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으로 부탁드려요” 이제부터 16금?…SNS 금지법 전세계 확산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6. 3. 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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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이제는 일상과 떼놓을 수 없을 정도인 소셜미디어.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이 유통되고, 유행이 형성되는 여러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찾는 존재로 자리 잡았어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대체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꽤 오래전부터 청소년의 과도한 휴대전화 이용은 많은 부모의 걱정거리였는데요. 아무래도 국적과 상관없이 어른들의 마음은 비슷했나 봐요. 올해 들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 각국에 불어닥치고 있거든요.

호주가 쏘아 올린 금지법
지난해 12월 10일 호주는 세계 최초의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법’을 시행했어요. 16세 미만 청소년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X), 유튜브 등 10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정한 법이에요. 규제 대상이 된 서비스들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삭제하고 신규 계정 개설도 금지해야 해요. 법을 어기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00억원)의 벌금이 부과돼요.

논쟁적인 법이었지만, 호주는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법안 통과를 택했어요. 법 시행 후 1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는 10개 소셜미디어 업체가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약 470만 개를 삭제하거나 사용 중단 처리했어요. 삭제된 계정 수는 16세 미만에 해당하는 호주 전체 인구의 2배에 달했어요.

물론 모든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이용을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계정 생성을 위해 출생 날짜를 속이거나, 거주 국가를 바꾸는 방법을 쓰는 이들이 꽤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법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고 나니, 많은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했대요. 부모와 선생님 등 어른들도 ‘소셜미디어를 쓰지 않거나 줄여야 할 이유’를 쉽게 거론하게 됐죠. 성인 명의로 몰래 계정을 만들어서 쓰는 아이에게 부모가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거니까요.

법이 시행된 후 호주의 한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발송한 안내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포함됐다고 해요. “안전벨트 착용과 공공장소 흡연 금지는 이전 세대에게 중요한 변화였으며, 이번 소셜미디어 금지는 우리 세대에게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은 공공장소 흡연이나 안전벨트 미착용을 ‘잘못된 행동’으로 여기는 것처럼,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또한 곧 ‘당연히 잘못된 일’로 여겨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어요.

소셜미디어 금지한 이유는?
뭐든지 과한 건 여러모로 좋지 않을 테고,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이 딱히 유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극단적인 ‘금지법’까지 만든 이유를 한 번 짚어볼게요. 호주 정부는 법안 관련 안내에서 이렇게 설명했다고 해요.

“청소년은 소셜미디어에서 감당하기 힘든 압박을 받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설계 특성상 스크린을 장시간 보면서 부정적이고 조작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알림에 대응하고, 사라지는 콘텐츠를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수면의 질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대체로 소셜미디어가 성장기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이에요. 요즘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사이버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이 일어나고, 딥페이크 범죄를 포함한 성 착취 범죄까지 발생한다는 점도 중요해요. 소셜미디어의 활성화에 따라 청소년은 범죄에 노출된다는 부작용을 드러낸 셈이니까요.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청소년의 행복도를 떨어뜨린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존재해요. 최근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와 갤럽, 영국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가 47개국 15~16세 청소년 27만여 명을 조사해 이달 19일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 2026’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오래 이용하는 학생의 행복도가 짧게 쓰는 학생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어요.

특히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X)처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나,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큰 플랫폼은 행복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가장 행복한 소셜미디어 사용’은 하루 1시간 미만에 해당했어요.

줄줄이 법 만드는 세계
이런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특정 문구나 콘텐츠를 청소년이 보지 못하게 차단하거나, 부모가 자녀의 계정을 감독하게 허용하는 등의 청소년 보호 정책을 내놨어요. 그럼에도 문제는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나 봐요. 결국 각국 정부들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는 분위기예요.

이달 들어 인도네시아가 두 번째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했어요.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체코, 덴마크, 포르투갈,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 40개국 이상이 비슷한 법안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은 올해 안에 법안을 시행할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나와요.

유럽 국가들이 각종 제도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더 많은 나라가 뒤따를 수 있어요. 우리와 가까운 국가인 중국과 일본도 소셜미디어 금지법 검토에 들어갔을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곧 비슷한 소식이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위협 느끼는 소셜미디어
주로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어요. 2024년 3월 기준 세계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약 51억 7000명으로 추산됐는데요, 이 중에 3~5억 명은 16세 미만 사용자였던 것으로 추정돼요. 어마어마한 사용자가 한 번에 줄어들 수 있는 거죠.
더 큰 위협은 어렸을 때 이용 습관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소셜미디어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앞서 언급했던 한 호주 학교의 안내문 내용처럼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공공장소 흡연’ 같은 행위로 인식될 경우, 아무래도 사용자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겠죠.

메타, 엑스(X), 구글 등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미국 거대 IT 기업들은 소셜미디어 금지법 제정을 강하게 반대해 왔는데요. 요즘 분위기로는 법 제정을 막기보다 청소년 보호 시스템을 철저히 마련하는 데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여요. 심지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강도 높은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시작됐거든요.

물론 ‘표현의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헌법을 고려하면, 제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실제로 유타주, 조지아주, 버지니아주 등에서 추진된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조치가 법원 판단에 가로 막혔고, 14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한 플로리다주는 메타와 틱톡, 구글 등이 속한 기술업계 단체 ‘넷초이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어요. 이 단체는 연령 확인 과정을 강화하면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기 쉽고, 익명 표현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요.

누구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침해할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히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호주에서 불어오는 소셜미디어 금지법의 바람은 어디까지 닿게 될까요? 우리나라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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