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BTS를 활용했다…상상 넘어선 성공적 복귀
일각에선 특혜 논란도…“광화문 공연 택한 공익적 측면 고려해야”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역사적인 수준의 관심 속에 치러진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이 상상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역사적인 수준의 관심이란 건 지금까지 이 정도의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다. 아시아 한 나라의 가수가 약 4년 만에 복귀하며 기념 공연을 열었는데,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룬 사례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BTS 복귀를 다루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 다양한 관점의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거의 1분 단위로 속보까지 전했다. NYT가 이처럼 집중 보도하는 대상은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그래미 시상식 같은 초대형 이벤트뿐이다.

NYT 속보까지…세계가 주목한 세기의 컴백
한 아시아 가수의 복귀에 쏟아진 관심은 문자 그대로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역사적인 수준'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상상을 넘어선 성공이란 건 시청 순위로 확인된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BTS 광화문 공연 실황은 공개 다음 날인 3월22일 미국·영국·일본·아르헨티나·호주·프랑스·칠레· 캐나다·독일·인도 등 77개국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14개국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플릭스 패트롤이 순위를 집계하는 나라가 93개국인데, 그중 91개국에서 2위 이상을 한 것이다.
어느 아시아 영화가 이런 성적을 거뒀어도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이라고 할 텐데, 특히 공연 실황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면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공연 실황은 일반적으로 팬층 외에는 소비가 제한적인 비대중적 장르다. 열성팬이 아닌 이상 특정 가수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콘텐츠로 전 세계 극영화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기적적인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기준으로 20~40개국 1위면 글로벌 히트, 플릭스 패트롤 점수 800점대면 메가 히트로 분류된다. 이번 공연 영상은 77개국 1위에 더해 904점을 기록하며 글로벌 메가 히트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니 '상상을 넘어서는 성공'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관심을 통해 한국과 그 전통문화가 다시 한번 세계에 노출됐다. 광화문이라는 공간 자체도 글로벌 상징 공간으로 각인되는 효과를 얻었다. 이러한 파급력을 바탕으로 블룸버그는 BTS를 '국가적 자산'이라고 표현했고, NYT 역시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으로 평가했다.
NYT는 "새 앨범 제목인 '아리랑'은 한국 민요의 이름으로,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을 상징한다"며 "서울의 역사적 중심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인 BTS의 웅장한 귀환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세계 생중계 자체가 글로벌 위상과 인기를 입증하는 사건이라며, BTS의 복귀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행보라고 했다. 영국 BBC는 BTS를 '21세기 비틀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영미 국가가 각각 자국의 상징적인 스타에게 BTS를 견주는 것이다.
CNN은 이번 공연을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견줄 만한 거대한 문화 이벤트"로 규정하며 "이번 완전체 컴백은 세기의 컴백"이라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BBC는 "BTS의 컴백이 국가적 차원의 환영을 받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컴백 이상으로, 한국을 세계 음악 무대의 중심에 세우는 '문화적 힘'(Cultural Force)의 귀환"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올해 최대 이벤트로 꼽힐 만하다고도 언급했다. 영국 가디언은 "서사적 규모의 귀환", 롤링스톤 UK는 "BTS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자 글로벌 확장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주요 통신사들 역시 BTS의 공연을 주요 이슈로 타전했다.
공익인가, 특혜인가…광화문 공연 논쟁
국내에서는 논란도 적지 않았다. "왜 특정 회사, 특정 가수에게 광장을 쓰게 하고 공공 자원을 투입하느냐" "다른 가수에겐 안 해주느냐" "객관적인 기준부터 정하라" "26만 명이 온다더니 훨씬 적었다" "통제가 과도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관객 수를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서울시 5만 명, 행정안전부 6만 명, 경찰 8만 명, 하이브 10만 명 등 기관마다 추산이 엇갈렸다. 초기 경찰 추산 과정에서 일부 인파가 누락됐다는 주장도 있고, 하이브 측은 서울시·행안부 등의 집계 방식이 기술적으로 외국인들을 다 포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어찌 됐든 최초 경찰 예상치인 26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 초 BTS 멕시코 공연은 예매 시작 즉시 매진됐다. 멕시코 대통령은 표가 15만 장밖에 안 풀렸다며 추가 공연 요청 서한을 우리 대통령에게 보냈다. 예매 당시 세계 1300개 이상 도시에서 관련 검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무료 복귀 공연에 대규모 인파를 예상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표를 2만2000장 정도만 배포한 게 패착이었을 것이다. 표가 10만 장 배포됐다면 표를 확보한 사람은 다 모였을 것이다. 거기에 추가 인원이 더해졌을 텐데, 표가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혼잡과 위험, 경찰 통제에 대한 흉흉한 소식들이 계속 전해졌다. 관객들이 현장 방문 대신 넷플릭스 시청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긴 공백기 영향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통제는 확실히 과도했는데, 이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의 영향이다. 또 비판자들이 최근 전쟁으로 인한 테러 위험을 제기해 경찰이 더 긴장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특정 회사나 가수의 이벤트라기보다 국가적 차원의 문화 행사로 볼 여지도 있다. BTS가 시장 규모 면에서 더 큰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이런 공연을 연 것은 상징적인 선택이다. 단지 자신들의 모국이기 때문에 그 뿌리를 되새기는 것이다. 이건 우리 국익에 큰 보탬이 된다. 돈으로 계량하기 어려운 홍보 효과, 즉 한국 소프트파워가 발생한다. 그러니 이번 행사는 한국이 BTS를 활용한 것이다.
분명 공익 측면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사익이라고만 보니 특혜 논란이 반복된다. 다른 가수와의 형평성을 언급하지만, BTS와 같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국내 가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현실적 질문도 함께 제기된다.
향후 BT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익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지나친 비판이 이어질 경우, BTS는 더 움츠러들 것이다. 장래에 정말 기적적으로 한국에서 또 다른 세계 톱스타가 나타나도 국내 이벤트를 꺼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과 같은 비판이 과연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이익일까?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글로벌 시청 지표의 폭발적 성과와 국내 관객 동원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났다. BTS의 건재 여부는 향후 세계 순회공연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긴 공백기와 신곡의 낮은 대중성이라는 변수 속에서도 순회공연이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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