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척 아니라 버티는 중”… 영포티 가면에 가려진 40대 ‘눈물’
주택 마련·양육비 집중 시기, 비소비지출도 최고…“자유로웠던 20대 향수 짙어”

“회사에서는 팀 실적 챙기고, 집에 가면 애 학원비부터 생각나요. 솔직히 쉴 틈이 없죠.”
수원 광교에 사는 김성규(가명·43)씨는 40대의 현실을 이렇게 털어놨다. ‘영포티(Young Forty)’라는 이름으로 젊은 문화를 좇는 40대가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직장과 가정, 경제적 책임이 동시에 얹힌 삶에 가깝다.
29일 경기일보 취재결과, 최근 온라인과 SNS에서는 40대를 ‘젊은 척하는 세대’, ‘나잇값 못하는 세대’로 규정하는 ‘영포티’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착용하거나, 20대가 주도하는 문화와 유행어를 적극적으로 소비·모방하는 모습이 부각되며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과 달리 대다수 40대 가장들은 경제와 가정, 직장에서 동시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40대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5.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실제 소비 구조에서도 40대의 부담은 수치로 확인된다. KOSIS 가계수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40대 가구의 소비지출은 약 450만3천원으로, 30대(약 440만8천원)보다 높고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2분기와 4분기에서도 각각 440만8천원, 457만1천원 수준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높은 지출 규모를 보였다.
문제는 소비뿐 아니라 필수 지출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비소비지출 역시 40대에서 가장 높은 구간을 형성하며, 소득이 높은 시기임에도 실제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지는 ‘이중 구조’가 나타났다.
대출 규모에서도 40대의 부담은 두드러졌다. 연령대별 개인대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0대 평균 대출액은 약 7천790만원으로, 30대(약 6천979만원)보다 800만원 이상 많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주택 마련과 자녀 양육 비용이 집중되는 시기적 특성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40대는 가구주 비중이 높은 연령대로,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책임지는 ‘이중 부양’ 구조에 놓여 있다. 직장에서는 중간관리자로서 실무와 조직 운영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위에서는 실적 얘기가 내려오고, 아래에서는 눈치를 봐야 한다”며 “중간에 낀 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긴 하는데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교육비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영포티’로 불리는 행동 역시 단순한 ‘젊은 척’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화성에 거주하는 서형준(가명·44)씨는 “현실에 지쳐 있다 보니 돌아보면 20대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못 해본 것들을 지금에서라도 해보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영포티’는 단순한 세대 특징이라기보다, 높은 책임과 부담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이면에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를 버텨내기 위한 개인적 선택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현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포티’라는 표현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생애주기 변화와 세대 경험이 결합된 결과”라며 “현재 40대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문화 참여자로 남아 있어 젊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과 친숙성이 높은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고용 불안과 자산 격차, 가족 책임이 집중된 시기이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불확실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황 교수는 “‘영포티’와 같은 이미지는 미디어와 플랫폼이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부각하며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일부 특징이 전체 세대의 특성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젊은 척’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자신이 여전히 사회의 주체라는 점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혜린 기자 heygong0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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