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마세요! 런웨이가 선택한 세 가지 슈즈

이설희 기자 2026. 3. 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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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만 바꿔도 봄은 달라집니다

[우먼센스] 지금 런웨이의 발끝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콰이어트 럭셔리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 그리고 패션의 중심이 다시 '표현'으로 돌아왔다는 것.

catwalkpictures

26 S/S 컬렉션이 제안하는 슈즈 트렌드는 크게 세 갈래다. 꽃과 리본으로 완성한 페미닌의 귀환, 슬림하고 경쾌하게 진화한 스니커즈의 새 챕터, 그리고 모든 실루엣을 단숨에 장악하는 레드의 질주까지. 이 세 가지는 지금 당신의 신발장을 업데이트해야 할 분명한 이유다.

TREND 1. Feminine Mood

봄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플로럴 포 스프링'이라는 문구가 진부하게 느껴졌다면, 올해만큼은 그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런웨이 위에서 피어난 꽃과 리본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입체적이고 조각적인 존재감으로, 때로는 슈즈 전체를 삼킬 듯한 압도적인 볼륨으로 시선을 장악했으니까.

erdem
dior
giambattista valli

에르뎀은 스퀘어토 발레 플랫 위에 핑크 리본을 크게 묶어 올렸고, 디올은 체크 패브릭 슬링백 토박스에 리본을 매달아 달콤함과 위트를 동시에 건넸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선명한 옐로우 플랫 슬라이드 위로 오간자 플라워를 두 송이 달아 경쾌함을 배가했다.

dior

중요한 건 이 모든 장식들이 '귀엽다'는 말보다 '강하다'는 말에 더 가깝다는 점. 볼드해진 사이즈, 풍성해진 소재 그리고 더욱 과감하진 배치까지. 이제는 인정하자. 페미닌은 돌아왔다는 것을. 훨씬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

TREND 2. Sneakerina & Slim Runner

스니커즈가 '그냥 편한 신발'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는 꽤 됐지만, 이번 시즌은 그 진화의 방향이 확연히 갈린다. 슬림 러너와 스니커리나,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되는 이번 시즌의 스니커즈 트렌드는 전혀 다른 미감에서 출발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운동화답지 않게' 아름답다는 것.

dries van noten
kent & curwen
iceberg

슬림 러너는 두꺼운 쿠션 솔을 덜어낸 자리에 날렵한 실루엣을 채운 스타일이다. 드리스 반 노튼은 옐로우 에나멜 소재로 이 실루엣을 완성하며 얇고 납작한 솔, 군더더기 없는 라인이 담긴 스니커즈가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켄트 앤 커원 또 어떤가. 실버 메탈릭과 PVC를 조합해 스포티함과 럭셔리 사이의 경계를 흐렸고, 아이스버그 또한 네이비와 레드 컬러블록 레트로 러너에 레드 양말을 매칭해 스포티한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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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슈즈의 섬세함을 스니커즈의 구조 위에 얹은 하이브리드 스타일인 스니커리나. 새틴 소재, 리본 레이싱, 포인티드 토 등에서 빌려온 요소들이 운동화의 밑창 위에서 전혀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음을 이번 런웨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블루 메시 소재의 발레 플랫에 굵은 로프 레이싱을 발목까지 감아 올려, 발레리나의 리본 끈을 스트리트 감성으로 번역한 키코 코스타디노프. KNWLS는 그 반대로 접근했다. 핑크 에나멜 소재의 볼륨감 있는 스니커 위에 가느다란 리본 레이싱을 얹어, 스포티한 실루엣 안에 페미닌함을 슬쩍 심어둠으로써.

fendi

펜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크로셰 니트 소재의 블루 스니커로 '텍스처' 자체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소재가 달라지면 같은 실루엣도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이것이 이번 시즌 스니커즈가 말하는 방식아닐까. 스니커즈는 이제 '편안함'이 아닌 '태도'로 선택하는 신발이 됐음을 런웨이는 선언했다. 

TREND 3. Red Everything

한 시즌을 통틀어 하나의 컬러가 이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된 경우가 있었던가. 26 S/S 런웨이, 특히 슈즈에서 레드는 특정 스타일을 가리지 않았다.

akris
bottega veneta
ferragamo

레드 에나멜 포인티드 플랫으로 블루 드레스와의 강렬한 컬러 블로킹을 완성한 아크리스. 보테가 베네타는 레드 퍼 소재 키튼힐 뮬을 등장시키며 예상 밖의 조합으로 시선을 낚아했다. 페라가모는 레드와 크림의 블록힐 오픈토 샌들에 골드 체인 디테일을 더해 하나의 슈즈 안에 이 시즌의 모든 키워드를 집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endi

펜디는 레드 새틴과 크림을 조합한 블록힐 슬링백 샌들로 이 시즌 레드의 가장 럭셔리한 해석을 내놓았다. 발등을 가로지르는 골드 체인이 스트랩을 대신하고, 하트 모티프의 조각적인 힐이 시선을 붙잡는다. 슈즈인지 주얼리인지 경계가 흐릿할 만큼. 니콜로 파스콸레티의 레드 메리제인은 반대로 군더더기를 모두 걷어낸 채, 컬러 하나만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레드는 '포인트 컬러'라는 오랜 역할을 내려놓았다. 플랫이든 힐이든, 새틴이든 에나멜이든 어떤 실루엣 위에서도 레드 슈즈는 룩의 마지막 문장을 완성하는 마침표였다. 이쯤 되면 한 켤레를 갖춰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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