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정황 넘쳤는데”…3살배기 6년 만에 살해 사실 들통, 제도 허점 민낯

김민주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kim.minjoo@mk.co.kr) 2026. 3. 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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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세 살 딸 학대 치사 친모 [연합뉴스]
세 살배기 아이가 친모에게 살해됐지만, 친모의 범행 은폐로 사망 사실이 6년이 지나고서야 밝혀져 충격을 안긴다. 사망 사실이 숨겨진 기간 동안 위기 징후가 여러 차례 감지됐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알려져, 관련 제도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는 A양의 사망 이듬해인 2021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학대 가능성을 경고하는 위기 정보가 기록됐다.

아동행복지원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 여부, 어린이집 결석, 단전, 단수, 단가스 등 총 44종의 정보를 입수·분석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

A양의 위기 정보가 입수된 시점은 이미 사망한 후였다. 2021년 10월, 2022년 1·4·7월, 2023년 1·4·7월, 2024년 1·4월로 때마다 2~4개의 위기 징후가 기록됐다.

파악된 위기 징후는 의료기관 미진료, 건강보험료 체납, 영유아 미 검진, 정기 예방 미접종 등이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2021년 10월 한 차례 A양을 3세 아동 소재 안전 전수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3세 아동 대상 전수조사는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가정 양육 아동에 대해 일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A양이 대상자에 선정됐다.

나머지 8차례에 대해서는 A양을 조사 대상자로 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담당 공무원의 현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A양이 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2021년에는 현장 방문 조사가 이뤄졌으나 친모인 30대 B씨가 담당 공무원에게 A양이 아닌 다른 아동을 보여줘 범행이 드러나지 않았다.

앞서 A양의 친모 B씨는 2020년 3월 시흥시 정왕동 아파트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지난 26일 구속 송치됐다. 당시 B씨와 교제하며 A양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사체유기 등)를 받는 30대 남성 C씨도 구속 상태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B씨는 A양의 사망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24년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 맞춰 입학 연기를 신청했고 올해는 해당 초등학교에 C씨의 조카를 A양인 척 여러번 데려가기도 했다.

이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A양이 사망한 뒤 수년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배경에는 복지부의 대상자 선정 체계가 있다.

위기 아동 조사 대상자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이용해 선별하는데 통상 차수마다 위험도가 높은 상위 1만5천여명을 발굴한다.

복지부는 이 과정에서 A양에 대한 위기 정보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류돼 조사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입장이다.

2세 이하 아동에 대해서는 의료 정보와 관련한 위기 정보가 감지될 시 위험도 순위와 무관하게 전수조사가 이뤄지지만, A양은 사망 당시 3세였던 관계로 역시 해당하지 않았다.

남 의원은 “위기 신호가 여러 번 감지됐는데도 해당 아동의 사망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행 아동보호 시스템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관련 복지 체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 검진이나 접종 여부 등 아동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항에 대해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점수화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만 학대 가능성을 판별할 수는 없다”며 “한 아동과 관련해 수 년간 의료기관 미진료 등 비슷한 위기 정보가 감지된다면 위험 점수가 낮더라도 당국이 적극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는 항상 불시에 나서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이번 사례처럼 보호자가 다른 아이를 내세우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아동과 일대일 심층 면담을 진행하고 다른 친척·지인들과도 적극적으로 면담해 학대 여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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