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은 승인받았고 트럼프는 통보했다…무너진 ‘전쟁선포권’의 대가[송호창의 워싱턴 인사이드]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3.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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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도심에 내걸린 트럼프의 이란 공습 참여 대한 감사 메시지 전광판 광고 / 연합뉴스



미국에선 전쟁의 참상이 숫자로 표현된다. 1억 달러짜리 최첨단 미군 스텔스 전투기가 격추됐다. 중동지역 군사작전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미군기지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8억 달러(1조2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일본 주둔 미 해병 2500명이 이미 중동으로 출발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지상군을 이란 전쟁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서부지역 미 해병 2500명이 추가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혁명군 사령관 등 몇 명을 죽였지만 이란은 집요하게 반격을 이어가 오히려 미국이 궁지에 몰리는 형세이다. 공습 첫날부터 수천 발의 폭탄과 미사일을 쏟아부었지만 4주째가 되도록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배로 치솟는 주유소 기름값, 물가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70% 이상의 미국인이 전쟁에 반대하는데 공화당 지지층 중에서도 40% 이상 가세하고 있다.

MAGA 그룹의 주요 스피커로 트럼프 당선에 주요 역할을 했던 터커 칼슨,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은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 원칙’을 배신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 의회폭동으로 실형을 받고 트럼프에 의해 사면된 극우 민병대 창립자까지도 트럼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전쟁과 테러 지휘부인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란은 미국에 즉각적 위협이 아닌데 이스라엘의 로비로 시작된 이란 전쟁을 양심상 지지할 수 없다’며 사임했다. 이란 최고 지도부만 제거하면 봉기가 일어나 이란 정권이 무너질 거라는 모사드의 정보가 틀렸음은 이미 증명되었고 네타냐후가 자신의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 트럼프를 설득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내에서 비판 높아지는 이란 전쟁

실제로 미국, 이스라엘의 공습 이틀 전 이란은 ‘영구적 핵합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 중단, 미국인 참여하에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제안했고, 영국 협상단과 중재자 오만은 아주 만족했으며, 협상은 타결 직전이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애초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다. 전쟁의 이유나 목적도 알 수 없는 동맹국들에 참전 요청을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이 가난하고 어려운 국가들을 지원하면서 쌓아온 국제사회에서의 신뢰가 한순간에 날아 갔고 천문학적 전쟁비용은 미국 혼자 감당해야 하는 늪에 스스로 빠져들었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5년 동안 지출한 비용을 넘어서는 2000억 달러를 의회에 추가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공은 미국 의회로 넘어갔다.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예산을 쓸 수 없고 전쟁을 계속 이어갈 수가 없다. 미 의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세출위원회 등에서 트럼프 정부의 2000억 달러 승인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과 민주당이 전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하원 세출위원회가 정부의 추가 자금 요청을 거절하거나 ‘이란에서 군사행동은 자위, 방어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공격적 행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예산세출안(appropriations riders)을 통과시킨다면, 그 상태로 상원까지 통과된다면 트럼프 정부의 전쟁 자금은 사실상 끊어지게 된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이 “이 전쟁을 끝내고 행정부를 제어하는 최선의 수단은 자금줄을 끊는 것”이라고 말한 바로 그 조치를 취할 수만 있다면 이란 전쟁을 실질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헌법정신과 원칙보다 현실정치의 힘과 논리가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 헌법원칙에 대한 소신이 있더라도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계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해당 지역구의 유권자들이 물가와 인플레도 잡지 못하면서 천문학적 예산을 중동의 하늘에 날리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추가 예산요청에 찬성한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인지, 줬던 표도 뺏을지 계산하기에 바쁘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으나 1년 동안의 실정과 2년 차에 계속되는 군사행동 때문에 비판적으로 돌아선 공화당 지지층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구 반대편 중동지역 사람들의 목숨이 워싱턴의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 달려 있는 잔인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트럼프 정부의 추가비용 요청을 거절하는 수동적인 조치가 아니라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의회가 ‘전쟁승인 거부’를 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을까? 건국때부터 헌법상 ‘전쟁선포권’은 의회에 있었고 지금도 헌법 1조에 명시되어 있다. 헌법을 기초한 제임스 매디슨이 강조했듯이 ‘행정부는 전쟁에 가장 관심이 많고 전쟁 유혹에 가장 취약한 권력부처’이기 때문에 헌법은 가장 책임 있는 기관인 의회에 ‘전쟁선포권한’을 부여했고 대통령에게는 ‘전쟁을 수행할 권한’만 주는 것으로 권한을 나누어 놓았다. 게다가 불가피하게 전쟁을 시작했더라도 ‘전쟁권한법’에 따라 대통령은 무력 사용 후 48시간 내 의회에 통보하고 60~90일 내 승인을 받지 못하면 철군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트럼프는 전쟁 ‘승인요청’은커녕 공습 직전에 ‘8인 위원회’(의회 양당 지도부와 정보위원회)에 전화로 통보했을 뿐 전쟁 목적과 계획, 출구전략도 알리지 않았고 의회 승인이 없다고 철군 결정을 할 사람도 아니다. 매디슨 말처럼 대통령은 그 속성상 군사행동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명시적인 권한이 있는 연방의회는 왜 처음부터 전쟁을 막지 못했고 잘못 시작된 전쟁을 중단시키지 못하는가. 여기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와 편의 때문에 의회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넘겨준 정치인들의 책임이 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전쟁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반드시 받았다. 토머스 제퍼슨은 해적과 맞서 싸울 때도 의회 승인을 먼저 받았고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과 멕시코 전쟁에서는 의회가 직접 전쟁을 선포했었다. 그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패권국이 되면서 미국 대통령들은 의회의 승인을 피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에서 해리 트루먼은 ‘유엔경찰 활동’이라며 회피했고 의회는 자금 지원으로 암묵적으로 승인했다. 베트남전에서 린든 존슨은 군사행동 이후에 사후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빌 클린턴은 보스니아 공습에 참여하면서 전쟁이 아닌 ‘나토 활동’이라는 논리로, 버락 오바마는 리비아 공습이 ‘적대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1기 때는 시리아를 공습하고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사살하는 군사행동을 하면서 ‘군사력 사용승인(AUMF)’ 권한 내 행동이므로 의회의 승인이 필요없다고 주장했고 올해 1월 베네수엘라 공습은 ‘마약 테러 범죄소탕’이라는 논리로 피해갔다.

 시험대에 올라선 미국의 시스템

의회는 매번 눈감고 아웅하며 용인했고, 이렇게 쌓인 예외들은 관행으로 굳어가며, 헌법의 기초를 허물었다. 수십 년 동안 미국 연방의회가 ‘위기 신속대응, 국제치안’ 등등의 이유로 헌법상 의회 권한을 대통령에게 넘겨준 결과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긴 안목이 없었던 미국 정치인들이 행정부의 권한을 비대하게 키우는 동안 3개의 다리로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의 원칙은 무너졌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서 대통령들이 무한정 군사력을 행사하는 동안 의회가 견제 기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즉흥적이고 예측불가하며, 헌법과 원칙쯤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무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극단적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 제도와 시스템 원칙은 평상시보다 위기의 순간에 나라를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주는 힘이다. 아무리 독재자가 권좌에 앉아 국가를 궁지로 몰고 가더라도 제도와 원칙이 제대로 서 있다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고 다시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칙이 무너진다면 그 끝은 장담할 수가 없다. 전쟁의 불길은 중동에서 터졌지만 그 후폭풍은 미국을 강타할 수도 있다. 250년 전 건국자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원칙과 헌법 시스템이 후손들의 정치적 편의 때문에 심각하게 손상된 지금, 미국은 시험대에 올라섰다. 이란 상공을 가르는 미사일 궤적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계속 남을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궤적이기도 하다. 이 비정상적인 실험을 끝내는 일은 결국 의회와 정당, 그리고 미국 유권자의 몫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11월 중간선거에 모이는 이유이다. 

송호창 대륙아주 미국전략본부장(변호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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