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로 뭐 하려는 건지, 물가·금리만 ‘4%’ 공포 [트럼프 스톡커]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3. 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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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78>
국방부, 장갑차 포함 최대 1만 병력 증파 검토
트럼프 협상 주장 뒤 이란 핵시설·제철소 타격
미군, 24년 만 지뢰 배치...대통령 불신 확산
주가·채권 하락...美인플레 전망 3.0→4.2%
유가·금리인상 확률 ↑...반도체 ‘헬륨난’ 위기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특사가 26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내각회의에 참석한 모습. 위트코프 특사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부동산법 전문변호사 출신의 사업가다. 위트코프 특사는 외교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데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중동 관련 사안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분쟁, 이란 전쟁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유대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수많은 외교전을 벌였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소득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결말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공격을 하겠다며 대규모 지상전 병력까지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맹국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계획과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준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행동 동참 요구에 선뜻 응할 만한 명분이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쟁의 끝과 결과물이 잘 보이지 않는 국면에서 국제 유가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고 주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초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케빈 워시 차기 의장이 취임할 올 6월쯤이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의 올해 예상 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목표 수준인 2%의 두 배가 넘는 4% 이상까지 치솟았고, 소비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 공습 시점을 다음달 6일로 재차 미뤘지만, 협상 상황에 따라 이번 주말에도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장갑차 포함 최대 1만 병력 증파 검토”...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 약발 안 먹혀

지난 2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증시가 마감한 지 11분이 지나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이란 발전소에 대한 공격 유예 시한을 다음달 6일 오후 8시까지로 열흘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21일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가 이를 보름 가까이 미룬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월요일에도 자신이 예고한 공격 시한이 임박하자 뉴욕 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냈다. 그러면서 공격 중단의 조건이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공격 계획을 5일간 보류했다.

미국 주식시장 시간을 전후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증시 참여자들은 더 이상 안도하지 않았다. 공격 유예를 주가에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 때만 해도 이란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며 지옥을 부를(unleash hell) 준비가 돼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장의 불신에는 미군의 증파 움직임도 한몫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군사 선택지를 주기 위해 최대 1만 명의 병력을 중동에 증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파견이 추가로 검토되는 병력에는 보병과 장갑차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다. 이들 지상전 병력이 정확히 어디로 투입될지는 불분명하나, WSJ은 이를 원유 수출 핵심 통로인 하르그섬을 비롯해 이란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이들과 별도로 미군 해병원정대 2곳의 병력 약 5000명을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 해병원정대는 이르면 이번 주말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은 육군 제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약 2000명에게도 중동 전개 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7일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란 전쟁 종료 시기를 언급하면서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지상군 없이도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도 중동으로 미군 병력을 증파하는 데 대해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권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아울러 협상과 별개로 군사작전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예정이던 무기를 이란전에 사용할 계획을 두고도 “아직 그런 일은 없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루비오 장관은 나아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체계를 도입하려 할 수 있다”며 “이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전 세계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이에 맞설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그 계획의 일원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동맹국과 우방국에 이란 전쟁 동참을 촉구한 셈이다.

이란과의 현 협상 상황에 관해서는 “이란 체제나 잔여 세력과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와 신호를 주고받았다”며 “우리는 협상 주체가 누구인지, 언제, 무엇을 논의하게 될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협상 주장에도 쉬지 않는 교전...이스라엘, 이란 핵시설·제철소 잇따라 타격

27일(현지 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한 건물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 중동에서는 지금도 교전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7일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중부에 위치한 실험용 중수로 시설이 미군과 이스라엘군에 공습을 받기도 했다. 공습 대상이 된 혼다브 중수 단지는 마르카지주 아라크 핵시설 단지에 있다. 이 단지에 있는 실험용 원자로는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고 원자로 중심부에 콘크리트가 주입돼 불능화됐다. 이란은 미국의 핵 합의 파기에 대응해 이 시설의 재가동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6월 ‘12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다시 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에는 중수로 가동에 필요한 중수 생산 시설도 있다. 농축우라늄 대신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쓰는 중수로는 실험용이라도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혼다브 중수 원자로 공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란 테러 정권이 해당 부지에서 반복적으로 재건을 시도하는 상황을 포착해 다시 한번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원자력청은 이날 자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중부 지역 야즈드주 아르다칸의 우라늄 가공 시설도 함께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원자력청은 이번 공격으로 방사성 물질의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폭격 사실을 확인하면서 “핵무기 프로그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파르스통신은 아울러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 남서부의 후제스탄 제철소와 중부 이스파한의 모바라케 제철소도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전황 평가 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나는 이란 테러 정권에 이스라엘 민간인을 향한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며 “이란 내 이스라엘군의 타격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나아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군사 수단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일조하는 다른 부문의 목표물들로 타격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란의 이러한 전쟁 범죄에 대한 대가는 갈수록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도 전혀 재개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된 상태이며 이 해협에서 어떠한 통행도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서로 다른 국적의 컨테이너선 3척이 허가된 선박 통행용으로 지정된 항로로 이동을 시도했으나, 해군의 경고를 받고 되돌아갔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선주 선박 3척도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미국 대통령이 공언했던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한 연장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란은 이러한 범죄에 대해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공격 자제 경고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산업 중심지들을 여러 차례 공격했다”며 “중동 지역 내 미국 측 이해관계자가 있는 산업체나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 연계 중공업 기업 종사자들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작업장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미군도 24년 만에 지뢰 실전 배치...이란 곧 종전안 역제안할 듯

27일(현지 시간) 예멘 사나의 한 거리에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화가 판매용으로 전시돼 있다. EPA연합뉴스
군사 작전을 이어나가는 것은 이스라엘군뿐 아니라 미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남부의 주거 지역에 산재한 지뢰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SNS에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WP는 전문가들이 이것을 미국이 보유한 대전차 지뢰라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이들 지뢰는 미국이 보유한 공중 투하 산탄형 지뢰 매설 체계인 ‘게이터 마인 스캐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항공기에서 투하됐다. 미군이 대인 지뢰를 실전에서 사용한 것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마지막이다. 만약 이란 전쟁 지뢰 투하가 사실이라면 24년 만의 실전 사용이 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6일 미국이 전쟁 개시 약 4주 만에 핵심 공격·방어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초기 16일 동안 1만 1000발 이상의 탄약을 사용했다. 비용으로 따지면 260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용 요격 미사일과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차세대 정밀타격미사일 프리즘(PrSM) 등 핵심 전력의 재고가 크게 줄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현 소모 속도가 유지될 경우 일부 핵심 무기는 한 달 이내 소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기권 안팎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체계인 사드 요격 미사일은 전쟁 초기 16일 동안 198발이나 사용됐다. 여기에 해군의 SM-2·SM-3·SM-6 지대공 미사일 431발, 패트리어트 미사일 402발도 소모됐다. WP에 따르면 사거리가 1600㎞가 넘는 토마호크 미사일도 이란 전쟁 4주간 850발 넘게 쓰였다. RUSI는 토마호크 미사일 535발을 다시 확보하는 데에만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첨단 무기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여전히 중국이 쥐고 있는 점도 문제다. 독일 방산 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중동, 유럽의 방공 미사일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며 “전쟁이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사용 가능한 미사일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양쪽 모두 소모전을 벌이는 가운데 물밑 접촉이 있기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dpa통신에 따르면 27일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과 이란이 물밑 간접 협상을 거쳐 조만간 파키스탄에서 대면 협상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바데풀 장관은 이날 독일 라디오 도이칠란트풍크 인터뷰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그동안 간접적인 접촉이 있었고 직접 만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며 “곧 파키스탄에서 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입장들은 이미 제3자를 통해 서면으로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누가 간접 대화를 주선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26일 X에서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로 미국과 이란이 간접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은 15개 항목을 제시했고 이란 측이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을 두고 CBS는 27일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의 종전안에 대해 이란이 곧 역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제시한 항목은 이란이 한꺼번에 수용하기는 어려운 조건들인 까닭이다.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는 이날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우리는 이번 주에 회담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분명히 그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럽·아시아 “전쟁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대통령 말 못 믿고 유가 뛰고 주가·채권 하락

지난 24일(현지 시간) 한 거래중개인이 미국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이 불투명한 흐름을 보이면서 분쟁이 더 오래가거나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서방 세계에 퍼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7일 자국 언론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주최로 열린 한 포럼에서 “진정 이란의 정권 교체가 목표인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그렇다면 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종전을 위한 명확한 전략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자국 취재진들에게 중동 전쟁이 앞으로 며칠 안에 새로운 긴장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26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아시아 지역 동맹국 외교관 8명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서 달성하려는 목표는 정확히 무엇인지, 다음 행보는 무엇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8명 가운데 7명은 백악관과 국무부 어디에서도 미국의 군사 작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가운데는 원치 않는 전쟁으로 미국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가도 있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더 심각한 상태다. 뉴욕 증시는 26일과 27일 연달아 일제히 하락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 능력에 의심을 표했다. 2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67%), 나스닥종합지수(-2.15%)가 모조리 하락했다. 26일 나스닥지수에 이어 다우존스지수까지 종전 최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S&P500지수도 최고점에서 9% 정도 내리면서 조정 구간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5.16달러(5.46%) 오른 배럴당 99.64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4.2% 오른 배럴당 112.57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확률도 뛰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3.50~3.75%에서 더 높일 가능성을 장중 52%까지 높였다. CNBC는 올 들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금리 인상 확률은 이후 다소 떨어져 3.75~4.00%는 21.5%, 4.00~4.25%는 2.4%, 4.25~4.50%는 0.1%를 기록했다. 금리 동결 확률은 71.5%이고, 3.25~3.50%로 내릴 확률은 4.5%였다.

채권 시장에서도 미국 국채 매도세 확대로 금리가 장중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한때 4.48%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도 4.02%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가격은 그만큼 내렸다는 의미다.

美 올해 예상 물가 상승률 3.0%→4.2%, 금리 인상 확률 폭등...반도체 ‘헬륨난’ 위험 속 주말이 고비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해하는 화물선들. 로이터연합뉴스
소비 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이날 미국 미시간대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가 53.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확정치(56.6)보다 3.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고,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주 전에 발표된 3월 속보치(55.5)와 비교해서도 2.2포인트 더 낮아졌다. 지난해 3월 확정치(57.0)에 비하면 3.7포인트 내려갔다. 이번 조사는 2월 17일부터 3월 23일까지 진행됐다. 응답의 약 3분의 2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수집됐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3.0%에서 4.2%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였음을 감안하면 1.6%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연준의 목표치 2.0%보다는 두 배 이상 높다. 현 에너지 시장 혼란 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고, 올해 중반부터 석유·가스·비료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는 전제로 계산했는데도 그랬다. OECD는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 하락 효과를 상쇄해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2.1%)와 비슷한 2.0%로 전망하면서 “강한 인공지능(AI) 투자가 실질 소득 증가, 소비 지출 둔화로 점차 상쇄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같은 날 예일대 경영대학원 행사에서 “전쟁으로 인해 현재로선 인플레이션 위험이 고용 부문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헬륨 공급난이 이어지며 반도체 산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NYT는 26일 카타르 등 중동산 원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공급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 온도 제어,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인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공격하면서 가스 생산 시 부산물로 추출되는 헬륨 생산도 함께 중단된 영향이다. 카타르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헬륨 수출국으로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정제설비를 통해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월 520만㎥ 규모 헬륨을 생산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의 헬륨 수출량이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은 큰 타격은 없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이 추가 비용 압박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헬륨이 없다면 TSMC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선도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계속 가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미군의 지상전 투입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쓸 최후의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26일 미국이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할 정도로 승기를 잡기 위한 선택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선택지로는 ▲이란 핵시설 지하에 묻힌 농축 우라늄 탈취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점령 ▲이란 석유 기반시설 완전 파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 점령 등을 꼽았다. 이들은 모두 지상군 투입이 필요한 작전들이다. 또 공중전에 치중한 지금까지와 달리 막대한 미군 사상자 피해를 부를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란 전쟁이 확전과 협상의 기로에서 어느 길을 택할지는 이번 주말에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대한 금융시장의 신뢰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모두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는 탓에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시장 변동성은 좀체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에 꾀했던 ‘이란 정권의 완전한 교체’나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 같은 결과 역시 단기에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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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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