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도 안 통한다"…주식·채권·금·코인 줄줄이 하락
VIX 30 돌파·유가↑…중앙은행 금리 인상 검토
"믿어온 방어 수단 효력 상실…새 공식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 전쟁이 월스트리트를 전면적인 자산 가격 붕괴로 몰아넣고 있다. 채권, 금, 변동성 헤지, 암호화폐 등 기존의 분산투자 수단이 동시에 무력화되면서 투자자들이 한 세대 동안 의존해온 리스크 관리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지난 27일 하루에만 1.9% 하락하며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주 연속 하락해 2022년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 기록을 세웠다. 이틀간 낙폭 기준으로는 지난해 관세 충격 이후 최대였다.
업종별로는 전쟁의 소비 지출 영향 우려로 임의소비재주가 3% 급락해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금융주도 2.5% 떨어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0을 돌파하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채권 역시 매도 압력을 받아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5%에 육박했다.
시장 불안의 근원인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안팎을 맴돌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치솟으면서 중앙은행들은 불과 얼마 전 논의하던 금리 인하 계획에서 금리 인상 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주식시장은 3년여 만에 최악의 월간 성과를 향해 가고 있다.
방어 수단도 실패…“완벽한 폭풍”
더 큰 문제는 기존 방어 수단마저 효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분산투자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군 4개 중 적어도 3개가 4주 연속 동반 하락했다. 2022년 5월 이후 가장 긴 동반 하락이다.
탤백큰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설립자 마이클 퍼브스는 고객 메모에서 극단적인 예시를 제시했다. 개전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채권, 금, VIX 콜옵션, S&P500 방어 옵션을 모두 매입한 투자자도 현시점에서 사실상 모든 포지션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도구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실패한 완벽한 폭풍이었다”며 “이렇게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상장지수펀드(ETF) 애널리스트 아타나시오스 프사로파지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가 하락일에 채권과 금이 상승한 날은 각각 43%에 그쳤고, 비트코인은 25%에 불과했다. 세 자산이 S&P500 하락에 맞서 동시 상승한 비율은 7%로 이전 15년 평균(1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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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매도세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과 중앙은행 금리 정책 재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흐름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금은 중앙은행 매입, 달러 다변화 등 구조적 근거가 유효하지만 위기 전 과도한 가격 상승과 실질금리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024년 10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기세다.
“공급 충격 시대, 새 공식 필요”
이번 전쟁은 기존 공식의 한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슈로더스의 미나 크리슈난은 “세계 경제는 수요 충격에서 공급 충격 중심으로 전환됐고, 기존 공식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팀은 분쟁 이전에 신용부도스왑(CDS)으로 방어 포지션을 구축해 이를 유지 중이다. 안전자산 부재 속에 현금 비중을 높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마이클 아론은 채권을 통한 분산투자 기능 상실은 일시적이라고 봤다. 그는 “전쟁이 추세를 방해했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분쟁이 수 주에서 수 개월 안에 끝난다면 유가가 비교적 빠르게 배럴당 75~85달러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티케오 캐피털의 라파엘 튜인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개념이 점점 더 도전받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역학 변화로 이런 통념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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