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두 번 다녀간 그 집에서, 결국 아기가 죽었다[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26일 검찰에 의해 공개된 생후 4개월 ‘해든이’(가명)의 학대 홈캠 영상을 살펴보던 기자는 너무 충격적인 장면에 얼마 못 가 영상을 끄고 말았다. 음성은 차마 틀어보지도 못했다. 아기의 처절한 비명이 계속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친모와 친부의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도 방청객들은 약 19분간 상영된 영상에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다. 기자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에 따르면 영상 중엔 불과 30초 남짓한 시간 동안 아기를 17차례나 들어 내리치고, 우는 아이 위로 올라타 뛰는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그것도 수위가 약한 수준이고, 미공개된 영상엔 오랜 시간 아기의 전신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든이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전남 여수 자택에서 숨졌다. 고작 생후 133일이었다. 친모는 소방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욕조에서 익사했다”는 취지로 신고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부검 결과 해든이는 갈비뼈 23곳이 부러지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는 등 외상에 의한 출혈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4개월 아기가 스스로 입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 친모는 최소 생후 2개월 무렵부터 해든이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에 담긴 일부 장면만 봐도 폭행은 무차별적이고 잔인했다. 엄마는커녕 인간이 한 일이라고도 믿기 어려웠다.
결심 공판에서 담당 검사는 끝내 울먹였다. 그는 “팔뚝만큼 작은 아기가 차가운 검시대에 누워 있었는데 검사로서 많은 시신을 봤지만, 이번만큼 가슴 아픈 적은 없었다”며 “철제 검시대 위에서야 쉴 수 있었던 아기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보호해야 할 엄마에게 학대 살해당했으나 (친모는)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고 분노를 표했다. 친모는 재판 내내 살해의 고의를 부인했고, 불리한 질문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친부 역시 “아내의 학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6일 친모와 친부에 각각 무기징역과 10년 형을 구형했다.

범행은 6년 만에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친모는 수사 초기 “아이가 이불을 덮은 채 숨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공범인 남자 친구가 “친모가 아이의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고 친모도 결국 “내가 아이를 숨지게 했다”고 인정하면서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친모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고 인생의 짐이 되는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

2020년에는 많은 국민이 기억하는 ‘정인이’(가명) 사건이 있었다. 입양된 정인이는 양부모로부터 수개월간 반복적인 폭행을 당했고, 결국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찢어지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끝에 생후 16개월 만에 숨졌다.
2023년에는 경기 수원에서 영아 두 명이 살해된 채 집안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친모가 2018년과 2019년 각각 낳은 아이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자택 냉장고에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두 아이는 모두 병원 출생 기록이 있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감사원이 보건복지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왜 여수와 시흥의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했을까. 해든이는 끝내 목숨을 잃었고, 시흥의 세 살 여아는 사망 후 6년이 지나도록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시흥 사건을 보면 문제가 드러난다. 아이가 사망한 뒤 담당 공무원이 2021년 두 차례나 가정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친모는 남자 친구의 조카를 자신의 딸인 것처럼 내세웠고, 공무원은 별도의 신원 확인 없이 ‘양육 상태 양호’라고 판단한 채 돌아갔다.
정상적이라면 피해 아동은 2024년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친모는 ‘해외 일정이 있다’며 입학 연기를 신청했고 받아들여졌다. 지난해에는 주민센터의 입학 통지 자체가 누락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스템이 ‘발견’에 집중돼 있어 ‘확인’과 ‘개입’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반복 방문에도 불구하고 실제 아동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학대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 직접 확인을 의무화하고, 보호자 동의 없이 일정 요건에서는 아동 상태를 강제 확인토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의료 기록, 예방접종, 교육 정보 등을 통합해 이상 징후를 더 정밀하게 포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출생 이후 일정 기간 국가가 아동의 생존과 양육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체계, 그리고 현장 인력 확충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얼마 전 인천에서 아사(餓死)한 채 발견된 20개월 아이도 사망 1년 전 집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1년 새 어떠한 이유로든 상황이 바뀌어 집은 엉망이 되고 아이는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채 사망했다.
부모 교육도 필요하다. 부모라는 역할의 책임과 무게를 사회 혹은 학교에서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저항할 힘이 없는 작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나 보호자의 끔찍한 학대 끝에 사망하는 사건을 보면 분노를 떠나 무력감을 느낀다. 지자체 담당 직원들도 “심리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일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아동학대 사건은 그걸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당하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부디 제도의 빈틈이 메워져 이런 소식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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