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 한반도는 안전한가

일본 남서부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 해곡은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연간 약 4~6㎝ 속도로 섭입하는 대표적인 판 경계 지역이다. 두 판이 충돌하며 축적된 응력이 한계에 이르면 규모 8.0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다.
1946년 발생한 규모 8.3의 난카이 지진이 대표 사례다. 당시 1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만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됐다. 역사 기록과 지질 연구에 따르면 난카이 해곡에서는 약 100~150년 주기로 대규모 지진이 반복됐다. 마지막 지진 이후 약 80년이 지난 지금, 재발 주기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향후 30년 이내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약 80%로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거대 지진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반도가 일본처럼 직접적인 파괴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반도는 진원에서 수백㎞ 이상 떨어져 있고, 일본 열도가 일종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사안들은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장주기 지진동에 의한 피해다. 규모 8~9급의 거대 지진은 강한 장주기 진동 성분을 갖는다. 진동이 멀리까지 전달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장주기 진동은 초고층 건물이나 장대 교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과 가까운 남해안 지역의 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흔들림을 체감할 경우 사회적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장주기 진동을 고려한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고층 건축물의 안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퇴적층으로 이뤄져 지진동이 증폭되는 특성을 지닌 지역에 대한 건축물 및 시설 점검 역시 중요하다.
둘째, 지진해일(쓰나미)의 간접 영향이다. 난카이 해곡에서 대규모 해저 변형이 발생하면 일본 태평양 연안에는 대형 지진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는 일본 열도에 의해 일차적으로 차폐되지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해일 일부 에너지는 우회해 대한해협을 거쳐 남해안과 제주도에 도달해 약 50~200㎝ 내외의 파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분석도 있다. 항만·조선소·산업단지·발전소 등 해안 기반 시설은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지각 변형과 지진 촉발 가능성이다. 난카이 대지진에 의해 발생한 아시아판의 지각 변형은 남남동 방향으로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한반도 지역별로 변위가 발생할 수 있다. 동시 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반도 지각 변위가 원래대로 복원되는 과정에서 미소지진이 한반도에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파열 한계치에 근접한 단층에서는 중소 규모 지진이 발생할 공산이 있어 지각 변형과 지진 활동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넷째, 경제적 충격이다. 난카이 해곡과 인접한 주부·간사이 지역은 일본 제조업의 핵심 벨트다. 자동차, 반도체 소재, 정밀기계, 배터리 산업이 밀집해 있다. 대지진으로 일본의 공장과 항만이 멈춘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한국 산업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재고 전략, 공급선 다변화, 전략 품목의 공동 비축 같은 선제적 대비가 요구된다.
다섯째, 환경 리스크다. 일본 서남부에는 원자력 발전소와 대형 산업 시설이 위치해 있다. 지진과 지진해일이 복합 재난 형태로 발생한다면 방사성 물질이나 화학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학·생물학·방사능 오염의 확산과 해류 이동에 대한 과학적 예측 체계를 구축하고, 한·일 간 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재난은 국경을 넘는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리스크’다. 지진은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그날’이 왔을 때 우리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다. 과학적 평가에 기반한 냉정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용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안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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