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촉발한 고유가에 뒤바뀐 車산업 지형…중국이 최종 승자라는 이유는?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6. 3.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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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운송로 흔들며 유가 급등
기름값 부담에 전기차 수요 늘어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 중국 수혜
부족한 충전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한 선적 화물선 [사진 출처 = EPA 연합뉴스]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중국 전기자동차 비야디(BYD)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최근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행렬이 이어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당 매장에 최근 2주 동안 접수된 주문량은 평소의 한 달치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전기차 빈패스트 전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3주 동안 방문 고객 수가 평소의 4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전시장 측은 판매 직원을 급하게 추가 채용했습니다. 3주 동안 약 250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는데 이는 주당 80대가 넘는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 판매 속도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몰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큰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로 갈아타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미국·이스라엘, 이란 간 중동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들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전기차 기업들의 판매량이 급증하며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이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글로벌 원유 공급망과 해상 운송로를 흔들면서 휘발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 유지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전기차가 단순 친환경차를 넘어 ‘기름값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도 뒤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감 고조입니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여기에 중동 내 정유·가스 시설까지 공격을 받으면서 시장은 단순한 심리적 공포를 넘어 실질적 공급 감소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곧바로 뛰었습니다. 브렌트유는 지난 20일 기준 배럴당 112.19달러로 오르며 지난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충격은 특히 아시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중동산 원유와 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의 영향을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영국 버켄헤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 차량이 들어가는 모습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국제 유가 상승은 정유·운송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주유소에 전가됩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살 때 차량 가격보다 앞으로 몇 년간 부담해야 할 연료비를 더 민감하게 따지게 되고, 결국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14일 기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평소 주말의 4배 수준으로 뛰었고, 태국에서도 전기차 구매를 위한 대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뉴질랜드 휘발유 가격은 이달 초 이후 20% 급등해 리터당 3뉴질랜드달러(약 2615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 급등세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기차를 향한 수요 급증에는 소비자들이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심리도 작동한다는 분석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중동 정세에 따라 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중동 사태가 1970년대 오일 쇼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충격에 맞먹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에서도 해협 정상화와 생산 복구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에너지 쇼크가 반복되면서 전기차 수요 증가가 단발성을 넘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전기차 수요 급증 수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에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1~2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해외 출하량은 이미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일본 혼다 등 기업들은 순수 전기차 출시가 중국보다 늦었고 이후 전기차 확대 계획도 빠르게 축소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계속 이어가려면 가장 먼저 부족한 충전소를 늘리기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애나 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두 가지 요인은 가격 부담과 충전 문제였다”며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아직 전기차 초기 구매 가격이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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