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반도체 ‘생산’ 포부에도...시장 냉담한 이유는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김기혁 기자 2026. 3.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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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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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반도체 공급 속도 느리다”

최근 전 세계 테슬라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중대 발표가 있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라팹(Terafab)’ 비전을 선포한 것인데요. 발표의 핵심은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세계 최초의 통합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머스크의 이 같은 결단에는 현재의 반도체 공급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설계부터 노광 마스크 제작, 웨이퍼 생산, 패키징, 테스트까지 모든 공정을 한 건물에서 끝내는 ‘초고속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테라팹을 공동 운영하고 팹은 두 회사가 사용할 1테라와트(TW) 규모 컴퓨팅 전력을 지원하는 전용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팹에서 생산될 칩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나 자율주행차에 들어갈 저전력·고성능 칩입니다. 다음으로 방사능 등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우주용 특수 반도체입니다.

삼성·SK “HBM 잘 팔리는데 로봇·우주용 반도체 투자 굳이?”

우주 반도체는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제조하지 않는 분야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술력이 모자라기보다는 HBM 같은 AI 연산용 반도체에 비해 훨씬 시장이 작기 때문인데요. 이건 로봇을 비롯한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머스크는 기존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주 반도체나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의 비중이 작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우주용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아날로그디바이시스,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 소수 기업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X 본사 외관. AFP연합뉴스

머스크 입장에선 현재 반도체 시장이 쉽게 말해 테슬라나 스페이스X에 맞춰 최적화돼있지 않다는 겁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독점하는 엔비디아를 정점으로 하는 시장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산업 판도가 엔비디아의 전략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승부수는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합니다. 머스크가 우주, 로봇 시대를 열기 위해 원활한 반도체 수급을 필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메이저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이 안 되는 우주나 로봇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투자를 할 것 같지 않으니 머스크가 직접 생산하겠다는 겁니다.

고금리 기조 와중에 유상증자 우려 커져

그런데 투자자들은 왜 환호하지 않을까요? 이는 자금 사정 우려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머스크의 비전은 위대하지만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죠.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테라팹 건설과 운영에만 250억~400억 달러(약 33조~53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테슬라의 예상 설비투자(Capex)는 이미 200억 달러인데 이것만 해도 테슬라가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영업현금흐름(150~160억 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결국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2020년에도 테슬라는 세 차례나 증자를 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환경이 너무나 다릅니다는 게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우선 고금리의 압박이 강합니다. 저금리 시대에는 ‘미래 가치’만 보고 돈이 몰렸지만 지금은 높은 금리 때문에 자본 조달 비용이 훨씬 커졌습니다. 다음으로 본업인 전기차가 부진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으로 인해 테슬라의 실적 자체가 예전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더구나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감이 가중되며 거시 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머스크는 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왔습니다. 이번 테라팹 역시 반도체 수직 계열화라는 명분에 맞게 필수불가결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출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번 발표을 두고 시장에서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머스크의 반도체 선전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위기일까?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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