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김현수!" 야유 아닌 환호에 부담 떨친 이적생, 또 한 번 KBO 역사에 남다 [잠실 현장]

LG 트윈스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부담을 떨친 김현수(38)가 KT 위즈의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LG에 11-7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디펜딩 챔피언의 첫 경기이자 이적생 김현수의 첫 잠실 방문으로 화제가 됐다. 2만 3750명 만원 관중이 잠실을 찾은 가운데 과연 LG 팬들이 김현수를 어떻게 맞이할지가 관심사였다.
김현수는 2년의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LG 팀 문화를 180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3년에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염원도 이뤘다.
계약 마지막 해인 지난해는 또 한 번 LG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이후 3년 50억 원 전액 보장 계약을 맺고 KT로 이적했고, 이날이 첫 공식전이었다. 이적 과정이 으레 그렇듯 어느 정도 잡음은 있었던 탓에 김현수도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다.
경기 전 만난 김현수는 LG 팬 앞에 서는 기분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야유를 안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열심히 인사하고 피치 클락에 걸리지 않도록 경기에 집중하려 한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그럼에도 떨림은 어쩔 수 없었다. 김현수는 "근데 이미 조금 느낌이 왔다. 오늘은 못 할 것 같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세다"고 웃으면서 "그냥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설레는 거나 긴장되는 건 똑같은데, 이것도 내가 아직 야구를 많이 사랑해서 생긴 감정이 아닐까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 시작 후 김현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1회초 첫 타석에 선 김현수가 구장의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젠 적이 된 직장 동료 LG 선발 요니 치리노스도 김현수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며 전 리더를 예우했다.
정말 긴장해서였을까. 김현수는 경기 초반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친 공은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로 향했다. 2회 건드린 바깥쪽 공은 유격수 오지환 앞으로 굴러갔다. 5회 친 타구마저 좌익수 문성주의 글러브로 향해 선발로 나선 KT 타자 중 유일하게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선수가 됐다.

꾸준했던 커리어가 증명하듯 단 한 번의 안타로 또 한 번 KBO 역사에 남은 김현수다. 김현수의 안타로 KT는 2026시즌 리그 첫 번째, KBO 통산 1154번째 선발 전원 안타에 성공했다.
또한 개막전 선발 전원 안타는 1987년 4월 4일 잠실야구장에서 OB 베어스, 1993년 4월 10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 2005년 4월 2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2015년 3월 28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삼성, 2024년 3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LG가 기록한 이후 6번째 진기록이다.
또한 김현수는 이번 안타로 개막전에서만 20개의 안타를 올리면서, KBO 개막전 최다 안타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김광림(쌍방울 레이더스), 김태균(한화), 정근우(LG), 강민호(삼성) 등 총 4명이었다.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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