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변호사의 시사법률]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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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의 여파로 세계 정세가 어지럽다.
국내법은 위반하면 해당 국가의 정부나 사법부 같은 상위 기관이 위반자 개인에 대해 형벌을 내리는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국제법은 국가들 사이의 약속일 뿐이기에, 어떤 나라가 국제법을 위반하면 그에 대해 이의하고 제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약속의 상대방 국가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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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전쟁의 여파로 세계 정세가 어지럽다.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상승 때문에 국내 경제 상황도 말이 아니다. 주유소 간판에 내걸린 숫자는 하염없이 높아지고 있으며, 항공권 유류할증료도 몇 배가 오를 예정이다. 국내 모든 물가는 사실상 수입 원유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물가 폭등이 예상되고, 이미 주식시장도 전쟁 시작과 동시에 엉망이 되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통 가운데, 전쟁 당사자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국제법을 어겼다면서 맹비난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국제법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면서 자동으로 대한민국 법(국내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갓난아기가 '나는 대한민국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을 거부합니다. 나한테 그 법이 적용되는 것에 나는 동의한 적이 없어요. 나는 나중에 커서 마음대로 물건도 훔치고 사람도 때릴 거예요!'라고 응석을 부린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것에 동의한 적은 없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이상 싫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대한민국 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국제법은 아니다. '특정 국가가 그 적용에 동의하지 않은 법은 그 나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국제법의 대원칙이다. 해당 국가가 동의해야 그 국가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국제법의 실질은 (국내법처럼 나보다 우월한 어떤 상위 기관에서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서 강제로 나에게 준수를 강요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들 서로 간의 약속일 뿐이다. 약속일 뿐이기에, 대부분의 국제법들은 '조약'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뉴스에서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는 핵확산금지조약, 범죄인인도조약 등이 가장 대표적인 국제법의 예시다.
국내법은 위반하면 해당 국가의 정부나 사법부 같은 상위 기관이 위반자 개인에 대해 형벌을 내리는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국제법은 국가들 사이의 약속일 뿐이기에, 어떤 나라가 국제법을 위반하면 그에 대해 이의하고 제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약속의 상대방 국가들뿐이다. 유엔(국제연합)이 무슨 상위기구로서 제재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유엔도 그 '가입을 약속'한 나라들의 모임에 불과할 뿐이라서, 유엔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유엔이 합법적으로 뭐라고 할 권리가 없다.
이렇듯 국제법은 국내법과는 달리 말만 법이지 사실은 약속에 불과하고, 어겨도 약속 상대방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뿐인,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다. 힘이 없는 나라들은 상대방이 약속을 어겨도 말로만 이의를 제기 할 수 있을 뿐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반대로 힘이 있는 나라들은 자기에게 불리할 것 같으면 약속 자체를 안 하든가 혹은 약속을 했더라도 마음대로 어겨버리고, 반대로 상대가 약속을 어기면 경제력이나 무력으로 응징한다. 세계평화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약속 외에 '국제적 관습'도 국제법이 된다고들 하지만, 무엇이 '국제적 관습'인지 확정해 줄 상위 기관이 없기에, 역시 힘 있는 나라들은 관습 따위는 법으로 인정한다든가 지킬 생각이 보통 없다. 국제법이라는 것은 참 가벼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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