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3월은 ‘노랑’에 파묻히는 시절…지금 아니면 1년의 기다림뿐
매미성 등 볼만…도다리쑥국·멍게비빔밥 별미
무엇인가를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마음이 간절해질 터. 유효 기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더구나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경남 거제 공곶이는 좋은 본보기다. 이때 가지 않으면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지금 공곶이는 노란 수선화 물결치는 모습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지난 주 21~22일에 열린 ‘거제 공곶이 수선화 축제’가 막을 내렸지만 만개한 수선화는 이번 주말에 최고조에 다다를 전망이다.

공곶이라는 지명은 낯설고도 독특하다. ‘곶(串)’은 ‘땅이름’이란 뜻의 한자어다. 꿰다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관이라고도 부른다. 보통 곶이라고 하면 바다 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지형을 뜻한다. 포항의 호미곶이나 울산의 간절곶이 대표적이다.
공곶이는 ‘곶’에 ‘엉덩이 고(尻)’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엉덩이처럼 둥글게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땅이라는 의미다.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이 작은 곶은 그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풍경으로 해마다 봄이면 전국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봄이 찾아오면 공곶이는 특유의 해안선 풍경보다 샛노란 수선화가 유명세를 대신한다.

지금의 수선화 꽃밭, 동백나무 숲길, 아왜나무 터널은 자연이 저절로 만든 풍경이 아니다. 두 사람이 평생을 바쳐 손으로 가꾼 시간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공곶이의 수선화는 다른 어느 꽃밭의 꽃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꽃잎 뒤에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초반 약 15분간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때 많은 방문객이 안내 표지판을 따라 왼쪽 길을 택한다. 하지만 이 길에는 300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계단걷기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상당한 고역이다.
다행히 조금 손쉬운 방법이 있다. 주차장 입구 쪽에 편의점 건물이 있다. 그 옆으로 해안선을 따라 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완만하고 안전한 해안길이다. 이 같을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인 공곶이에 닿을 수 있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예구항 가는 길’이란 표지를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오면 300계단의 두려움을 날려버릴 수 있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비로소 수선화 꽃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란 꽃들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피어 있다.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아는 듯 또는 그것을 수줍어하는 듯한 자태다. 꽃밭 사이 오솔길을 따라가면 몽돌해변에서 길이 끝난다.

인생샷을 원한다면 내도가 보이는 방향에서 종려나무와 수선화, 그리고 바다가 함께 담기는 구도를 노려볼 것을 추천한다. 또 하나, 돌탑이 쌓인 지점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도 공곶이 특유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

마을 북쪽으로는 기미산 둘레를 따라 장승포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나 있다. 동백나무 숲과 바다 전망이 어우러져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이국적 풍광을 자랑하는 장소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홀로 쌓아 올린 매미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최근 거제의 필수 방문지로 떠올랐다. 화려함보다는 묵직한 이야기가 배어 있는 성벽, 그 앞으로 펼쳐지는 몽돌해변과 파도 소리가 특별한 감성을 자아낸다.

4월을 앞둔 시점부터는 멍게비빔밥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별미다. 살짝 숙성한 멍게젓갈을 따뜻한 밥, 김 가루, 참기름과 함께 비비면 바다의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거제 멍게는 전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거제의 자랑 중 하나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만의 봄은 마냥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에게 품을 연다. 거제 공곶이도, 그곳의 수선화도 봄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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