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법 ‘무기한 연기’…1300만명 코인 과세 추진
향후 일정도 불투명, 위헌 논란에 논의 겉돌아
내년 1월 과세는 예정대로, 野 반발 “과세 폐지”
1300만명 보호 입법 뒷전, 과세만 추진 논란도
금주 금융위 국회 출석·부총리 간담회 입장 주목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국정과제 1분기 입법 계획이 무산됐다. 당정협의 일정이 불투명하고 향후 입법 일정도 명확하지 않아 무기한 연기됐다. 반면 내년 1월에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추진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전통금융과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00만명 넘게 투자하고 있는데 빗썸 사태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제도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한 금융위원회와의 당정협의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31일과 내달로 예정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은 상정되지 않을 예정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데일리와 만나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해 “당정협의, 법안 상정 일정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최종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중동전쟁 여파로 증시가 불안하자 회의를 연기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금융위와 당정협의회가 열렸으나 증시 대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논의만 이뤄졌다. 이후 정무위 의원들의 지방선거·지역구 일정, 해외 출장 등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연기됐다.

또한 재경부·금융위 등은 하반기(7~12월) 주요 추진과제로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 마련(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을 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에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1분기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불발되면서 이같은 일정 모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렇게 입법이 지연된 것은 미·이란 전쟁 여파도 있었지만, 정부가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 법안에 대해 강행 입장을 고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법안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50%+1주(51%룰) 지분 구조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쟁점이다. 한국은행은 51%룰에 대해 금융안정 등을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은행이 과반을 차지하는 컨소시엄으로 가면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해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6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 보고서에서 “헌법은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하여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헌법상 재산권(제23조) 및 기업 활동의 자유(제15조) 관련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영진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헌법재판관)는 지난 25일 한국헌법학회 세미나에서 “추상적인 공익을 근거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위헌 우려를 제기했다. 김명식 조선대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도 “설사 입법이 진행되더라도 헌법소송 등으로 법적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학계 안팎에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이같은 지분 규제를 강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당초 금융위의 연구용역에 없던 지분 규제 내용이 어떤 논의 절차를 거쳐 포함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박민규 의원은 “처음에 은행 50%+1주를 가지고 싸울 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지분 규제 얘기가 나와서 (누군가) 고도의 기술을 썼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참조 이데일리 3월18일자 <박민규 “금융위 디지털자산기본법 지분 규제 우려”>)

또한 1300만명 넘게 코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늦어지고 있어,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전체 생태계를 포괄하는 종합 법안으로 일종의 ‘디지털자산 헌법’, ‘디지털자산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재발방지 대책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이용자보호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형 IT 사고나 투자자 자산 가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빗썸 사태 이후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보완 없이 당국의 ‘그림자 규제’나 ‘창구 지도’ 방식 감독이 계속될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가상자산에 부과하는 소득세를 폐지할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조항(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식엔 대부분 과세하지 않은데 가상자산에만 일괄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지 않고 이중과세나 행정적 문제도 있어 과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이번 주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세 관련 정부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명될지를 지켜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31일 정무위 전체회의 및 법안소위에 참석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내달 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다. 가상자산 과세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고 있는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내달 2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에는 빗썸의 오지급 사태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림자 규제로 개선안을 추진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정법인 2단계 입법이 지금 힘들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 등 1.5단계 입법을 추진했으면 한다”며 “내부통제, 투명성·신뢰성 등을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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