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달…강대국도 못 끝냈다, ‘짧은 전쟁’ 끝났다 [박수찬의 軍]
단기결전 실패…소모전으로 흐른 전쟁
한반도 시사점…‘짧은 전쟁’은 끝났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단기 결전 승리와 이란 신정 체제 전복을 예상하던 다수의 시각을 깨고, 전쟁은 장기화와 정전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객관적인 군사력 격차가 전쟁 승리에 중요하다’는 현대 전쟁의 상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자폭드론·호르무즈·대리인으로 맞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로 순식간에 끝났던 베네수엘라와 달리 이란 전쟁은 단기 결전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습적인 대량 발사로 미국과 중동 국가들의 요격미사일을 소모하고, 역내 군사·교통·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면서 피해를 누적시켰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동 지역 미군기지 피해가 최소 8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성과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샤헤드 자폭드론의 특징에 힘입은 결과다.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 자폭드론의 대당 제작비는 2만∼5만달러(2700만∼6800만원), 이란 내 생산비는 7000달러(1054만원)로 추정된다.

반면 미군의 정밀유도무기는 비싸고 신속한 대량생산이 어렵다.
이란 전쟁에서 대량으로 쓰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1발당 가격이 360만달러(약 53억원)에 달하고, 연간 생산량은 100발 미만에 불과하다.
샤헤드 자폭드론 요격에 투입되는 미국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은 400만 달러(약 53억 원), 연간 생산량은 600발 정도다.
이란은 샤헤드 자폭드론을 군집드론처럼 장기간 투입할 수 있다.
반면 미군과 중동 국가들은 이란처럼 정밀유도무기를 대량으로 오랜 기간 쓰기가 어렵다.
미군은 전쟁 초기 16일 동안 1만1000발 이상의 탄약을 썼다. 비용으로는 260억달러(약 39조원)에 달한다.
정밀유도무기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재고 보충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헤즈볼라를 비롯한 친이란 무장세력의 활동은 미국·이스라엘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1만5000명의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스라엘 제1야당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정부는 전략도 수단도 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 전선에 전쟁을 치르도록 병력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등에 수십 차례 소규모 드론 및 로켓 공격을 시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예멘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후티 반군 미사일과 자폭드론 사정권에 놓인다.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상황에서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 엘 만데브 해협까지 막는다면, 원유 수송과 글로벌 물류에 대혼란이 초래된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으로선 전쟁 종결 압박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란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폭사했다.
불투명하고 분산된 조직들이 빈 자리를 대체했는데, 그 핵심은 19만명 규모의 혁명수비대다.
지난해 여름 대대적인 폭격 이후 혁명수비대는 31개 하위 지부로 나뉘었다. 이들 지부는 통신망이나 지휘부 붕괴 시 무기 사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란 전쟁은 강대국의 힘과 약소국의 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힘의 격차가 전쟁 기간·승패를 좌우한다는 기존 상식이 깨진 셈이다.
강대국이 약소국과 갈등을 빚을 때, 표면적으로는 강대국이 군사적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강대국으로 하여금 빠른 시간 내에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냉전 시절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1983년)·파나마 침공(1989년), 옛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1968년)처럼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이 잇따랐던 이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이같은 패턴은 크게 변화했다. 드론과 미사일 등의 비대칭 전력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무인기 등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았고, 현재는 각종 자폭·요격드론과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으나,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저지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대량으로 소모하도록 했다.
이란 전쟁에서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전쟁을 빠르게 끝내지 못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이란의 비대칭 전력은 전쟁이 미국·이스라엘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저지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은 드론·미사일 등의 비대칭 전력을 육성·운용하면서 유연성과 생존성을 극대화한 정치·군사 통제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반격하면서 체제 붕괴를 막았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가치에 주목, 제한적인 미사일 및 드론 공격만으로 해협을 봉쇄해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동 해역 제해권을 장악한 미군의 위세가 무색해졌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뚫으려면 이란의 해상전력과 해안 군사시설, 산업 기반을 모두 파괴해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상군 투입은 리스크가 크다.

북한은 유사시 미국 본토를 노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외에도 전술핵무기와 초대형방사포, 자폭드론 등을 만든 상태다.
미군 증원전력이 전개할 항만이나 공항을 겨냥해서 전술핵을 투하하거나, 에너지·교통 인프라를 자폭드론으로 타격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밀리게 되더라도 비대칭 전력을 앞세워 전쟁 전개를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김정은 체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로서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도 전쟁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의도를 좌절시키려면, 군사·외교적 수단을 사전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중동 국가들이 샤헤드 자폭드론 공격을 막을 요격 드론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대드론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천궁과 PAC-3는 주요 시설 방어나 북한 탄도·순항미사일 요격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자폭드론은 요격드론이나 기관포·레이저 등으로 저지하는 다층·복합 방공망 구축이 필수다.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은 강대국 주도의 전쟁이 단기 결정이 아닌 상호 소모를 통한 현상 유지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폭드론과 미사일은 약소국도 강대국을 오랜 기간 괴롭힐 능력을 갖추게 한다. 그만큼 강대국과의 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한국이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북한도 이란·우크라이나처럼 가성비가 뛰어난 비대칭 전력과 생존성 높은 지휘체계를 구축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승패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짧은 전쟁’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 아래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을 재평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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