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이 경기 승패는 장소가 바꾼다…한국-인도전, 왜 서울이어야 하나
- 강렬했던 춘천, 부산의 기억, 강호를 넘은 응원의 힘
- 커지는 올림픽 코트 개최론. 현안 해결로 안방 이점 극대화

한국 테니스가 올가을 '운명을 바꿀 한 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9월 19일과 20일 열리는 데이비스컵 퀄리파이어 2차 라운드 경기(4단식 1 복식)는 세계 8강을 가리는 파이널8 진출을 가리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여기서 승부를 가를 질문 하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디서 치르느냐"입니다.
이번 경기는 장소가 결과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강원 춘천시에서 카자흐스탄을 넘었고, 올해 2월 부산에서는 강호 아르헨티나까지 3승 2패로 꺾었습니다. 두 번 모두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홈이었습니다. 그리고 열성적인 응원을 보낸 홈 관중이 있었습니다.
데이비스컵은 일반 투어와 다릅니다. 조용한 박수 대신 뜨거운 함성이 흐름을 바꾸는 무대입니다. 부산에서의 승리는 실력만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선수와 하나가 된 관중의 에너지가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인도가 네덜란드를 꺾은 이변을 엮으면서 한국은 3연속 안방 경기라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이번 인도전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력만 보면 한국이 인도와 상대 전적에서 6승 5패로 근소하게 앞서지만, 결코 편한 승부는 아닙니다.
한국은 권순우(343위)와 정현(404위)이 단식의 중심을 잡아야 하고, 인도는 나갈(278위)의 단식과 밤브리(복식 23위)의 날카로운 무기로 맞섭니다. 여기에 네덜란드전에서 3승을 쓸어 담은 수레시라는 변수까지 있습니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학에 다니는 수레시는 네덜란드전에서 3승(단식 2승, 복식 1승)을 홀로 책임졌습니다. 세계 랭킹은 474위이지만 미국 대학 테니스의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인도 언론은 수레시에 대해서 "다시 꿈꾸게 만든 선수"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과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인도와 데이비스컵에서도 출전했던 노갑택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 역시 "수레시는 투어 경험이 적어 랭킹이 떨어져 있을 뿐 사실상 100위권 선수로 봐야 한다. 멘탈과 경기 지배력이 뛰어나다. 경계 대상 1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승부는 실력 외적인 변수가 많습니다. 흐름을 누가 가져오느냐의 기 싸움입니다. 그래서 이 경기는 서울에서 열려야 합니다. 서울 올림픽공원 센터코트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닙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ATP와 WTA 투어까지 이어진 한국 테니스의 성지입니다.
1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와 뛰어난 접근성, 국제 대회 운영 경험까지 갖춘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지방 개최의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다릅니다. 이 경기는 '집중'이 필요한 승부입니다. 한국 테니스의 흐름을 끌어올릴 기회라면, 가장 상징적인 공간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끌어내야 합니다. 올해 초 세계 랭킹 1위 알카라스와 2위 신네르의 슈퍼매치가 성공적으로 마감될 수 있었던 데는 대회 장소인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최상급 시설도 한몫 단단히 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시설 관리 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의 승인, 일정이 다소 겹치는 WTA 투어 코리아오픈과 일정 조율, 낡은 시설 문제 등 넘어야 할 장벽은 적지 않습니다. 코리아오픈 본선이 데이비스컵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센터코트 내외부에 대한 개보수가 진행되고 있고, 코리아오픈 일정 역시 충분히 조정 가능한 범위입니다. 오히려 데이비스컵과 코리아오픈이 이어진다면 '테니스 황금 주간'이라는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노갑택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의 말은 핵심을 정확히 짚습니다. "서울에서 한다면 홈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승부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권순우가 이기느냐, 나갈이 버티느냐의 문제를 뛰어넘어 한국이 홈 이점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권순우, 정현은 올림픽공원 센터코트 경험이 누구보다 많기에 적응도 수월해 보입니다.
장소는 배경이 아닙니다. 이번 데이비스컵에서 '서울'은 곧 승부입니다. BTS의 귀향 공연이 열린 서울 광화문처럼.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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