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명목을 찾아서](37)에밀 다겟 신부와 천주교 대구교구청의 왕벚나무

최미화 기자 2026. 3. 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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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대구생명의숲 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다겟신부가 제주에서 가져와 심은 교구청 왕벚나무.
2015년이었다 정홍규 신부(천주교대구대교구 원로사제, 경주시환경교육센터장)가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우리나라 한라산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에밀 다겟(Emile Taquet, 1873~1952) 신부가 1922년 천주교 대구교구청 산하 성유스티노 신학교 교수로 오면서 제주에서 가져와 안익사 앞과 대건관 옆, 성바오로수녀원에 심은 3그루가 있다는 제보를 대구 중구청에 했다. 이에 중구청(담당 김명주 관광개발과장, 훗날 국장으로 퇴임)에서는 놀라운(?) 이 제보를 검증하기 위해 필자와 박상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를 초청해 현장 조사를 했다. 그러나 꽃이 진 상태여서 진위(眞僞)를 가리기 어려워 왕벚나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에게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우리나라에서 왕벚나무를 최초로 발견한 다겟 신부.

그해 6월 23일 드디어 김 박사와 연구진 일행이 대구에 오고, 정 신부를 비롯해 박 교수, 필자, 대구수목원 유성태 연구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안익사 앞과 대건관 옆의 2그루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이때 정홍규 신부는 교구청 내 성직자 묘역의 다겟 신부의 묘소도 안내했다.
이에 김 박사는 지금까지 왕벚나무를 연구해 오고 있지만 다겟 신부의 묘소가 대구에 있다는 것과 학계에서는 타케로 부르는데 다겟인 것도 처음 알았으며 발음상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어 이후 묘비명에 적힌 것과 같이 다겟(Taquet)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러나 그 후 그가 보낸 유전자 감식 결과는 2그루 모두 한라산 자생지의 왕벚나무와 연관성이 없으며 현재 조경지 곳곳에 심겨있는 왕벚나무와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겟 신부가 가져와 심었다면 응당 한라산 자생지에서 처음 발견한 왕벚나무와 같을 것으로 믿었든 필자로서는 실망이 컸다.
에밀 다겟 신부의 묘지 빗돌에는 타케가 아니라 '다겟'으로 표기되어있다.
다겟 신부는 국적이 프랑스로 우리말 이름은 엄택기(嚴宅基)이다. 1873년 프랑스 북부 캉브레(Cambrai)에서 태어났다.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1898년 서울에 도착했다. 부산 범일 본당(당시 초량성당)의 3대 주임을 역임하고 밀양, 김해, 진주, 거제, 마산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1902년 서귀포 본당(당시 한논 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 그는 선교활동 이외 식물채집에도 열성을 보였다.
성유스티노 신학대학
1907년 포리 신부와 한라산에서 우리나라 특산 구상나무를 채집하고, 1908년 4월14일 관음사 일대에서 왕벚나무를 채집해 독일 베를린대학 쾨네 교수에게 보내 1912년 제주벚나무(Prunus yedoensis var. nudiflora Koehne)로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세상에 알렸다.
1931년 성유스티노 신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1945년 67세 때 고령으로 사임하고 은퇴해 지내다가 1952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생전(1911년)에 일본 아오모리에서 사목 활동하던 같은 국적의 포리(Faurie R. P) 신부로부터 온주밀감 14그루를 얻어와 제주에 보급해 재배 농가의 소득을 올리는 데 이바지한 신부이기도 하다.
왼쪽 두 번째로부터 김찬수 박사, 박상진 교수, 정홍규 신부, 조환길 대주교(현 천주교대구대교구장), 김명주 과장.

서귀포성당 면형의 집 뜰에 그때 일본에서 가져온 온주밀감 한 그루가 남아있어 직접 찾아가 사진도 찍은 일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2019년 고사(枯死) 헀다고 한다. 제주 귤 재배사에 귀중한 사료인데 너무나 아쉽다.
그러나 정말 기쁜 소식은 일년 후 개최(2016년 4월4일)된 정홍규 신부가 주관한 "왕벚나무 통합생태론 컨퍼런스"에서였다. 영남대학교 박선주 교수는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가 시행한 유전자 감식 결과와 달리 안익사 앞의 것과 성바오로수녀원 것 모두 다겟 신부가 최초로 발견한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천연기념물)와 유전자가 유사하다고 했다.

양 전문가의 연구 결과가 달라 아쉽기는 하나 이왕이면 동향의 영남대 박 교수의 연구 결과를 수용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구는 천연기념물 제1호였던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과 더불어 또 하나의 귀중한 생명 문화유산을 보유한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다겟 신부는 왕벚나무 이외에도 섬잔대(Adenphora taquetii Leveille),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eveille et Vaniot), 왕밀사초(Carex taquetii Leveille), 두메담배풀(Carpesium taquetii Leveille), 섬잔고사리(Diplazium taquetii C. Christensen), 반들고사리(Dryopteris taquetii C. Christensen), 갯취(Ligularia taquetii Nakai), 좀갈매나무(Rhamus aquetii Leveille), 제주가시나무(Rosa taquetii Leveille), 사슨딸기(rubus taquetii Leveille), 해변취(Saussurea taquetii Leveille et Vaniot), 한라꿩의 다리(Thalictrum taquetii Leveille), 뽕피나무(Tilia taquetii C. K. Schneider) 등 모두 15종의 식물을 발견해 우리나라 식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신부였다.

정홍규 신부는 『에밀 타케의 선물』(2019년, 다빈치출판사)을 출판한 이외 같은 해 (사)에밀타케식물연구소(묘비명과 같이 다겟으로 표기하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를 설립하고 현재 우리 고유의 왕벚나무를 "K- 왕벚나무"로 개명하여 경주지역을 시작으로 우리 국토 곳곳에 심어진 소위 사쿠라를 모두 바꾸어 식물 주권을 되찾으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웅 대구생명의숲 이사장, 전 대구시 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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