서 약 두 달간 32경기를 소화했던 경험은 이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빠른 경기 흐름에 적응하는 능력과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특히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여자 경기 경험까지 쌓으며 시야를 넓혔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국제무대에서의 성과로 이어졌다.

우연히 시작한 심판, 이제는 세계적인 국제심판 반열 올라
두 사람이 심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의외로 우연에 가까웠다. 16세 시절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코치의 권유로 장난처럼 심판을 맡았던 경험이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느낀 흥미는 오래 이어졌고, 선수 출신으로서의 경기 이해도는 곧 강점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10년을 지나 세계적인 국제심판으로 이어졌다.
쌍둥이 형제는 2018년 중국에서 아시아 대륙 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2022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기간 중 국제핸드볼연맹(IHF) 자격증까지 획득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들이 심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일관성’이다. 경기 초반 5~10분 안에 자신들만의 판정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경기 종료까지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초반에 세운 기준을 60분 내내 유지하고 양 팀에 균형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빠르고 격렬한 핸드볼 경기에서 심판은 수백 번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공정성과 정확성이라는 부담 속에서 완벽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들은 “실수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의 오판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비디오 판독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경기 중 실수는 빠르게 털어낸 뒤 경기 후 철저한 복기를 통해 보완한다.
가장 좋은 팀이 정당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심판의 역할
선수 출신임에도 지도자가 아닌 심판의 길을 선택한 이유 역시 분명하다. 한 팀이 아닌 양 팀, 더 나아가 대회 전체의 공정성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팀이 정당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심판의 역할”이라는 말에는 이들의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다.
10년간 수많은 경기를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단연 2025 세계남자청소년선수권대회 결승전이다. 스페인과 독일이 맞붙은 이 경기는 정규시간과 두 차례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끝에 승부던지기까지 이어진 명승부였다. 아시아 심판 최초로 맡은 결승전이기도 했지만, 경기 자체의 극적인 흐름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산은 “결승전이어서가 아니라 경기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했다”고 회상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스포츠인이 꿈꾸는 무대, 올림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기, 결승전에서 휘슬을 부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쌍둥이 심판의 여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H리그 코트 위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 핸드볼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핸드볼을 구사한다.”
하산과 후산 형제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한국 핸드볼을 향한 깊은 존중과 애정을 담고 있다. 공정한 판정으로 리그의 품격을 높이는 이들의 휘슬 소리는 오늘도 한국 코트 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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