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던 동해 항구, ‘슬램덩크’가 살렸다?…MZ들 몰린다는 ‘이곳’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6. 3. 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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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논골담길. 윤성아 인턴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여행지가 있어요.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노잼 도시의 반전’으로 인기를 끌었던 대전에 이어 새롭게 떠오른 핫플레이스는 바로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예요. 과거 석탄과 시멘트를 나르던 활기찬 항구였으나 시간이 흐르며 조용해졌던 이곳이 어떻게 다시 힙한 여행지로 변신했는지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어요.

묵호역에 도착하자 낡고 작은 역을 신기한 듯 사진으로 남기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어요. 역을 나서자마자 마주한 풍경 역시 대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죠. 높은 빌딩 대신 고즈넉한 낮은 집들이 어깨를 맞댄 채 이어졌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정겹게 펼쳐져 있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묵호의 바다였어요. 인근 강릉 바다가 파도가 거세고 역동적이라면, 이곳은 호수처럼 잔잔하게 일렁이는 고요한 분위기였죠. 화려한 상점가나 인공 조형물 대신 자연 그대로의 여유가 흐르는 모습이 묵호만의 독특한 매력을 완성하고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용한 마을이 어떻게 유명해졌을까요?

묵호역 앞. 윤성아 인턴기자
관광객과 상인을 인터뷰해 보니,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어달 삼거리’였어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배경지인 ‘가마쿠라’와 풍경이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난 것이 결정적이었죠. 어달항 근처 도로에서 찍은 감성적인 사진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거예요.

실제로 가보니 친구나 연인과 함께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한 관광객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왔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정말 좋은 장소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어달삼거리 [윤성아 인턴기자]
해변에서 사진을 찍은 뒤에는 묵호의 필수 코스인 ‘논골담길’로 향했어요.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개성 넘치는 소품숍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레트로 감성의 도자기와 귀여운 키링을 파는 ‘등대그집 기념품점’은 젊은 방문객으로 가득했어요. 사장님의 유쾌한 입담 덕분에 가게 안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죠.

이렇게 묵호가 젊은층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변화도 큰 몫을 했어요. KTX 강릉선 증편과 동해선 신설로 전국 어디서든 묵호를 찾기가 훨씬 편해졌거든요.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청량리역과 강릉역 구간의 KTX 운행이 늘어나면서, 예매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인기 노선을 관광객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어달항. 윤성아 인턴기자
이렇듯 관광객이 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기분 좋은 변화가 찾아왔어요. 동해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작년에 비해 손님이 5~6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어요. 특히 20·30대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소품숍과 베이커리 카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예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주민 김동원 씨(36)는 “마을이 작아 이동은 편하지만, 갑자기 사람이 몰리면서 맛집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고 지적했어요. 이어 “강릉이나 속초처럼 관광 인프라가 완벽한 곳은 아니어서 실망하는 손님도 있다”며 시에서 주차나 식당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해준다면 지역 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죠.

아직은 모든 것이 잘 갖춰진 ‘편한 여행지’는 아닐지 몰라도, 묵호는 분명한 매력이 있어요. 바로 ‘뚜벅이 여행’에 딱 맞는 곳이라는 점이죠. 마을이 크지 않고 주요 장소가 바닷길을 따라 모여 있어 기차역에서 내려 걸어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요. 복잡한 계획 없이도 자연스럽게 여행이 이어지죠.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라면 무작정 기차를 타고 묵호 바다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망상해수욕장 근처에서 맛있는 회를 사서 바다를 보며 즐기는 낭만도 추천해요. 묵호의 잔잔한 바닷바람이 그동안 쌓였던 고민과 걱정을 덜어줄지도 몰라요. 김덕식 기자. 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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