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떨어졌어요, 생기부 어쩌죠?”…대입 준비로 동아리 면접 보는 아이들

이호준 기자 2026. 3.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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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맞는 고등학교의 일상이 돼가고 있는 동아리 전쟁
메디컬·생명과학 등 취업 잘되는 이과 계통 동아리의 인기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주간경향]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학생은 최근 교내 화학 실험 동아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학교에서 인기가 높은 동아리인 만큼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서류 심사에 이은 면접에서 최종 탈락했다. A학생은 “면접에서 화학반응식 질문이 나와서 떨어졌구나 생각했다”면서 이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고 해서 독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벌써 입시에 망한 것 같아서 괴롭다”고 말했다.

새 학년 동아리 전쟁이 올해도 돌아왔다. 교실 벽면을 채운 동아리 홍보 포스터는 단순한 안내문이 아니라 향후 3년의 대입 전략을 결정짓는 선발 공고나 마찬가지다. 과거 동아리가 취미와 적성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놀이터였다면, 지금의 동아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성패를 가르는 ‘전공 적합성’ 생산 공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생기부)에 적어넣을 ‘전공 적합성’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 동아리 제출용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쓰고, 압박 면접에 대비하는 이른바 ‘동아리 입시’를 준비하는 신입생들의 모습은 이제 새 학년을 맞는 고등학교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A학생의 어머니는 “동아리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알았다면 미리 준비를 시켰을 텐데 아이한테 미안하다”면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독서 동아리로 생기부 쓰는 방법을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요한 학생도 본인이 희망하던 동아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전공을 목표로 하는 그는 방송반 모집에서 탈락한 뒤 영어 토론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는 “진로에 맞게 동아리 활동을 하라고 교육부에서 시킨 것 아니냐. 그런데 인원이 다 차서 동아리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진로에 맞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나”면서 “이게 대학 입시하고 다른 게 뭐냐”고 답답해했다.

과학 정규 동아리 모집공고. 고등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자율 동아리보다 정규 동아리로 몰려

최근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선택의 중요성은 대학 입시에서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이 넓어지는 것과 비례해 커지고 있다. 생기부가 사실상 지원자의 학업 역량에 더해 전공 적합성이나 발전 가능성, 리더십 등 인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이력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다.

특히 2019년 정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으로 교내 정규 동아리 활동과 교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등 대입 전형자료가 공정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정규교육과정 외의 모든 비교과 활동의 대입반영을 폐지하고, 자소서 제출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은 논문 공저자 등재와 허위 인턴십, 표창장 위조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출신 고등학교나 부모의 환경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개입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유은혜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였다.

2024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공정성 확보라는 성과 뒤에 이른바 ‘동아리 입시’라는 그림자도 남겼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율동아리 활동의 대입 반영이 금지되고, 대외활동 기재도 안 되면서 기재할 수 있는 남은 항목들의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면서 “몇백자로 고등학교 3년을 압축해서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동아리와 세특에 적을 수 있는 단어와 내용의 수준을 극단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동아리는 자율 동아리와 정규 동아리로 크게 나뉜다. 자율 동아리는 취미나 적성을 공유하는 학생들끼리 모여 자체적으로 만든 교내 동아리를, 정규 동아리는 국가 교육과정(창의적 체험활동)의 4가지 영역(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중 하나로 주로 정규 수업 시간에 활동하는 동아리를 말한다. 과거에는 자율 동아리에서의 활동 역시 생기부에 적어 지원자의 능력과 특성, 전공 적합성을 대학 측에 홍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자율 동아리 개설 활동까지 자기 주도성을 자랑하는 장점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생기부에는 자율동아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 30자만 적을 수 있게 됐고, 그마저도 대학에는 전송되지 않게 바뀌었다.

메디컬·생명과학·반도체 동아리 인기

반면 정규 동아리는 매 학년 500자씩 3년간 1500자의 동아리 활동을 상세하게 기재할 수 있어 세특과 더불어 다양한 진로 활동이나 실험, 리더십 활동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도록 남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메디컬 계열 같은 경우 예를 들어 1학년 때 왜 생명과학 동아리를 선택했으며 3년 동안 어떤 실험하고, 독서하고, 토론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 목표를 세우는 것까지 순서대로 한 세트가 완성”이라면서 “1500자짜리 자소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 쓰려면 생명과학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필수이고, 그래서 동아리 떨어지면 자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리 활동의 대입 기여도가 이렇게 압도적이다 보니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메디컬·생명과학 동아리나 반도체, 에너지, 화학 등 이른바 취업이 잘되는 이과 계통 동아리의 인기가 치솟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특히 인기 동아리 지원자가 넘쳐나고 입시에 버금가는 경쟁 과열 양상까지 펼쳐지면서 아예 동아리 가입을 선착순으로 받고 끝내는 학교도 늘고 있다. 경기도 소재 B고등학교는 올해부터 정규 동아리 신청을 학사관리 앱을 통해 받았다. 이 학교 학부모 조연희씨는 “네이버 시계를 켜고 정각에 들어갔는데도 다 마감되고 겨우 남은 과학 동아리 신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교에서는 동아리 신청 때문에 따로 학원에 특강도 요청하고, 국어 학원에서는 자소서 작성도 해준다고 한다”면서 “1지망, 2지망 동아리 자소서 다 쓰고, 면접 준비하는데 시간, 돈 허비하는 것보다는 (선착순이) 훨씬 효율적이고 공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고충 역시 크다. 대입에서 동아리 활동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는 지도 교사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한 과학 담당 교사는 “학생들 세특 작성을 하는 것도 어마어마한데, 동아리 활동까지 일일이 작성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면서 “특히 동아리 활동의 경우 학생들이 따로 넣어달라는 내용도 많아서 넣어줄 수 없는 내용은 왜 못 넣어주는지 설득하는 일도 매우 스트레스”라고 전했다. 그는 “동아리 탈락한 아이들끼리 따로 (과학) 동아리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생기부에 간접적으로 반영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워서 신생 동아리 만드는 허들이 아주 높다”면서 “동아리에 탈락하고 새로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도 딱하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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