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법 ‘무기한 연기’…1300만명 코인 과세 추진

최훈길 2026. 3. 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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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디지털자산기본법 ‘1분기 입법’ 무산
향후 일정도 불투명, 위헌 논란에 논의 겉돌아
내년 1월 과세는 예정대로, 野 반발 “과세 폐지”
1300만명 보호 입법 뒷전, 과세만 추진 논란도
금주 금융위 국회 출석·부총리 간담회 입장 주목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국정과제 1분기 입법 계획이 무산됐다. 당정협의 일정이 불투명하고 향후 입법 일정도 명확하지 않아 무기한 연기됐다. 반면 내년 1월에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추진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전통금융과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00만명 넘게 투자하고 있는데 빗썸 사태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제도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한 금융위원회와의 당정협의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오는 31일과 내달로 예정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은 상정되지 않을 예정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데일리와 만나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해 “당정협의, 법안 상정 일정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최종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중동전쟁 여파로 증시가 불안하자 회의를 연기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금융위와 당정협의회가 열렸으나 증시 대책,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논의만 이뤄졌다. 이후 정무위 의원들의 지방선거·지역구 일정, 해외 출장 등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연기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 맨오른쪽)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1분기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 제정안 처리 △올 하반기에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된 각종 법안 개정 △연내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추진 등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보고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당초 정부는 국회와 논의해 올해 1분기까지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하기로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1분기(1~3월) 주요 추진과제에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재경부·금융위 등은 하반기(7~12월) 주요 추진과제로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 마련(외국환거래법 개정 등)’을 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에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1분기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불발되면서 이같은 일정 모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렇게 입법이 지연된 것은 미·이란 전쟁 여파도 있었지만, 정부가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 법안에 대해 강행 입장을 고수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법안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50%+1주(51%룰) 지분 구조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쟁점이다. 한국은행은 51%룰에 대해 금융안정 등을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은행이 과반을 차지하는 컨소시엄으로 가면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해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의 15~20% 일률적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가 시행되면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5대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 제한은 두나무와 코빗 인수를 각각 추진하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민주당이 촉구하는 예외 조항이 포함될지 여부에 따라 지분 매각 여부나 수준, 시점이 달라질 전망이다. (자료=각 사 및 업계 추정)
두번째 쟁점은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 지분 규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15%) 수준인 15~20%로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국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는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했지만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추후에 강제 매각하는 조치여서 위헌 논란과 산업 위축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6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무엇이 쟁점인가’ 보고서에서 “헌법은 이미 완성된 법률관계를 사후적으로 변경하여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헌법상 재산권(제23조) 및 기업 활동의 자유(제15조) 관련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영진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헌법재판관)는 지난 25일 한국헌법학회 세미나에서 “추상적인 공익을 근거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위헌 우려를 제기했다. 김명식 조선대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도 “설사 입법이 진행되더라도 헌법소송 등으로 법적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학계 안팎에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이같은 지분 규제를 강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당초 금융위의 연구용역에 없던 지분 규제 내용이 어떤 논의 절차를 거쳐 포함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박민규 의원은 “처음에 은행 50%+1주를 가지고 싸울 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지분 규제 얘기가 나와서 (누군가) 고도의 기술을 썼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참조 이데일리 3월18일자 <박민규 “금융위 디지털자산기본법 지분 규제 우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처리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될 전망이다. 입법이 늦어지고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신사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핵심 쟁점 논란 등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업계뿐아니라 국익과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입법조차 안 되고 있는데 테더, 서클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고 있어 ‘통화 주권’ 위협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테더, 서클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총 거래량은 전년 대비 72% 급증해 33조달러(4경 9797조원)에 달했다. (참조 이데일리 3월28일자 <韓, 스테이블코인법 ‘불발’…美, 스테이블코인 투자 ‘열풍’>)

또한 1300만명 넘게 코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늦어지고 있어, 입법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전체 생태계를 포괄하는 종합 법안으로 일종의 ‘디지털자산 헌법’, ‘디지털자산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이후 재발방지 대책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이용자보호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형 IT 사고나 투자자 자산 가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빗썸 사태 이후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보완 없이 당국의 ‘그림자 규제’나 ‘창구 지도’ 방식 감독이 계속될 수 있다.

송언석(왼쪽 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열린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폐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정훈 이데일리 기자)
주식에는 금투세 폐지로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과세가 되지 않은데 코인에는 내년부터 250만원 초과 수익에 22% 과세가 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자료=국민의힘, 재정경제부, 국세청)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는 불투명한 반면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실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된다.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와 지방소득세(2%)를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세청은 내년 1월부터 과세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문제 없이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민의힘이 가상자산에 부과하는 소득세를 폐지할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조항(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27호)을 삭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식엔 대부분 과세하지 않은데 가상자산에만 일괄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지 않고 이중과세나 행정적 문제도 있어 과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이번 주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세 관련 정부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명될지를 지켜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31일 정무위 전체회의 및 법안소위에 참석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내달 2일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다. 가상자산 과세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고 있는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내달 2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50%+1주 및 지분 규제를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달 퇴임하고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내달 21일 제28대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모습. (사진=한국은행, 연합뉴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통화에서 “주식의 금투세를 폐지한 상황에서 내년에 코인에만 과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내년으로 예정된 과세를 유예하고 시스템, 제도 정비를 충분히 한 뒤 과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안 만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우리나라 시장에 들어와 그냥 누비고 다닐 것”이라며 “우리 통화를 디펜스 하는 통화 주권을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에는 빗썸의 오지급 사태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림자 규제로 개선안을 추진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정법인 2단계 입법이 지금 힘들다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 등 1.5단계 입법을 추진했으면 한다”며 “내부통제, 투명성·신뢰성 등을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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