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외 사업서 줄줄이 조단위 적자 예상…전기료 인상 압박 가중

배문숙 2026. 3.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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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루마니아 사업 공사손실충당부채 1조4346억원
한전과 ‘1조4000억원 규모’ 바라카원전 공사비 법정 분쟁
체코원전도 저가수주 논란과 美웨스팅하우스 기술료 등 수조원 대 지급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한수원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와 루마니아 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반영해 1조4000억원대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설정했다. 한수원의 대규모 손실은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한수원과 한전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비를 놓고 법적 분쟁 중이다.

29일 한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수원 해외 사업 부문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1조4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5446억 원)와 비교했을 때 불과 한 분기 만에 3배 가까이 폭등한 수치다.

공사손실충당부채란 향후 공사를 마칠 때까지 예상되는 총비용이 총수익을 초과할 경우 그 예상되는 손실액을 부채로 인식해 미리 회계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확정적인 적자는 아니지만 현재의 데이터상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장부에 미리 기재한 것이다.

이 가운데 약 1조2146억원은 한수원이 2022년 수주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발생했다. 엘다바 사업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자회사(ASE)가 주도하는 원전 프로젝트다. 해당 원전은 러시아의 노형인 VVER-1200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모든 기자재가 러시아의 표준 규격(GOST)을 충족해야 한다.

한수원은 이 사업에서 기자재 공급과 터빈건물 시공 등을 맡았으나 러시아 규격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낮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러 제재 상황에서 이 규격을 충족하는 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해외 공급처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국 자재 수급난과 가격 폭등이 겹치며 사업비가 대폭 증가했고, 한수원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한수원의 공사손실충당부채에서 나머지 2200억원은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 사업은 유럽 현지의 엄격한 인허가 절차와 설계 승인 방식을 간과한 공정 설계로 인해 공사가 1년 넘게 지연 중이다.

설계가 확정되고 승인을 얻은 뒤 공사에 착수하는 유럽식 절차 대신 우선 공사부터 착수하려는 국내식 방식을 고수하려다 발생한 차질이다.

한수원의 이러한 대규모 손실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모기업인 한전의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이미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 입장에서 자회사의 해외 사업 부실은 재무 구조 개선의 발목을 잡는 돌발 변수가 됐다. 이는 전력 공급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한 야심 찬 도전이었지만 철저한 리스크 검토 없이 강행된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민생 경제에 부담을 지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수원은 “이집트 모든 기자재가 러시아 표준 규격을 충족해야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기자재가 해당한다”면서 “특히, 루마니아 사업 지연의 주된 사유는 국내 방식을 고수하려한 것이 아니라 유럽 현지 인허가 절차 및 설계 승인 과정의 특성, 발주처 요구사항 반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1년 넘게 지연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과 한수원은 1조4000억원 규모인 바라카 원전 공사비를 소송 중이다.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원전 사업이다. 한전이 주계약자이고 한수원이 건설 과정에서 운영 등의 업무를 맡았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2021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 9월 4호기까지 차례대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사기일 지연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예상보다 불어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한수원은 추가 공사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주계약자인 한전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전은 UAE 측으로부터 먼저 정산을 받아야 줄 수 있다고 맞섰다.

또한 한수원은 총사업비 25조원(4000억 코루나) 규모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수주에 성공했지만 저가 수주 논란을 비롯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사용료와 물품구매, 용역 등으로 수 조원대를 지불해야한다는 점에서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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