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미용 성형도 허용…“북한 여성들 ‘외모 꾸미기’ 확산”

KBS 2026. 3. 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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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체중 관리와 외모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도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화장품 소비를 부추기는 내용을 방송하는데요.

한국 드라마 등 외부 문화의 유입이 다이어트와 미용 시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북한 당국은 법을 개정해 미용 성형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 도시와 지방 간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데, 북한 여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의 한 건강제품 전시장으로 여성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피부 미용 등 여성용 맞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인데요.

[김효남/건강제품 전시장 지도원 : "우리 여성들 속에서 건강식품들에 대한 수요가 지금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건강에 좋은 여러 가지 건강제품들을 개발·생산해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여성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건 건강제품만이 아닙니다.

조선중앙TV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여성들에게 화장품 소비를 부추기는데요.

[조선중앙TV :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젊어지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의 그 마음을 충족시켜 주는 것의 하나가 바로 화장품입니다."]

좋은 피부의 중요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조선중앙TV : "맑고 부드러운 살결 제일 좋고 이상적인 피부가 없이는 빛을 볼 수 없습니다."]

젊은 여성을 등장시켜 이상적인 피부 기준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 "그것은 아마 탄력이 있으면서도 광택이 있는 하얀 살결을 꼽습니다."]

심지어 급격히 나이 든 모습을 대비시켜 불안감까지 자극합니다.

[조선중앙TV :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피부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주름이 생기고 노화가 오게 됩니다."]

이런 방송을 내보내는 건 북한 여성들의 피부와 미용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미/탈북민 : "피부미용 같은 경우는 그때(탈북 전)도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얼굴이 흰 친구를 보면 따라가서 무슨 크림을 쓰니, 비법이 뭐니 하면서 친구들 사이에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국내 북한 전문 매체도 북한 여성들의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의 경우 주름 개선 시술이나 화장품 등 피부 관리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데요.

이 같은 현상은 북한 장마당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1995년 이전에는 외모 가꾸기라고 할 때 주로 머리 유행이나 옷 유행 같은 유행은 좀 있었는데 화장법이나 그리고 미용, 이런 것에 대한 유행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1995년 이후에 시장화가 시작되면서 시장에서 중국 화장품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극심한 경제난은 북한 사회에 시장 경제 공간인 '장마당'이라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낳았습니다.

북중 밀수를 통해 각종 물자가 오갔고, 그중 다양한 중국산 화장품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는데요.

시장 활동에서 주역이던 여성들이 경제적 주도권까지 쥐게 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자연스럽게 외모 꾸미기, 뷰티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아무래도 시장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내가 번 걸 내 마음대로 쓰는 거잖아요. 내가 쓰고 싶은 거 쓰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화장품을 사고 그다음에 어디서 보톡스를 잘해준다더라 하면 보톡스도 맞고 이렇게 하겠죠."]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을 북한 당국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2006년 방영된 북한 드라마.

["(야, 너 화장 하는구나?) 내가 화장하긴 뭐가... 입술 트니까 좀 발라보는 건데."]

졸업을 앞둔 여고생들이 단장을 하자 그 모습을 본 교사가 화장을 오히려 적극 권합니다.

["여자가 밖에 나갈 때 화장하고 옷차림을 잘하는 건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할 예절이고 도덕이야."]

꾸미는 행위를 개인의 허영이 아닌 '사회적 에티켓'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후 북한은 여성들을 겨냥한 화장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해외 화장품으로 이어지던 소비를 국산으로 돌리겠다는 전략이었는데요.

북한 매체들은 국산에 대한 단순 홍보를 넘어 외국 제품과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공격적인 선전전까지 펼쳤습니다.

["외국제 화장품 써서 얼굴이 빨갛게 되면서 이렇게 뾰루지가 많이 났었습니다. 정말 머리를 들고 못 다닐 정도로 났었는데."]

["그러니까 맹탕 다른 나라 화장품이니까 이거 좋겠구나 하고 써봤는데, 쓰는 과정에 첫 번에는 잘 알지 않지만 얼굴에 부작용이 생기고 무슨 이상하게 뾰루지가 생기고."]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의 등장도 외모 가꾸기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가수 출신이었던 리설주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등이 북한 여성들의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겁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귀걸이를 할 수도 없었고 머리를 일단은 푸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어요. 머리는 항상 묶어야 하고 아니면 중간 머리를 하든지. 그런데 리설주는 머리를 풀기도 하고 중간 머리를 하기도 하고 되게 자연스럽게 연출하잖아요."]

실제로 리설주 등장 초기 북한의 미용실에선 그녀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선전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미용술보급소 봉사원 : "스무 살 아래의 처녀들 속에서 즐겨 하고 있는 머리 형태입니다. 젊음이 넘치는 처녀 시절의 생기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므로 파마를 하여 세련미나 화려함을 의도적으로 줄 필요는 없습니다."]

리설주의 옷차림이 북한의 패션에 반영되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여성들이 좀 더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증언입니다.

[장미/탈북민 : "예전에는 좀 예쁘게 꾸미고 나가면 무작정 단속을 당했어요. 왜 옷을 이렇게 좁게 입니, 왜 치마를 이렇게 짧게 입니 하면서 단속을 당했는데 리설주가 딱 나왔을 때 단속 기준보다 더 짧게 하고 나온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아니 리설주도 저렇게 하고 나오는데 국모가 저렇게 하고 나오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어? 하면서 좀 더 과감하게 입었던 것 같아요."]

이와 함께, 한국 드라마 등 외부 문화의 영향도 다이어트와 미용 시술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진아/금릉운동관 에어로빅 강사 : "몸까기(다이어트) 하러 많이 오고, 율동도 배우러 오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배우나 가수 지망생 일부에서는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미/탈북민 : "아무래도 예뻐 보이는 게 직업이다 보니까 영화·연극학과 다니는 친구들은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성형수술이 확산되자 북한은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법제화에 나섰습니다.

2016년 '성형외과치료법' 제정 이후 두 차례 개정을 거쳐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까지 허용 범위를 넓힌 건데요.

외모 개선을 위한 미용 성형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한 셈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내부적으로 여성들이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것들(성형수술)을 자꾸 개인들이 하다 보니까 이런 주민들의 수요, 욕구가 반영돼서 성형외과 치료법이라는 것이 새롭게 제정된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평등을 강조하고 집단주의를 표방해 온 북한 사회에 새로운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도급 병원조차 없는 지방에서는 성형수술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인데요.

결국 평양, 그중에서도 일부 부유하거나 특권이 있는 계층에게만 해당하는 맞춤형 서비스라는 지적입니다.

[조현정/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 "중앙병원이나 도 병원 등 성형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원정을 가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과 도시 간의 격차 중에 미용이나 성형 관련된 격차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북한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번져가는 외모 가꾸기.

하지만 여기에도 평양과 지방, 부유한 특권층과 일반 주민 사이에 격차의 선은 확실히 그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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