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해결사는 시장일까, 정부일까 [수능경제 가이드]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6. 3. 2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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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보는 틴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경제학의 역사는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누가 경제를 움직여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온 과정이었습니다. 국가의 철저한 통제에서 개인의 자유로, 그리고 다시 공공의 역할로 이어지는 거대한 사상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중상주의(16~18세기): 귀금속에 투영된 국가의 욕망과 통제
산업혁명 이전,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절대왕정 시대의 국가들은 국력의 척도를 ‘보유한 귀금속(금은)의 양’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를 중상주의(Mercantilism)라고 부릅니다. 당시 사상가들은 전 세계 부의 총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세계관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즉, 한 나라가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국의 부를 빼앗아 와야 한다는 적대적 논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신념 아래 국가는 관세 장벽을 높여 수입을 억제하는 한편,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을 독려하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했습니다. 나아가 더 많은 정화(正貨)를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그곳을 원료 공급지이자 강매 시장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금고에 금을 쌓으려는 국가의 집착은 끊임없는 국제 분쟁을 야기했을 뿐, 정작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과 소비 능력은 외면받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고전학파(18세기 후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져온 자유의 여명
1776년 애덤 스미스(Adam Smith·1723~1790)는 기념비적인 저서 ‘국부론’을 통해 중상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현대 경제학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는 국가의 자의적인 간섭이 오히려 경제적 비효율을 낳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금고 속 금의 양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진정한 부강함은 축적이 아닌 생산과 소비의 활력에서 나온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는 정부의 통제가 없어도 개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가격이라는 신호등이 자원을 가장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시장의 자정 능력을 신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입니다. 고전학파는 공급이 이루어지면 그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 곧 수요가 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신봉했습니다.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믿음 아래 정부는 국방과 치안 등 최소한의 질서만 유지하는 야경국가(Minimal State)에 머물러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가 이 시대의 지배적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케인스학파(20세기 초): 대공황의 참상과 ‘보이는 손’의 귀환
1929년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은 “시장은 언제나 스스로 치유된다”는 고전학파의 낙관론을 무너뜨렸습니다. 공장에는 재고가 넘쳐나는데 노동자들은 실직하여 굶주리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때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1883~1946)는 고전학파의 공급 중시 태도를 뒤엎는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케인스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구매력이 뒷받침된 ‘유효 수요(Effective Demand)’를 시장경제의 실질적인 엔진으로 보았습니다. 불황의 근본 원인은 생산의 부족이 아니라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과 의지의 결핍에 있다는 통찰이었습니다. 그는 개개인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소비가 줄어 경제가 침체되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더 이상 관망자가 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케인스는 정부가 적자 재정을 감수하더라도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처분가능소득을 늘려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과 정부의 조율을 결합한 수정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케인스의 이론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뒷받침했으며, 오늘날 각국 정부가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정·통화 정책의 확고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론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것을 문제에 적용하는 힘입니다. 방금 학습한 중상주의, 고전학파, 케인스학파의 핵심 논리들이 실제 시험 지문과 선지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아래 문제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① : |O| (가)의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 가격 기구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의미하며,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자유방임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② : |O| ㉡(케인스)은 대공황의 원인을 단순히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물건을 살 능력을 갖춘 ‘유효 수요’의 부족으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개입을 강조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돈을 빌려 공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그 사례이다.

③ : |O| 중상주의는 국가의 부를 금과 은의 보유량으로 보았기에, 보호무역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하여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④ : |X| (나)의 케인스 관점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는 정부가 오히려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공공 투자를 늘려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경기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

⑤ : |O| ㉠(애덤 스미스)은 시장의 자율성을 신뢰하는 ‘작은 정부’를, ㉡(케인스)은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정답은 ④번. 최봉제 매일경제아카데미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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