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그 이상’…삼성전기·LG이노텍, AI 설계 핵심 파트너로 부상
설계 단계부터 부품 협력 필수…단순 공급자 넘어 ‘인프라 파트너’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 업계의 위상을 바꿔놓고 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압도적인 전력 소모와 데이터 처리량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고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는 부품의 사양이 곧 AI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일반 IT 기기용 대비 온도는 20%, 전압은 2배 이상 높은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단순 부품을 넘어 시스템의 수명을 결정짓는 핵심 기재로 꼽힌다.
경영진의 목소리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뚜렷하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고객 요구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밝힌 점이나,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이 “캐파(CAPA)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부품이 AI 인프라 구축의 필수 요건이 됐음을 방증한다.
이제는 칩 설계 단계부터 부품사의 기술적 가이드가 동반되는 구조로 산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양사의 재고자산 추이는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말 원재료 취득 원가는 전년 대비 46.2% 급증한 16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완제품 재고가 쌓이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 자재를 미리 확보하고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LG이노텍 역시 재고 증가분의 대부분이 AI 기판 물량 확보 등에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비축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AI 인프라용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입증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나란히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마트폰 업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적 성격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조34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이상 급증할 것으로 집계됐으며, LG이노텍 역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양사 모두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AI 부품이 반도체와 함께 한국 수출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칩과 부품 간의 유기적인 설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보유한 고사양 부품 기술력이 향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