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깔면 매달 돈 나온다?… 농촌 ‘햇빛소득’ 나도 받을 수 있을까[나유정]

김용훈 2026. 3.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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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햇빛연금’ 등 성공 사례 속속… “농촌 소멸 막을 구원투수”
지자체 지원부터 주민 협동조합까지 유형 다양… ‘영농형’이 대세
농촌경제硏 “단순 보상 넘어 주민이 소유 주체 돼야… 전력망 확충은 숙제”
햇빛소득마을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전남 신안군에 거주하는 70대 농민 A씨는 매 분기 통장을 확인하는 재미로 산다. 농사일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던 그에게 분기마다 수십만 원씩 꼬박꼬박 입금되는 ‘햇빛연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이 제도 덕분에 인구 감소로 적막했던 마을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최근 고령화와 소득 정체로 고사 위기에 처한 농촌에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소득’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탄소중립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햇빛소득 국내외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모델이 확산될수록 농촌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탄소중립이라는 환경적 목표를 넘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에너지 민주주의’와 ‘농촌 경제 회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당’부터 ‘지출 절감’까지… 우리 동네는 어떤 모델?

특히 주민이 단순한 수혜자를 넘어 발전 사업의 소유와 수익 창출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성공적인 햇빛소득 모델은 세가지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수익 공유형’이다. 전남 신안군이 대표적이다.

신안군은 기업이 태양광 발전 수익의 30%를 주민에게 배당하도록 제도화했다. 주민들은 거주 기간과 연령 등에 따라 분기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8만원까지 받는다. 이는 단순한 보상금을 넘어 고령층에게는 든든한 ‘연금’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부자가 되는 ‘주민 자립형’도 있다. 경기 여주시 구양리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발전협동조합을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전액은 마을 공용차량 운영이나 공동 식당 식재료비 등 마을 전체의 복지 향상을 위해 사용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지출 절감형’과 ‘농촌 재생형’이 돋보인다.

미국 모나드녹 커뮤니티는 현금 대신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계량기에서 직접 상계해 주어 참여 농가의 생활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준다.

일본의 시민에너지치바는 버려진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그 수익으로 청년 농업인의 경작위탁료를 지급해 세대교체를 유도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나도 받을 수 있을까? 참여 주체별 ‘3대 모형’

그러나 단순히 태양광 판을 설치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햇빛소득’은 아니다. 누가 사업을 이끌고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주민이 체감하는 수익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협동조합이 공동 부지(잡종지 등)에 300kW 이상 1MW 미만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이다. [헤럴드경제 DB]

현재 햇빛소득은 기업 주도형, 지자체 지원형, 공동체 주도형의 세 가지로 나뉜다.

‘기업 주도형’은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전문 민간 기업이 사업을 총괄한다.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계통 연계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기업이 도맡기 때문에 사업의 ‘안정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주민은 지분 참여나 채권 매입 등의 방식으로 사업비 일부를 투자해 발전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받는다.

다만, 기업이 이윤을 독점한다는 오해를 사기 쉬워 주민 수용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남 신안군처럼 ‘발전 수익의 30% 공유’를 조례로 명문화하는 등 민간의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자체 지원형’은 초기 자본이 부족한 농촌 어르신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마중물’ 역할을 한다. 경기도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사례처럼 사업비의 80% 가량을 공공이 지원하면 주민은 소액의 출자만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 모델은 정책 확산 속도가 빠르지만, ‘공공 재정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숙제다. 지자체의 예산 상황에 따라 사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 사례처럼 초기 설립 준비금은 정부가 돕되, 운영 단계에서는 주민 자부담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 자립성을 키우는 설계가 필요하다.

‘공동체 주도형’은 주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발전소의 주인이 되는 모델이다. 경기 여주시 구양리 사례처럼 주민 지분이 100%인 경우, 발전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온전히 마을로 돌아온다. 이 돈으로 마을 식당을 운영하거나 공용 차량을 구입하는 등 ‘마을 복지의 화수분’ 역할을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초기 자본과 운영 역량’이라는 높은 벽이 존재한다. 주민들이 발전소 운영 실무나 회계 처리에 미숙할 경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 웨스트밀 협동조합처럼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문가 집단의 컨설팅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농사 포기할 순 없는데…” 식량안보 지키는 ‘영농형’이 해법

일각에선 “멀쩡한 논밭을 태양광 판넬로 다 덮으면 식량은 어디서 구하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선 농지 훼손과 경관 파괴에 대한 거부감이 주민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에는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패널의 각도와 간격을 조절해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솔라셰어링)’이 이에 대한 해법이 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 설치 시 해당 농지의 수확량이 인근 일반 농지의 80% 이상을 유지하도록 엄격히 관리하며, 이를 어길 시 발전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암초는 구조적 제약이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설계해도 전력을 보낼 전력망(계통)이 포화 상태라면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농촌 지역이 계통수용여유량 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년호 KREI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시설을 짓는 것을 넘어, 주민이 소유의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가 핵심”이라며 “정부는 계통 접속 제한과 같은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을 선택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유정]은 ‘나에게 유용한 정책 정보’를 쉽게 풀어 소개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이 제안된 배경과 변화의 의미를 짚고, 누가·언제·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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