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강의보다 AI가 나아"... 대학 수업 시간 '딴짓' 늘어나는 이유는

소민교 2026. 3.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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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게시판 수업 태도 지적 글 잇따라
“유튜브 강의·AI가 더 낫다” 학생들 불만
“강의는 참여형으로, 평가도 바뀌어야”
서강대, 고려대 안암캠퍼스, 연세대 신촌캠퍼스(왼쪽부터 시계 방향)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업 태도 관련 게시글. 에브리타임 캡처.

“가능하면 수업시간에 집중해라.”

지난 16일 서강대 학생들이 주로 접속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인기 게시물에도 오르며 수업시간 ‘딴짓’을 둘러싼 학생들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작성자는 “앞으로 교수 정도의 엄청난 전문가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 등록금이 괜히 비싸겠냐”고 적으면서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을 비판했다. 댓글에는 공감 의견도 달렸지만, “내 등록금 내줄 거 아니면 너나 잘해라”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다른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됐다.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에브리타임에는 “(수업 시간에) 딴짓할거면 뒤에라도 앉아라”라는 불만 섞인 글이 올라왔고, 지난해 11월 가톨릭대 성의교정 에브리타임에도 이어폰인 '에어팟' 수업 시간 착용을 문제 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난해 4월 고려대 안암캠퍼스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에서는 ‘수업 예절 없는 애들 왜 이렇게 많냐’는 취지로 수업 중 휴대전화를 보거나 잡담을 하는 학생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대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대학생 중심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 태도는 예절의 문제'라며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는 수강생들을 비판했다. 또 교수 강의력 부족과 일방향 수업 방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체 학습 확산이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대학생의 수업 집중력 부족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대학 교육 방식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강의보다 자습이 낫다"... 수업 안 들어

강의력 문제로 자습·독학을 택했다는 내용의 에브리타임 게시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서울대,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서강대 에브리타임 캡처.

일부 학생들은 수업 집중력 부족을 단순히 수강생 태도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에브리타임에는 교수 강의력에 대한 불만으로 자습과 독학을 택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연세대 공대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강의력이 좋지 않은 교수님들이 많아서 과제나 시험 공부를 할 때 AI를 사용한다”며 “(AI를) 안 쓰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과제나 시험 공부를 할 때 생성형 AI인) 챗GPT와 제미나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며 “인도 사람이 강의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 동기들이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들의 학습 방식 변화는 AI 활용 확산에서도 드러난다.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대학생 1,000명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가 현재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보 검색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66.7%, 글쓰기·리포트 작성에 활용한다는 응답은 59.0%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에브리타임에는 강의 자료나 영상을 요약해주는 AI 추천 글과 강의를 녹음해 스크립트로 변환한 뒤 AI에 정리를 맡긴다는 반응도 올라왔다.

한국 대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가 떨어지는 배경에는 일방향적인 수업 방식의 한계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미국 대학에는 토론 시간을 두거나 가볍게 의견을 나누는 세미나 형식의 수업이 많다고 전했다. 이씨는 “미국은 대부분 세미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 대학에는 이런 수업 방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이런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한국 교환학생들이 (미국 대학에서도) 일부러 강의형 수업을 찾아 수강하는 모습을 보며 문화 차이를 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강의 중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했다. 그래픽=소민교·챗GPT5.3

“대학 교육 근본 가치는 사람의 성장”

교육 전문가는 AI 시대에 기존의 지식 전달형 강의가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지식이나 기술은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AI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며 “교수의 강의보다 정리를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수업 집중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런 수업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대학 구조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논문을 잘 쓰고 연구 성과를 내는 사람이 교수가 되는 구조”라며 “학생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다양한 경험을 시켜줄 수 있는 사람이 교수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왜 수업에 관심이 없고 왜 흥미롭지 않은 수업이 반복되는지는 대학의 커리큘럼과 교수 선발 구조의 책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학 교육의 가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교육의 가치는 사람과의 대화, 교수와의 대화, 사고의 성장, 간접적인 사회 경험에 있다”며 “가치 있는 교육을 만들려면 강의 방식도 참여형으로 바뀌어야 하고 평가 역시 객관식과 단답형보다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성장을 키워낼 수 있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식을 강의로 전달하고 그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옛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건 지금 교육 환경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민교 인턴 기자 sohminkyo02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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