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대신 주식 몰빵요“… 1억 보너스 쥔 여의도 증권맨들의 ‘실속 플렉스’

채제우 기자 2026. 3. 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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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모 증권사에서 주식 트레이더로 일하는 30대 A씨는 이달 중순 1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 작년에 받았던 5000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증시가 급등하면서 내 실적도 좋아진 덕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증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지갑이 두툼해지고 있다. 통상 증권사들은 전년도 실적에 대한 결산을 마무리하고 2~3월쯤에 성과급을 집중적으로 지급하는데, 예년보다 액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젊은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막대한 보너스를 신차 구입이나 유흥에 탕진하던 과거와 달리 고스란히 증시에 재투자하는 실속형 문화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여의도 금융가의 거리풍경은 주가 움직임에 따라 울었다 웃었다 한다.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 신(新)증권타운에서 증권맨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조인원 기자

◇두둑한 보너스, 주식에 ‘몰빵’·대출 갚는 젊은 증권맨들

실제 최근 증권업계 전반에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대형사들이 최대 월 기본급의 200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거나 검토 중이다. 키움증권은 관리직군 기준 월급의 800% 수준을 지급했고, 일부 증권사는 4년여만에 본사 관리직에게 월 기본급의 2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특히 영업 일선에 있는 직원 성과급은 자신의 영업으로 발생한 손익분기점(BEP)을 초과한 수익 가운데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아 결정된다. 물론 비율은 증권사마다 서로 다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30~40% 수준에서 책정되는데, 10여 년 전만 해도 수익의 60~70%까지 떼어주는 파격적인 회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지급 비율이 다소 낮아졌어도 절대적인 수익 규모 자체가 커져 전체 보상액은 오히려 늘어난 편이라는 게 증권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지갑이 두툼해졌지만, 화끈하게 보이는 씀씀이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성과급 시즌이 되면 수입차로 차를 바꾸거나 일대 고깃집과 유흥업소가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그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1990년대 입사한 한 증권사 이사급 직원도 “내가 20~30대였던 2000년대만 해도 성과급을 받는 2~3월에는 자주 값비싼 고깃집과 술집을 드나들었는데,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카드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일대 요식업종 관련 통계를 집계해보니, 올해 1~2월 개인의 카드 사용량은 작년 1~2월 보다 오히려 1.8% 줄었다.

서울 여의도 전경 ⓒ 뉴스1 장수영 기자

대신 주식이나 각종 금융상품을 사는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 소재 증권사에 다니는 4년 차 애널리스트 B씨는 이번에 받은 4000만원 전액을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B씨는 “최근 집값이 고점 부근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을 살 엄두는 나지 않는데, 올해 장을 내다봤을 때 주식의 수익률이 부동산을 압도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또 집을 사느라 일으킨 대출금을 갚는 데 바로 다 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방석 앉은 증권사들, 부서·자산군 따라 박탈감도

이 같은 여의도발 보너스 잔치가 가능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주가 상승과 이로 인한 증권사들의 눈에 띄는 실적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1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9조6455억원으로 1년 전(6조9441억원)보다 39%가량(2조7014억원)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이익이 모든 부서에 고르게 닿지는 않는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고객 자산을 굴리는 영업 부서 일부 직원은 월 기본급의 3000%, 4000%를 성과급으로 받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16조6159억원)은 전년(12조9517억원) 대비 3조6642억원 증가했다. 이 수익의 상당수는 영업 부서 직원들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받아 가는 돈도 많을 수밖에 없다.

사상 첫 6000 돌파한 코스피

반대로 ‘백오피스’라 불리는 관리·지원 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30대 관리직 C씨는 “기대했던 것보다 적게 나와 안타깝다”며 “동기들 중에선 수천만~억대를 받은 이가 적지 않은데, 나만 소외되는 기분”이라고 씁쓸해했다.

운용하는 자산군에 따라서도 상황은 극명히 갈린다. 채권 운용 부서에 다니는 D씨는 성과급을 아예 받지 못했다. 그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채권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낸 부서가 거의 없다”며 “작년에도 성과급을 못 받았는데, 최근 이란 전쟁 이슈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등 올해도 분위기가 암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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