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배우가 된 염혜란과의 만남을, 유재석은 인생이 주는 힌트로 삼길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6. 3. 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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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최지수·염혜란에게 찾아온 기회, 결국은 사람의 결정이 중요하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관악산이 뜨고 있다고 한다. 풍수나 사주를 보는 이들이 방송에 나와 관악산 '연주암'과 '연무대'의 기운이 영험하다 몇 차례 언급하고 나서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사실 나는 그 영험함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몇 년 전, 나름 걱정거리가 있었을 때다. 집에 앉아 있다가 문득 '관악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하나가 기운 좋은 명당들을 알려주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가보기를 권했던 터였다. 그중 관악산을 택한 이유는 그저 가장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이다. 등산을 싫어하는 내가 산에 가자니 남편은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반색하며 따라나섰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관악산 연주암에 도달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그 길로 걱정거리가 말끔히 해소됐다. 같이 간 남편이 증인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도 명당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우연히 남해 '보리암'이나 구례 '사성암' 정도를 가본 게 전부다. 나는 미신을 믿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이 다 알 수 없는 기운, 즉 운의 흐름과 변화가 있다는 것은 살면서 느끼고 있다. 누군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듯 일이 계속 꼬이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연달아 주어지기도 하니까. 사주에서 말하는 대운과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주의 흐름이 나에게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흐름 가운데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점이다. 기회를 주는 것도 해를 끼치는 것도 결국 어떤 한 사람의 결정에서 비롯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상승세가 무섭다. 누적 관객 수 1,500만을 넘어서며 숱한 화제를 낳는 중이다. 감동이다 별로다,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로 친숙한 장항준 감독이 러브스토리 하나 없는, 결말이 정해진 사극으로 투자를 받아낸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건 '운의 흐름'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장항준 감독이 박지훈을 발탁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 영화 자체엔 고개를 갸웃해도 '단종' 역 박지훈의 연기엔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지 않나. 제작사 임은정 대표가 영화 <리바운드>를 보고 장항준을 선택했고 박지훈을 추천한 것 역시 임은정이라 한다. 넷플릭스 <약한 영웅>을 꼭 보라고 감독에게 권한 임은정의 안목이 없었다면? 지금의 흥행은 기대하기 어려웠으리라.

지난 18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35회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세 배우 최지수, 염혜란, 하예린이 출연했다. 얼마 전 tvN <언더 커버 미쓰홍>을 소개하며 최지수의 연기 인생은 이 작품 전후로 나뉠 것이라 말한 바 있는데, 예능에서 만나보니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다. '강노라'라는 배역의 여운을 지키고 싶어 극 중 모습 그대로 출연한 마음이 어찌나 예쁜지. 모처럼의 예능 나들이에 명품 협찬으로 떨쳐입고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연기 시작 11년 만에 주연들과 끝까지 호흡을 맞춘 이번 대본이 '구원의 동아줄' 같았다는 서른 살 배우 최지수.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배우 염혜란.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정보조차 찾기 힘든 무명이었다. 그런 그를 노희경 작가와 연결한 은인이 나문희 배우라고 한다. 연극 <잘자요 엄마>를 같이 할 때, '노희경 작가가 올 거다. 그러나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후 노희경 작가로부터 배역 제안이 왔다는 거다. <디어 마이 프렌즈>,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까지 쭉 인연을 이어오며 숱하게 화제가 됐지만 나문희는 결코 생색내지 않았다. 그릇이 다른 큰 어른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이번에 보니 송혜교 역시 그릇이 남달랐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촬영 당시, 염혜란이 연기가 아쉬워 재촬영을 원했을 때 송혜교는 이미 다음 장면을 위해 착장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상황을 전해들은 송혜교가 흔쾌히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주었고, 덕분에 "나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라는 명장면이 탄생했다고.

다시 최지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마무리 즈음 유재석이 방송 관계자들이 많이 보고 있으니 한마디 하라 하자, 그는 자신을 홍보하는 대신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 많으니 보석을 발굴하듯 그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기회를 주는 건 결국 사람이다.

유재석이 이날의 만남을, 335회를 '인생이 주는 힌트'로 여겼으면 한다. 우리 몸이 나빠지기 전 신호를 보내듯이 사람의 운 역시 마찬가지다. 하락세의 조짐이 보일 때 대비하면 막아낼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무시하고 만다. 내가 유튜브 '테레비평'을 시작한 2019년과 지금, 유재석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확연히 다르다. 호감이 압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늘 보던 사람들만 데리고 다닌다'는 불호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인재 발굴 시도가 매번 성공할 순 없겠으나, 유재석은 누구보다 기회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 보석 같은 이들을 찾아달라는 최지수의 당부, 그리고 염혜란과 하예린이 얻은 귀한 기회의 가치를 유재석이 결코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영화 '왕과 사는 남자'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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