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맡은 다주택 의원, 집은 몇 채나 있을까
부동산 신뢰 흔드는 입법부의 자기모순 드러나
주식은 백지신탁, 부동산은 규제 사각지대 여전
상임위 배제·공개 강화 등 제도 보완 시급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7일 공개한 ‘2025년 말 기준 국회의원 재산 변동 사항’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주요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가격을 줄이자고 외치는 입법자들이 정작 그 시장의 한복판에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정책 입안과 법안 심사, 예산 배분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기획재정위원회 역시 부동산 세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을 직접 다루는 위치다.
이런 자리의 의원들이 다주택자라면, 정책의 방향이 시장 안정이 아니라 자산가 유리한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의심은 피할 수 없다. 이해충돌의 소지가 제도 자체를 흔드는 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정책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부동산 투명성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은 이미 행정부 내 다주택 공직자나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관련 부서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시행하며 "공정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부동산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이 입법부에만 미치지 못한다면, 정책 추진의 근간은 불완전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입법기관이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예외를 두는 순간, 국민은 ‘기득권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라는 냉소를 거둘 이유가 없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은 ‘이해충돌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야 유지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의원이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 상승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면, 실제로 이익을 취했는지와 무관하게 정책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가능성’ 자체가 의심을 낳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다주택 보유는 바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문제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주식을 보유한 경우, 해당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일정 시한 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제도’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충돌 방지 장치가 거의 없다. 주식은 이해충돌 위험을 인정하면서 부동산은 ‘개인 재산’이라는 이유로 예외 취급하는 셈이다.
사실 이런 불균형은 오래된 관행의 결과다. 주식은 가격 변동이 즉각적이고 눈에 띄기 때문에 규제가 비교적 쉬운 반면, 부동산은 가치 평가가 복잡하고 시장이 지역 단위로 세분화돼 있어 규제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늘 제시됐다.
하지만 2021년 터진 LH 사태 이후 국민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부 정보를 통해 개발 예정지를 선점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사건은 “공직자의 부동산은 공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낳았다. 이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어 관할 지역 내 신규 부동산 취득은 제한됐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한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이다. 단순히 다주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거나,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정당한 상속, 이전 세대부터 이어진 가족 재산, 또는 실거주 목적의 1~2채 보유까지 문제 삼는 것은 행정 영역의 과잉 개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상임위원회가 규제 혹은 개발 정책의 직접 대상이 되는 지역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택지 개발 법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토교통위원이 그 지역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면, 정책 방향 하나로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가 실제로 정책 결정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은 ‘자산가 입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차단’이다. 즉, 이런 업무 관련성이 확인된 의원은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번에 공개한 재산 내역은 단순한 회계보고서가 아니다. 국회의 도덕성, 정책의 신뢰,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자화상이다.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사라지지 않고, 세대 간 자산 격차가 두터워지는 현실 속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부동산 정책을 논의하는 사람이 그 이익의 당사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상식의 복원이다. 국민의 상식은 이미 2021년 LH 사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국민은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를 “개인 자유”가 아닌 “공적 책임”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국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이 상식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법이나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부동산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의 재산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상임위 배제나 겸임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원 스스로 부동산 보유 내역을 공개하고,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자진 신고하는 ‘사전신고제’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국민 감시 이전에 의회가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장치다.
이러한 원칙은 단순히 ‘도의적 기준’이 아니라, 입법부의 신뢰와 정책 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단지 가격 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이 정책을 믿지 못하면, 그 어떠한 규제나 공급 확대 방안도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바꾸지 못한다. 결국 정책의 실효성은 ‘누가 그 정책을 만드는가’에서 출발한다.
지금 국회가 응답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부동산을 논하는 손이, 그 부동산을 쥐고 있어도 되는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재산공개 자료는 이 질문에 답할 기회를 제공한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한 국회의원이 부동산 규제 법안을 심사하는 구조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이해 충돌 방지’와 ‘국민대의’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의원의 자유로운 재산 보유권’과 ‘공직의 윤리적 의무’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길은 단 하나, 투명성과 제도화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는 날은 부동산 정책이 공정하게 설계되는 날이 될 전망이다. 그 첫걸음은 바로 ‘입법부의 이해충돌 제로화’에서 시작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더 이상 숫자와 주소를 단순한 통계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해당 의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법안 심의와 어떤 관련을 가지는지, 그 결과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는 그 투명성 위에서만 회복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제 국회는 부동산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