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 농사짓던 모습 그대로… 구수한 향기 옮겨놓은 카페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2)]
가족들과 직접 만들고 꾸민 공간
마당의 토끼·닭도 아버지가 키워
“가족과 율무, 고향 돌아온 이유”
친숙한 지역 특산물, 홍보대사 자처
율무크림 올린 커피 시그니처 메뉴
직접 볶아 맛·가격 조율하는 것 꿈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970년대 후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도서관 앞에는 항상 ‘길다방’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판기 커피인데요. 메뉴는 커피와 국산차로 단출합니다. 그시절 많은 사람이 100원짜리 동전 몇개로 길다방 커피를 애용했는데, 이곳에는 커피와 양대산맥을 이룰정도로 인기였던 메뉴가 있습니다. 율무차입니다. 추운 겨울, 자판기에서 율무차를 누르면 작고 하얀 종이컵에 고소한 향이 가득했고 다 먹고나면 종이컵 바닥에 율무가루가 굳어져 있곤했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그런지, 우리에게 율무는 친숙한 존재로 기억됩니다.
자판기 커피에서 뽑아먹던 그 율무차의 율무, 국내 율무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연천군’에서 태어난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특히 연천 율무는 접경지역의 청정 환경과 큰 일교차로 연천 율무는 최상급으로 꼽힙니다.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매년 가을에는 연천 율무축제까지 열립니다. 이러한 연천의 특산물인 율무를 활용한 커피, 음료,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카페를 창업한 청년 소상공인이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연천 ‘율믜당’의 이혜련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다



연천군 시내로 들어서기 전 길목, 1호선 연천역을 향하는 기차를 배경으로 ‘율믜당’이 있습니다. 율믜는 율무의 옛말로, 혜련씨가 연천의 특산물 율무를 활용한 카페를 차리겠다고 결심한 이후 남편과 머리를 맞대며 고심한 끝에 탄생한 이름입니다. 카페 이름만 들어도, ‘아 여기는 율무를 사용하는 곳이구나’를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합니다.
혜련씨에게 연천과 율무는 가장 익숙하고 친숙한 존재입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연천에서 율무 농사를 짓는걸 보고 자랐고, 연천은 그때도 지금도 혜련씨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고향이기 때문이죠.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며 직장도 서울에서 잡았지만, 혜련씨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다시 연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부터 율무를 활용한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아버지가 이렇게 농사를 열심히 하는데 이러한 곡물의 가치를 조금 높여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만 했죠. 그러다 아버지가 지금 율믜당이 있는 이곳의 땅을 함께 사자고 해서, 그때 (율믜당 창업이) 명확해졌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함께 돈을 모아 고향인 연천에서 땅을 사면서, 혜련씨는 창업을 결심했고 ‘이왕 내가 연천에서 일할거면 연천의 특산물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커피와 베이커리를 배워본 적도 없었던 혜련씨, 본격적인 카페 창업을 위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에 바리스타와 베이커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율믜당은 혜련씨와 혜련씨 가족의 손으로 탄생해 더 뜻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혜련씨는 주말마다 연천으로 와 가족들과 함께 페인트칠을 하고 카페에 놓을 가구도 직접 골랐습니다. 율믜당 마당에는 봄이면 벚꽃이 가득한데, 마당 또한 아버지가 포크레인을 직접 끌고와 가꾼 곳입니다. 마당 한 켠에 있는 토끼와 닭들도 모두 아버지가 키웠죠. 그렇게 2024년 한여름, 가족들의 손길을 곳곳에 묻은 율믜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율믜당에 저만의, 저희 가족만의 색을 입히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가장 익숙하고 친숙하고 가족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내가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공간에 지역 특산물인 율무를 곁들여보자 이렇게 시작한 거죠”
나의 가족같은 율무, 지역 홍보대사 자처한 ‘율믜당’

혜련씨는 지역 특산물인 율무를, 단순 자판기 커피에서 먹던 율무차정도가 아닌 특별한 음료이자 디저트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율무의 가장 큰 매력인 고소함을 더 키워보고자, 커피와 접목을 시켰죠. 특히 율무커피를 아인슈페너(오스트리아의 커피 음료로, 크림이 올라간 비엔나 커피)처럼 만든 ‘율무콩크림커피’가 율믜당의 시그니처 메뉴로 꼽힙니다.
여기에 율무 본연의 맛을 살린 율무쉐이크, 율무라떼, 율무차까지 다양한 율무 음료를 만들었는데요. 손님들이 좋아할까라는 우려도 처음엔 있었지만, 지금은 아메리카노와 같은 일반 음료보다 율무를 활용한 음료의 판매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율무차 역시 원래는 없었던 메뉴였는데, 손님들의 요청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지역 주민들이 저녁에 카페인이 든 커피 대신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처음에는 율무와 커피가 어울릴까 생각하는데, 율무의 고소함과 커피 원두의 쌉싸름함이 만나서 먹어본 분들은 또 주문해서 율무 라인의 커피를 꼭 드세요. 특히 율무콩크림커피가 아인슈페너 계열인데 원래 아인슈페너가 마지막에 크림이 많이 남아 느끼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율무콩크림커피는 많이 달지 않아서 너무 맛있었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야겠다는 혜련씨의 다짐으로, 율믜당의 율무 메뉴에는 모두 ‘연천 율무’가 쓰입니다. 연천에서 자란 율무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매수하고 이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을 혜련씨가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죠. 아직 창업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소상공인이지만, 혜련씨에게도 두 가지의 꿈이 있습니다.
먼저 커피 원두를 직접 볶는 것처럼, 율믜당에서 율무를 직접 볶아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연천 내 율무를 대량으로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이 한정돼 비싼값에 율무가루를 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율무를 활용한 디저트 개발입니다. 지금도 여름에는 율무 빙수, 디저트로는 율무 휘낭시에, 율무크림크로와상을 만들고 있지만 율믜당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시그니처 디저트 메뉴가 부족한 것 같아 개발을 고민 중입니다.
“율무도 커피 원두와 비슷해요. 껍질을 분쇄하고 삶아서 건조시키고 그걸 볶아서 가루로 나오는데, 원두도 볶는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지금 카페 규모로는 율무를 볶는 기계까지 들일 수 없지만, 나중에는 그렇게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디저트도 율무가루와 밀가루를 배합해서 더부룩하지 않은 건강빵을 만들고 싶고요”

혜련씨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끔 한 연천 율무, 그래서 혜련씨에게 율무는 ‘가족’같다고 합니다.
“카페를 준비하는 모든 순간에 가족이 함께 했고 지금도 함께 나아가고 있거든요. 그때마다 가족들의 사랑과 지원을 받았어요. 율무를 선택한 것도 아버지인 가족의 영향이 컸고 그게 연결돼서 지금 여기까지 온거 같아요”
‘율믜당’ 메뉴를 맛있게 즐기는 TIP
혜련씨가 추천한 율믜당 시그니처 메뉴, 연천콩크림커피에는 우유와 에스프레소, 그리고 율무가루와 콩가루가 들어간 크림, 그 위로 율무 크런치가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숟가락으로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과 바삭한 크런치를, 그 다음에는 빨대없이 크림, 에스프레소, 우유를 마시고 마지막에는 빨대로 음료를 저어 먹으면 끝까지 달지 않은 고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율무 크런치는 씹을때마다 고소하고 바삭해, 그릭요거트에 견과류 뿌리듯 먹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율무 쉐이크에도 율무 크런치가 올라가는데 스무디처럼 시원하고 고소합니다. 카페인이 없어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추천하는 메뉴. 율무라떼는 1시간의 짧은 점심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싶은 이들에게 샌드위치와 함께 드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율믜당에서는 직접 메뉴에 사용하는 율무가루 등을 판매하는데 카페에서 먹는 맛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지만 율무가루와 우유, 에스프레소만 있다면 율무 쉐이크와 율무라떼를 집에서도 만들어 먹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연천 율믜당 주소: 연천군 연천읍 연천로 87. 영업시간: 일~월 오전10시~오후8시. 연락처: 0507-1316-8758.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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