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어둠을 깨운 태초의 빛, 자그레브가 통째로 캔버스가 되다”

자그레브의 밤이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따스한 봄의 기운을 머금은 채 화려한 빛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매년 3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를 거대한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자그레브 빛의 축제(Festival Svjetla Zagreb)가 올해도 도심 전역을 희망과 예술의 빛으로 수놓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자그레브 시 관광청(TB of City of Zagreb)이 제공하고 엠 토마시(M. Tomaš)가 촬영한 이 사진은 2024년 자그레브 빛의 축제(The Festival of Lights 2024)의 화려한 장면을 담고 있다.

여덟 번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도시 상부(Gornji Grad)의 유서 깊은 중세 건축물부터 하부(Donji Grad)의 현대적인 광장에 이르기까지 총 21개 장소에서 26개의 독창적인 조명 설치물을 선보였다. 특히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고전적 건축미 위에 첨단 조명 기술을 덧입히는 시도를 통해 도시 전체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이 빛의 향연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긴 겨울을 보낸 시민들에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하며 자그레브를 세계적인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각인시켰다.

독일의 예술 단체인 에프오엘 인터내셔널(FOL INTERNATIONAL)과 다니엘 마르그라프(Daniel Margraf) – 스프리풍켈른(Spreefunkeln)이 협업하여 선보인 빛의 투영 전시인 연결과 포용(Connected – Embraced)은 자그레브의 크로아티아 공화국 광장 15번지(Trg Republike Hrvatske 15)에 위치한 유서 깊은 건물 외벽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유기적으로 흐르는 액체 구조물들이 서로 융합하고 흩어지며 공간 전체를 감싸 안는 시각적 통합을 이뤄냈다. 이 빛의 향연은 건축물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하며, 균형 잡힌 공존의 감각을 일깨웠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서 3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제8회 ‘빛 축제 자그레브(Festival svjetla Zagreb)’가 열렸다. 자그레브 관광청이 주최하고 자그레브시가 지원한 이번 축제에는 시내 21개 장소에 26점의 조명 설치 작품이 배치됐으며, 체코, 프랑스, 독일,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 5개국 작가들이 참여해 10건의 국제 협업 작품을 선보였다. 모든 프로그램은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무료로 운영됐다.

7개 장소에서 시작된 빛의 연대기
빛 축제 자그레브는 2017년 첫 회를 시작했다. 당시 자그레브 구시가지 7개 장소에서 최신 조명 기술을 활용한 시청각 설치 작품과 프로젝션을 선보이며 출발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자그레브 관광청(Turistička zajednica grada Zagreba)은 매년 봄, 도시가 겨울에서 깨어나는 시점에 빛을 매개로 공공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해 축제는 베를린, 뉴욕 등이 참여하는 국제 빛 축제 네트워크 ‘페스티벌 오브 라이츠 인터내셔널(Festival of Lights International)’에 가입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축제는 해마다 장소와 작품 수를 확장했다. 2024년 7회 때는 22개 장소에 25점의 작품을 배치했고, 올해 8회에는 21개 장소 26점으로 국제 협업 비중을 크게 높였다. 참여 국가도 회를 거듭하며 늘어나 올해는 5개국 작가가 전체 작품의 약 40%를 맡았다.

정교한 애니메이션과 화려한 시각 효과가 결합한 이 작품은 자그레브 빛의 축제(Festival Svjetla Zagreb)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몰입감을 제공했다. 다만, 강렬한 빛의 산란이 포함되어 광과민성 간질 환자에게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 사항이 동반되었다.
포브스와 유럽 베스트 데스티네이션스가 동시에 주목한 해

올해 축제는 국제적 위상 면에서 전환점이 된 해이다. 유럽 베스트 데스티네이션스(European Best Destinations)는 전 세계 여행자 투표로 257개 행사 가운데 월별 1건씩 총 12개를 선정했는데, 빛 축제 자그레브가 당당히 명단에 올랐다. 모나코 그랑프리, 밀라노 동계올림픽 등과 나란히 이름을 걸었다. 포브스(Forbes) 역시 이 축제를 2026년 유럽에서 방문할 만한 최고의 행사로 꼽았다. 자그레브 시장 토미슬라브 토마셰비치(Tomislav Tomašević)는 개막식에서 이 사실을 직접 언급하며 축제의 국제적 성장에 자부심을 표했다.
바다를 주제로 시작해 세계 물의 날에 막을 내리다
올해 축제가 특별했던 이유는 환경 메시지의 깊이에 있다. 개막 행사는 3월 18일 오후 7시 그라데츠 고원(Plato Gradec)에서 열렸으며, 개막작 ‘블루 펄스(Blue Puls)’는 3D 매핑 기법으로 관객을 바닷속으로 안내하며 기후변화와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세계자연기금 아드리아 지부(WWF Adria)와의 협력으로 제작됐다. 자그레브 관광청장 마르티나 비에넨펠트(Martina Bienenfeld)는 “바다를 주제로 시작해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마무리하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축제 기간 전체가 하나의 환경 서사로 연결된 셈이다.

풍선 트램부터 AI 난초까지, 올해의 대표 작품들
올해 축제에서 가장 시선을 끈 작품 가운데 하나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티용(Charles Petillon)의 ‘Z.E.T.-자그레브 인클로저 타임(Zagreb Enclosure Time)’이다. 자그레브의 상징인 반 옐라치치 광장(Trg bana Josipa Jelačića)에 놓인 파란 트램을 흰 풍선으로 가득 채운 빛의 캡슐로 탈바꿈시켜, 세대를 관통하는 기억의 서사를 빛으로 입혔다.

스트로스마예르 광장(Trg Josipa Jurja Strossmayera)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작품 ‘오프리스(Ophrys)’도 화제를 모았다. 인공지능 기술과 동작 감지 센서를 결합한 이 작품은 관람객이 몸을 움직이면 메드베드니차산의 희귀 야생 난초가 LED 화면 위에서 실시간으로 피어나는 광경을 연출했다.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건물 외벽 세 면에는 독일 작가들이 제작한 대형 프로젝션이 투사됐고, 클로비체비 드보리 미술관 아트리움은 디스코볼 조명 아래 춤추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올해 처음 선보인 FOL(Festival of Lights) 모바일 앱은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었다. 21개 장소의 위치와 각 작품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 관람 동선을 미리 계획하는 기능을 갖춰, 처음 자그레브를 찾은 방문객도 길을 잃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자그레브 가려면?
티웨이항공이 2026년 7월 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인천-자그레브 직항을 주 3회(화·목·토) 운항 할 예정이며, 비행시간은 약 11시간이다.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두 도시 여행’을 즐겨도 좋다.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을 거쳐 자그레브,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로 매일 운항한다. 루프트한자를 이용하면 프랑크푸르트나 뮌헨을, 폴란드항공은 바르샤바를 경유할 수 있어 이색적인 여행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트램으로 누비는 자그레브

자그레브 시내 교통의 중심은 트램이다. 자그레브 카드(Zagreb Card)를 구매하면 시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실연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 초콜릿 박물관, 자그레브 시립 박물관, 현대미술관, 니콜라 테슬라 기술 박물관, 자그레브 동물원 등 주요 관광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24시간권과 72시간권이 있으며, 반 옐라치치 광장의 관광안내소와 공항에서 구매 가능하다.

자그레브의 핵심 관광 지역은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알차다. 어퍼타운의 성 마르코 성당, 돌라츠 재래시장, 로트르슈차크 탑, 그리고 로어타운의 녹색 말굽 공원 지대가 대표적인 명소이다. 에스프레소 한 잔이 약 1.5유로(약 2,300원), 현지 식당 식사가 10~15유로(약 1만5,000~2만3,000원) 수준으로 서유럽 주요 도시 대비 합리적인 물가도 자그레브의 매력이다. 크로아티아는 2023년 1월부터 유로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므로 별도의 환전 없이 유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자그레브에서 출발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차량 약 2시간), 아드리아해 연안의 스플리트(차량 약 3시간 30분), 그리고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차량 약 6시간 또는 국내선 항공 약 1시간)까지 연결되므로 크로아티아 일주의 출발 거점으로도 적합하다.
빛 축제 자그레브에 관한 상세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festivalsvjetlazagreb.h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크로아티아 전반의 여행 정보는 크로아티아관광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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