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천㎞ 달리며 깨우친 마음 수행기…'스님의 달리기'

임미나 2026. 3.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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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의 초록 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뛰어가다 무거워진 몸을 여실히 느끼고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스님.

저자인 지찬 스님은 좌선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의 마음 수행과 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이어가는 달리기가 언뜻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스님이 관념으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얻은 가르침을 기록한 책에는 달리기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새겨들을 만한 구절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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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스님 에세이…"달리기는 움직이는 좌선, 좌선은 멈춘 달리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신호등의 초록 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뛰어가다 무거워진 몸을 여실히 느끼고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스님. 운동 삼아 나선 달리기에 점점 더 빠져든 스님은 급기야 울트라마라톤 대회까지 나가고 1만1천450㎞ 주행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면서 깨달은 불교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 '스님의 달리기'가 나왔다.

저자인 지찬 스님은 좌선을 기본으로 하는 불교의 마음 수행과 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이어가는 달리기가 언뜻 많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부처님이 창안했다고 알려진 '수식법'(호흡의 출입을 알아차리는 수행)과 달리기에서 필요한 호흡법부터 닮았다고 한다.

달리는 경험이 쌓일수록 러너는 억지로 다스린 호흡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오히려 몸의 리듬을 받아들이고 호흡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도록 기다릴 때 달리기가 다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지찬 스님은 "달리기는 움직이는 좌선이고 좌선은 멈춘 달리기와 닮았다"고 깨닫는다.

달리기는 불교에서 중요한 '덜어냄'의 진리도 가르쳐줬다.

마음이 앞서가면 몸을 무리하게 쓰다 보니 더 자주 멈춰 서게 되고,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몸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찬스님은 "해야 할 일들을 앞다퉈 몰아넣기보다 숨이 막히는 지점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법을 배우게 됐다.…달리기를 하며 알게 된 리듬이 이렇게 삶의 속도까지 조율해 주었다"고 말한다.

스님은 '법구경'의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기도 한다.

"적은 욕심으로 만족할 줄 아는 이는 숲속의 사슴처럼 자유롭다."

다만 스님도 수행 중인 '사람'인지라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서 완주와 기록에 매달리기도 하고, 마라톤의 인기가 치솟아 참가 접수에 실패하는 일이 잦아지자 크게 실망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을 발견한 스님은 다시 수행자의 자세로 돌아와 "집착이 올라오는 순간마다 나는 경전의 문장을 조용히 떠올린다. 붙잡는 순간 흔들린다는 말, 그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다시 배우는 중"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스님이 관념으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얻은 가르침을 기록한 책에는 달리기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새겨들을 만한 구절이 적지 않다.

"마라톤과 수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자기를 넘는다'는 말을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자기를 넘는다는 것은,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일이다. 타협은 그 과정의 일부다.…중요한 것은 타협한 자기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다. 자신을 불러 세우고, 다시 길 위에 올려놓는 일이다."(180쪽)

유노북스. 224쪽.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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