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인데, 검사 권한 더 세진다?…남은 불씨는

앞으로 검찰청이 없어집니다.
검사들은 '공소청'으로 가서 '기소', 즉 사건을 재판에 넘기고 재판을 수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맡고, 여기엔 검사 대신 전문 수사관들이 배치됩니다.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법안. 의견 대립 끝에 합의안이 도출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펼쳤습니다. 갈등 속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법조계에서도 여전히 법안의 효용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 검찰', '권한이 비대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인데 여전히 검사의 권한이 너무 많다는 우려. 반대로 경찰 등 또 다른 수사 기관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어지고, 수사 책임도 모호해진다는 우려가 팽팽합니다.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제기된 우려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수정된 법안, 그리고 다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이름만 바꾼다?
법안을 두고 제기된 우려 중 하나는 '검찰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검찰총장이란 직위가 남아있는 데다, 검사와 수사관들도 공소청으로 그대로 가기에 사실상 '이름만 바꾼 검찰청' 아니냐는 논란입니다.
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재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명칭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입니다.
검사의 권한은 어떨까요.
공소청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와 '수사개시'가 사라지면서, 직접 수사를 할 수도 새로 수사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공소청 검사는 기본적으로 '기소'만 담당합니다.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지게 된다는 겁니다.
다른 수사 기관이 처리한 사건을 모두 넘겨받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건 송치'가 문제인 건데요.
하지만 실제 법안에서는 '전건송치'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소청 검사는 사건을 넘겨받더라도 기소 여부만 판단하게 됩니다. 수사가 더 필요할 경우엔 수사 기관에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만 있습니다.
과거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으면 이를 재수사하는 등 '컨트롤'할 수 있었던 것과는 실질적으로 다르다는 겁니다.
검사가 여전히 영장을 청구할 권한이 있다는 부분은 어떨까요.
검사는 헌법에 따라 영장 청구권을 가지지만, 수사 기관의 영장 신청이나 집행에 '관여'해 지휘하는 권한은 이제 없어집니다.
■'중수청은 공소청 하부 조직?'
검사의 직무를 제한했지만, 우회적으로 수사 권한이 다시 부여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습니다. 특히 중수청 수사에 공소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해석도 나옵니다.
공소청법에 '그밖에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는 직무에 대한 포괄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령 등 다른 법령을 통해 검사 직무를 넓힐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정부는 이 조항은, 친권상실 청구 등 민사나 공익적 법률 업무를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수사권을 가지게 된다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도 "공소청은 법무부, 중수청은 행정안전부로 그 소속을 완전히 분리했다"며 "검사가 중수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럼, 중수청은 누가 견제하나"
이렇게 중수청 수사에 대한 검찰의 권한을 최소화한 법안이 통과된 데에 대해, 방향성이 다른 우려도 있습니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삭제했지만, 이로 인해 중수청의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을 강력히 통제했던 검찰의 퇴장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화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검찰을 대신해 경찰 견제나 수사기관들에 대한 견제, 수사기관 간의 업무 협력 및 조정을 담당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사법경찰 지휘·감독권 폐지'…특사경, 나홀로 수사?
이 '견제' 부분에서 가장 큰 우려가 나오는 건 특사경입니다.
당·정·청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했습니다.
특사경은 환경과 식품, 노동 등 50개 분야에서 일반 경찰 대신 수사권을 예외적으로 부여받은 일반 공무원입니다.
전국 2만여 명에 달하지만, 행정직 공무원인만큼 순환 근무가 잦아 '수사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 검사의 지휘를 받아 해당 분야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식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특사경 역시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주최로 열린 '특별사법경찰 운영책임자 회의'에서 검사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전문 분야 사건의 경우 특사경 자체적으로 범죄 성부 판단이 어렵다며, 수사 초기부터 전담검사 지정 등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습니다. 각 지검 담당 검사와 특사경 간 신속한 의견 교환을 위한 핫라인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이 사라지면서, 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정지웅 변호사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을 몽땅 지우면서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해 사실상 아무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위법수사, 부실수사, 선별수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통째로 비워둔 채 검찰 수사 배제만 외치는 건 개혁이 아니라 위험한 정치적 실험"이라며 "검찰의 정치수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특사경이 새로운 '관치 수사'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은 더 복잡한 상황이 있습니다.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 '지자체장' 아래에 특사경이 정치적 지형에서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됩니다.
다만,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직을 사퇴한 박찬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박 교수는 SNS를 통해 "(특사경의 문제는) 수사절차에 관한 규정이므로 형사소송법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지금도 특사경 지휘 관련 규정은 형사소송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형사소송법 개정 때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완수사권 논쟁은 불씨로 남아
검찰 개혁의 핵심 쟁점인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검사가 수사 기관의 수사가 부족하면 다시 더 수사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사실상 수사에 개입 혹은 견제할 권한이기도 합니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 때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1일, 16일에 이어 27일에도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법조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렸습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보완수사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을 경우, 1차 수사기관이 검사로부터 보완수사를 요구받더라도 스스로 내놓은 결과를 뒤집을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시행된 '법왜곡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충분한 보완수사가 수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가 기소하거나 불기소하는 경우, 법왜곡죄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검사의 보완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 발견이 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책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송지헌 서울경찰청 수사부 경정은 "보완수사의 미진이 법왜곡으로 연결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은) 수사를 개시할 수 없을 뿐, 당해 사건 내지 관련 사건의 범위에서 임의 수사와 강제 수사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사실상의 완전한 직접 수사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장주영 변호사 역시 "과거 검사들의 직권 남용 사례가 반복된 만큼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면 인지수사, 특수수사도 필요하든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류경은 교수는 '원칙은 보완수사 요구로 하되,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예외적으로'라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강제수사 요건과 통제장치를 엄격히 두자고 제안했습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상황. 추진단은 보완수사권과 관련한 공론화 과정을 10여 차례 거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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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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