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흰색점퍼와 색깔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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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색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색깔론이 아닌 정당이나 선거의 상징색에 관한 이야기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에서 상징색은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탄핵과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보수정치가 길을 잃게 되자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색깔 정치의 기본 문법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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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버린 국민의힘 유세…조직 내부의 사망선고
바뀌지 않으면 국민이 지역기득권 심판할수도

정치와 색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색깔론이 아닌 정당이나 선거의 상징색에 관한 이야기다. 정치에서 색은 단순히 이미지의 한 요소가 아니라 정체성과 지지층을 상징하는 정치적 코드에 해당한다.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내 편이 되어 달라고 호소하는 일종의 정치 언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에서 상징색은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마치 과거 전쟁에서 각 진영이 군기(軍旗)를 높이 치켜드는 이치와 비슷하다.
정치에 쓰이는 색깔에는 종종 '바람'이나 '돌풍'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DJ가 주도했던 1988년 평화민주당의 황색돌풍은 사실상 정당색이 대중적으로 부각된 원조라 할 수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노랑, 녹색, 파랑이 번갈아 사용된 반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파랑과 빨강으로 이어졌다.
이념과잉의 시대를 거쳐온 한국정치에서 새누리당의 빨강은 당시로선 파격 그 자체였다. 디도스 사태와 재보선 패배로 여권이 곤경에 처하자 총선을 앞둔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과 색깔을 모두 바꾸는 충격 요법으로 선거국면을 돌파했다. 이후 보수진영 당명이 수차례 변경됐음에도 당의 색깔은 그대로 이어졌다.
탄핵과 극우세력의 준동으로 보수정치가 길을 잃게 되자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색깔 정치의 기본 문법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상당수 후보들이 유세 현장에서 상징색을 포기한 채 흰옷을 입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수도권 등 곳곳에선 장동혁 대표의 지원유세 조차 필요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상황도 심각하다. 윤어게인 본색과 공천난맥이 겹치면서 당지지율은 최악으로 치닫자 여기서도 빨간 점퍼를 꺼리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추경호 의원은 빨간 목도리도 없이 흰 점퍼만 입고 유세에 나선 모습이 수차례 카메라에 잡혔다.

장동혁 대표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판결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될 당시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어게인' 하자는 정당에 건전한 국민이 호응하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흰색 점퍼 전략은 당이 선거에서 짐이 될 때 등장했다. 특히 당의 상징색을 버리고 당대표의 지원마저 기피한다는 건 조직 내부가 사실상 당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의 이미지가 실추해 도저히 당에 기댈 수 없을 때 당 색깔을 지우려는 본능이 생긴다고 보면 유세장의 점퍼 색깔은 당의 위기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당의 색깔을 지우려는 후보들의 고육지책은 이해할만 하지만 당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당 말고 후보를 봐달라'는 메시지는 정당정치의 기본을 거스르는 허구이거나 눈속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나 2024년 총선의 흰색 점퍼 유세도 결과적으로 이미지 쇄신에 실패한 채 참패로 끝났다.
국민 다수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통해 선거가 지닌 엄중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내란심판 과정을 거치면서 유권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올라갔을 것이다. 텃밭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한줌 남은 기득권 지역정치 마저 심판받는 순간을 맞이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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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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