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광화문 월대에서 시작된 BTS 컴백, 복원된 역사가 세계를 만나다

이세영 2026. 3.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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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복원된 월대 앞에서 시작된 무대, 한국의 역사를 세계가 함께 봤다."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은 일제강점기 훼손됐다 2023년 복원된 월대를 배경으로 시작됐다.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회복의 기억을 품은 장소에서 열린 이 장면은, K-컬처가 역사 공간과 만나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줬다.

광화문 월대는 조선 왕조의 공간 질서를 상징하는 석조 단이다. 궁궐 정문 앞에 조성된 넓은 기단으로, 왕이 의례를 행하기도 하고 백성과 소통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근현대 도시 개발 과정에서 훼손·철거되면서 오랜 시간 비어 있었다.

2023년 월대 복원은 광화문의 역사적 맥락을 되살리고, 시민과 도시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되돌리는 작업이었다. 광화문 시민위원회의 주도 아래 진행된 이 사업에서 위원장을 맡은 김원 건축가는 "월대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도시 기억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복원 이후 월대는 광화문광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역사와 일상이 맞닿는 장소가 됐다.

BTS 컴백 공연은 경복궁 근정문에서 흥례문, 광화문을 지나 월대 앞 광화문광장 무대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따라가며 시작됐다. 복원된 월대 앞에서 펼쳐진 BTS의 컴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K-팝이 전통 공간을 무대로 삼아 세계 팬들과 한국 역사를 공유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식민지 시대를 겪은 세대, 또는 그 이야기를 가족사로 전해 들은 세계 각국의 '아미'(방탄소년단 팬)에게 특별한 울림을 줬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 국가 레소토에 온 아미 무사토 사무엘 씨는 "한국의 식민지 이야기를 학교에서만 배웠는데, 월대 앞에서 BTS를 보니 그 역사가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팬들은 이미 K-컬처 콘텐츠를 통해 한국 전통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이번 공연은 '공간 체험'으로 그 관심을 확장시켰다. BTS 앨범 트랙에 수록된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감각전시실 방문객이 급증했고, 신곡 '스윔'을 청음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앞 대형 구조물 '사운드 큐브'는 K-팝 팬을 미술 관객으로 전환했다.

BTS 공연은 월대와 광화문이라는 역사 공간을 살아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바꿨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연이 서울에 가져올 경제 효과를 2천660억원으로 추산했다. 투어 티켓 판매를 넘어 광화문·명동 상권, 숙박·외식, 박물관·미술관 방문까지 연쇄 효과를 내고 있다.

<내레이션 : 유세진, 영상 : 박소라·김정민, 연출 : 이명선>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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