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포커스] "구리·탄약 58년" 풍산그룹 변곡점…방산 규제가 바꾼 승계 셈법
미국 국적 오너 3세 영향 재편 불가피
방산 떼어낼 경우 성장 기반 약화 우려도
![류진 풍산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552778-MxRVZOo/20260329093752640lutf.jpg)
1968년 창업 이후 대한민국 자주국방과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풍산그룹이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그룹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방산 사업 매각설에 휩싸이면서다.
풍산은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포트폴리오 재편을 넘어 지배구조와 연관성이 깊다는 분석이다.
풍산은 1968년 창업 이후 신동과 방산을 양축으로 성장해 온 대표 제조기업이다. 동판·동관·봉선 등 신동 제품과 군용 탄약을 함께 키우며 한국 산업화와 자주국방의 확대 과정에 올라탔다.
1970년 한국조폐공사 소전 생산업체로 지정됐고, 1972년에는 탄약 생산업체로 지정되며 방산에 진출했다. 이후 안강종합탄약공장 준공, 온산공장 구축, 방산 계열 확대와 해외 거점 확장을 거치며 지금의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풍산의 강점이었다. 신동이 외형을 지탱하고 방산이 수익성과 전략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승계 국면에 들어서면서 성장기에는 안정성과 효율의 원천이었던 '신동+방산' 조합이 이제는 규제, 가치평가, 후계 구도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출처=풍산그룹]](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552778-MxRVZOo/20260329093753910xdrx.png)
풍산 지배구조의 분기점은 2008년 지주사 전환이다. 당시 풍산은 인적분할을 통해 풍산홀딩스와 사업회사 풍산으로 체제를 재편했다. 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 틀을 정비한 조치로 해석해 왔다. 일반적으로 지주사 체제는 승계 과정에서 유리하다. 후계자가 개별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확보하기보다 지주사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풍산의 경우는 전형적인 순수 지주사 모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풍산홀딩스가 그룹 지배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재사업 기능도 맡고 있고, 상장사 풍산은 신동과 방산의 핵심 제조를 담당한다.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기능을 나눠 갖는 구조다.
실적을 봐도 풍산의 이중 구조는 분명하다. 지난해 풍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11% 증가한 5조486억원을, 영업이익은 8% 감소한 2974억원을 나타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3조8491억원, 1930억원이었다.
사업부문별로 신동부문의 매출은 2조5400억원을 나타냈다. 방산부문은 1조2600억원을 기록했는데 탄약 수요가 지속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외형은 여전히 신동이 더 크지만 시장의 관심은 방산으로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글로벌 방산 업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풍산 방산 부문은 호황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시점에 방산 매각설이 나오는 것은 지금이 해당 사업의 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될 수 있는 구간이라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편설의 중심에는 류진 회장 일가의 승계 문제가 놓여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변수는 장남 류성곤 씨의 미국 국적이다. 류성곤 씨는 2010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현재 풍산의 미국 법인인 PMX 인더스트리에서 근무하며 현지 경영에 참여하지만 한국 내 정착이나 국내 경영권 승계에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사업은 외국인의 경영 참여가 민감한 규제 대상이다. 오너 일가가 방산을 그대로 보유한 채 승계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풍산의 승계 문제가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방산을 떼면 승계는 쉬워지지만…성장축 약화는 부담
시장 예상대로 풍산그룹이 방산을 떼어내면 사업 구조 및 승계 문제는 단순화할 수 있다. 신동 중심의 소재기업 구조로 그룹을 단순화할 수 있고, 지배구조와 승계 설계도 상대적으로 명확해질 수 있다. 동시에 확보한 자금은 미국 PMX를 비롯한 해외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나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생긴다.
풍산그룹의 방산 사업을 눈여겨 보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 거론된다.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매각이 이뤄질 경우 풍산그룹의 성장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방산이 단순한 비핵심 자산이 아니기 대문이다. 풍산에서 방산은 지금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인 동시에 그룹의 성장성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축이다. 이를 분리하거나 매각할 경우 중장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부담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산업이 호황을 보이면서 관심도 자연스럽게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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