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SK하이닉스처럼” 삼성전자 노조 파업 예고의 이면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보상 체계는 정의가 아닌 경쟁력 문제…기업 생존을 가르는 변수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6년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3월18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5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93.1%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파업 선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이 반도체 생산 차질과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느끼는 위화감도 적지 않다. 억대 보너스도 부족하다며 벌어지는 대기업발 노사 갈등은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 근로자는 이익 배분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지만, 노사 양측 모두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조합의 요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노조원의 근로 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고, 파업은 노조의 권리다. 근로자가 자신의 노력이 기업의 이익에 직결되고, 그 결실을 공유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생산성은 극대화된다. 기업들이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를 도입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번 삼성전자 갈등의 출발점은 알려진 것처럼 성과급 체계의 문제에 있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들에게 배분하기로 하면서 비교 기준이 달라졌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1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내년에는 약 15조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풀리게 된다. 올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보다 더 큰 영업이익을 예상하는 삼성전자 직원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갈등과 불신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즉 투입된 자산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진짜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또한 연봉의 50%라는 상한선을 두어 비용 변동성을 통제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경기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을 고려하면 재무 관리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근로자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는가에 있다. 우선 EVA라는 기준에는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영업이익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EVA는 내부 지표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떨어진다. EVA 산정에 사용되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나 자산 평가 기준이 대외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는 자본비용 부담이 크다.
회사가 큰 이익을 내더라도 자본비용 증가로 EVA가 줄어들면 성과급이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연봉 상한선까지 존재한다는 점도 직원들에게는 아쉬울 것이다. 노조는 EVA 기준 폐기와 함께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과 성과급의 상한선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단 중재는 실패한 상태다.
흔히 정의란 각자가 '정당한 몫'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이 '정당한 몫'인지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지도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영업이익이란 이미 노동에 대한 대가를 뺀 값이기도 하다. 회계적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을 뺀 수치고, 임직원의 기본 급여는 이미 비용으로 빠져 있다.
하지만 기업이 영업이익을 냈을 때 근로자에게 월급 외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현대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윤리적인 '선행'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적 필연성 때문이다. 결국 이익의 배분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인재 유지, 동기부여, 그리고 자본 효율의 균형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론적으로는 한계생산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노동이 창출한 추가 가치만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건 교과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기업에서 생산을 비롯한 모든 영업활동은 조직 단위로 이뤄지며, 개별 노동의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기업 전체의 생산성 증가율과 연동할 수는 있다. 매출이나 부가가치, 영업이익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도 기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자본이 차지해야 할 부분과 노동이 차지해야 할 부분을 분리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은 단순히 성과 창출의 대가라기보다 협상력과 제도, 그리고 시장 구조가 결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익 배분의 기준, 정의가 아닌 구조
실제로 기업 이익의 배분 구조는 경제 논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각국의 경제 체제와 산업 구조, 기업 문화가 크게 반영된다. 현실적인 기준은 업계에서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준, 이를테면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인재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보상 체계는 곧 경쟁력이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우리나라의 반도체 엔지니어들에게 테슬라로 오라고 손짓하는 현실에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성과 보상 체계는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전략이 된다.
사실 인건비는 어느 다른 재화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기업마다 처한 조건과 역사, 사업 구조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단일 반도체 기업이지만,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업 부문을 가진 복합 기업이다. 사업 구조가 복잡할수록 내부 형평성과 갈등 관리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산업의 특징도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 바이오 같은 장치 산업은 이익의 절반 이상을 재투자해야 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우선이다. 업종과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경영학적 최적화 모델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술 격차 유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비상 상황에 대비한 내부 유보를 합쳐 영업이익의 약 70% 수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머지를 주주환원과 함께 숙련 노동력 유지와 내부 혁신 동기부여를 위한 근로자 성과급으로 쓴다.
주주와 근로자 간 균형 역시 중요하다. 기업의 이익은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된다. 직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 과도해 자본수익률(ROE) 하락으로 이어지는 수준까지 가면 자본 이탈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에 약 20%, 나머지 1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과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성과를 공유하자는 노조의 요구도 정당하다. 다만 그 기준과 수준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 선택제를 도입하며 성과급 체계를 '가치 공유형'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나 배려보다 투명한 기준과 원칙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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