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어떡하나” 종량제 봉투 품절 우려
석유 수지 급등으로 생산 차질‥.유통망 불안
정부 “비축 물량 충분” 진화 나섰지만 시민 혼란
재활용 강화·공급망 안정 대책 시급히 요구

종량제 봉투 품절 사태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봉투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는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수지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자 석유 화학 원료 단가도 함께 오르며 국내 포장재 및 쓰레기봉투 제작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생산 축소가 재고 부족으로 이어졌고, 일부 중간 유통업체들은 향후 가격 인상에 대비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공급 불균형이 더 커졌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전국 주요 시·군·구에 공급된 종량제 봉투량은 예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했다. 서울, 경기 등 도시 지역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봉투 자체는 지자체가 생산을 위탁하고 가격을 통제하지만, 실질적인 제작과 공급은 민간 업체가 담당한다. 이 때문에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질수록 납품 지연이나 물량 조절이 발생하게 된다.
지자체는 현재 전국적으로 비축 물량이 충분하며, 단기간 내 공급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체감이 다르다. 편의점과 마트는 “업체 측에서 발주량의 절반만 들어온다”거나 “구청 확인 전까지 추가 입고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량제 봉투 나눔 게시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봉투 1묶음 급구”라는 글이 올라오며 희소 현상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재고 부족이 아니라, 공급 체계의 ‘불균형 구조’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한다. 대외 변수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면 중간 생산업체가 손해를 피하기 위해 조정에 나서고, 최종 공급망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량제 봉투는 단가가 낮고 마진이 적기 때문에, 원자재가 오르면 제조업체가 바로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일정 수준의 완충재고를 의무화하거나,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 비율을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되자 일부 지자체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공공창고에 비축된 예비 물량을 편의점과 마트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소형 및 중형 봉투 위탁 생산 업체를 1곳에서 3곳으로 늘려 계약하는 곳도 감지된다. 일부는 각 자치구에 ‘봉투 재고량 일일 보고’를 지시하며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더 크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사태와, 일본 수출 규제 때 불거졌던 원자재 부족 사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예상치 못한 품절’ 사태를 겪으며 정부의 빠른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재활용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경고 신호’로 해석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재활용 플라스틱 비율이 현재 40% 미만인데, 이를 높이면 석유 수입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관련 투자와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편은 생각보다 흘러넘친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임시로 구청에서 지급받은 공동봉투를 나눠 쓰고, 종량제 봉투 없이 쓰레기를 버렸다가 경비원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나왔다. 쓰레기 수거차 기사들은 “규정상 종량제 봉투에 담긴 폐기물만 수거할 수 있지만, 사정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일부 유연성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전쟁으로 시작된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시민의 일상 한 켠에까지 번져 나온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전의 전쟁이나 팬데믹 때와 달리, 일상적 공공재의 공급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가격과 연동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정부는 이번 주 내 종량제 봉투 공급 실태를 점검하고,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예비 비축분을 조기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민들의 불평 속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위기 때마다 드러나는 ‘공급망 민감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