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나 타는 포르쉐”…욕 먹을 수록 좋단다, ‘혼쭐 대신 돈쭐’ 비결 [세상만車]
포르쉐 “성공한 배신은 혁신이야”
포르쉐 비웃던 브랜드도 벤치마킹
![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보스로 나온 배우 송강호 [사진출처=영화 스틸컷, 자막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05428ulwi.jpg)
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보스로 나온 배우 송강호의 대사입니다. 키 큰 포르쉐 차종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포르쉐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입니다. “차는 낮아야 제 맛”이라는 말도 포르쉐 아이콘을 넘어 ‘스포츠카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911 덕에 나왔습니다.
911의 영향력은 포르쉐에는 영광이자 족쇄가 됐습니다. 포르쉐의 모든 양산차는 911 디자인을 토대로 개발됩니다.
디자인은 물론 형태도 911 닮은 낮은 차를 내놓을 때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정통성과 정형성에서 벗어난 차종을 선보였을 때는 혹평이 쇄도했습니다.
![‘포르쉐=911’ 등식을 성립한 오리지널 911 [사진출처=포르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06689hlzt.jpg)
“멍청한 사람들이나 타겠다”, “못생겼다”, “징그럽다”, “황소개구리” 등 외모를 비하했습니다. “포르쉐 망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추종자들이 치를 떨면서 욕했던 카이엔은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어냈습니다.
포르쉐 붐을 일으키며 새로운 추종자들을 양산했습니다. ‘배신의 아이콘’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났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습니다. 포르쉐보다 한 수 위라고 뽐냈던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등 슈퍼카·럭셔리 브랜드들도 처음에는 ‘안 보이는 곳’에서 욕했지만 결국에는 따라 했습니다. ‘슈퍼 SUV’ 시대가 열렸습니다.
![나오자마자 혹평에 시달렸던 1세대 카이엔 [사진출처=매경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07960hpvp.jpg)
영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톱기어’는 2002년 출시된 카이엔에 악담을 쏟아냈습니다.
포르쉐 모델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혹평에 시달린 카이엔은 1990년대부터 경영이 악화되면서 파산 직전까지 갔던 포르쉐의 승부수였습니다.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SUV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죠. 포르쉐가 적자 탈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내놨던 카이엔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성공했습니다.
2002년 1세대, 2010년 2세대, 2018년 3세대로 진화한 카이엔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됐습니다. 지금까지 150만대 이상 팔렸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3768대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포르쉐코리아 판매대수가 1만768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3대 중 1대는 카이엔 몫이었습니다.
카이엔은 지난해 포르쉐코리아가 역대 두 번째 1만대를 돌파하는 데 주역 역할을 맡은 셈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2008년 포르쉐 가문이 폭스바겐그룹 장악에 나서는 돈줄이 되기도 했습니다.
![카이엔에 이어 배신을 단행한 파나메라 [사진출처=포르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09239tani.jpg)
카이엔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SUV 동생인 마칸도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카이엔은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카이엔의 성공은 포르쉐를 은근 깔보고 실용적인 SUV에 관심을 애써 꺼두던 슈퍼카·럭셔리 브랜드들에 고민거리를 안겨줬습니다.
포르쉐의 변심을 욕했지만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카이엔을 따라했습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마세라티 르반떼,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리넌, 페라리 푸로산게 등도 카이엔 덕분에 출현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고성능 열풍을 일으킨 타이칸 [사진출처=포르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10706rmsr.jpg)
타이칸이 선봉에 섰죠. 타이칸이 나오기 전까지 스포츠카·슈퍼카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은 하이브리드(HEV)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전기차로 나오더라도 가능한 한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죠. 전기차로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고배기량 내연기관의 포효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질주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여겨져서입니다.
포르쉐는 예상보다 빠른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타이칸 콘셉트카 ‘미션E’를 선보였습니다. 4년 뒤 포르쉐는 미션E를 공개했던 모터쇼에서 타이칸을 공개하고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포르쉐 추종자들의 비난 수위는 약했습니다. SUV이든 4도어 세단이든 모두 형태만 다를 뿐 고성능 스포츠카로 개발했던 포르쉐에 대한 믿음이 작용해서죠.
포르쉐가 국제 전기차 레이싱대회 ‘포뮬러E’에 출전하면서 전기 스포츠카 기술력을 뽐낸 데다 테슬라 모델S로 고성능 전기차 시대가 개막된 것도 배신감을 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포르쉐 타이칸(왼쪽)과 테슬라 모델S [사진출처=포르쉐, 테슬라/편집]](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11979ifqj.jpg)
지난 2020년 테슬라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게이츠가 유명 정보기술(IT)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는 “첫 번째 전기차로 타이칸을 구입했다”며 “아주 만족한다”고 극찬해서죠. 일론 머스크는 물론 삐졌습니다.
타이칸을 필두로 포르쉐는 럭셔리 고성능 전동화 세그먼트의 리더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해 포르쉐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은 34.4%로, 전년보다 7.4% 증가했습니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22.2%,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12.1%로 집계됐습니다. 유럽에서는 내연기관보다 더 많이 판매됐습니다. 전동화 모델 비중은 57.9%였고, 3대 중 1대가 순수전기차였습니다.
타이칸은 벤츠, BMW, 아우디, 마세라티, 폴스타, 제네시스, 현대차, 기아에 ‘고성능 전기차’ 화두를 던졌습니다. 슈퍼 SUV 시대를 연 카이엔처럼 말이죠.
![배신의 끝판왕? 카이엔 일렉트릭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13262zxow.jpg)
포르쉐코리아(대표 마티아스 부세)는 지난 19일 파이팩토리(서울 광진구)에서 ‘2026 포르쉐코리아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카이엔 일렉트릭 공개였습니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카이엔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된 순수 전기 SUV입니다.
포뮬러 E 기술력에 기반한 혁신적인 회생 제동 시스템을 탑재해 슈퍼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발산하죠.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힘이 셉니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최고출력이 1156마력(PS), 최대토크가 153.0kg.m에 달합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은 2.5초에 불과하죠. 이 정도면 마력(馬力)이 아니라 마력(魔力)입니다.
힘만 센 게 아닙니다. SUV답게 실용성을 갖춘 것은 물론 장거리 주행의 편안함과 함께 오프로드 성능까지 구비했습니다.
![카이엔 일렉트릭 실내 [사진출처=포르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14541wqir.jpg)
포르쉐 역사상 가장 넓은 ‘플로우 디스플레이 (Flow Display)’를 적용해 운전자 중심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고도화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아한 커브드 OLED 패널은 센터콘솔과 이어집니다. 14.25인치 OLED 풀 디지털 계기판과 옵션인 14.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포르쉐 역사상 가장 넓은 연속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구현했습니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번 행사에서 올해부터 국내 판매되는 모든 순수 전기차에 ‘K-배터리’를 적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전성과 신뢰도를 모두 높이기 위해서죠.
국내 출시될 카이엔 일렉트릭과 타이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을 탑재합니다. 마칸 일렉트릭의 경우 중국 CATL 배터리를 삼성SDI 배터리로 바꿉니다.
카이엔, 파나메라, 타이칸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쉐는 추종자들을 배신했다며 욕먹을 때마다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혼쭐이 아니라 돈쭐(돈으로 혼쭐)이 났죠.
이제는 추종자들도 배신을 은근히 바라는 것 같습니다.
![‘배신=혁신’을 앞세워 포르쉐를 전설로 만든 포르쉐 911 [사진출처=포르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9/mk/20260329092115804rsul.jpg)
슈퍼 리치는 사용 목적에 따라 차를 여러 대 구입할 수 있습니다. 너무 비싼데다 일상생활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쌌던 수작업 스포츠카는 중산층에게도 ‘로망’으로만 남았습니다.
포르쉐는 기계 생산 방식을 도입해 가격을 낮추고 데일리카로도 사용할 수 있는 ‘1석2조’ 고성능 스포츠카 911을 통해 중산층의 욕구를 충족시켜줬습니다.
‘배신’ 유전자(DNA)는 카이엔, 파나메라, 타이칸에 스며들었고 다시한번 포르쉐 성공시대를 열었습니다.
슈퍼카 브랜드가 자존심을 버리고 벤치마킹하게 만들었습니다. BMW와 벤츠는 물론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 등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욕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대상이 됐죠.
배신은 포르쉐의 운명이고, 성공한 배신은 혁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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