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나갈 거 같아, 사랑한다고 전해줘”···14명 숨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참사 [신문 1면 사진들]

강윤중 기자 2026. 3. 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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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처참한 화재 현장 (3월23일)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4명의 사상했다. 22일 드론으로 내려다본 공장 건물들이 전소되거나 무너져 내려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전|문재원기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전소된 3층 짜리 공장 건물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을 벌여 연락이 끊겼던 14명의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화재 당시 공장에선 17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습니다. 90여명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50여명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골절상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번 화재는 23명이 숨진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남겼습니다.

3월23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드론으로 담은 대전 안전공업 화재참사 현장입니다. 건물이 전소되고 무너져 내린 주차장 등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화재로 희생된 한 노동자는 불이 나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생전 마지막 음성을 남겼습니다. “불이 났는데 앞이 안 보여서 못 나갈 거 같아.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

■ 또…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작업자 3명 사망 (3월24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에서 23일 발생한 화재로 파손된 발전기 프로펠러가 추락하고 있다. 이 화재로 발전기를 정비하던 작업자 3명이 숨지고 인근 야산으로 불길이 번졌다. 연합뉴스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전기를 정비하던 노동자 3명이 사망했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3월23일 오후 1시11분쯤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의 한 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발전기 아래쪽에서 발전기 수리에 투입된 노동자 1명의 시신이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습니다. 지상으로 추락한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내부에서 화상을 입은 채 숨진 노동자 2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24일자 1면 사진은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파손된 발전기 프로펠러가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는 모습입니다. 처음 보는 종류의 화재사고인 데다가 사망자까지 발생했고, 날개가 떨어져 내리는 찰나가 잘 포착돼 1면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연일 화재사고 현장사진을 썼습니다. 이 사진은 독자제공 사진이었습니다. 요즘 발생하는 큰 사건의 현장사진은 독자의 기다림과 순발력에 의해 기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전쟁·경제 파고 속에도 꽃은 핀다 (3월2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7도까지 오르며 완연한 봄날씨를 보인 24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을 찾은 시민들이 흐드러진 개나리꽃 사잇길을 걷고 있다. 이준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란과 협상해 15가지 사안에 합의했다면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란 당국자가 미국과 협상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종전 관련 미국과 이란 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양측은 제3국을 사이에 두고 간접 소통하며 종전 조건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이 밝혔습니다. 전쟁 장기화에 따라 국내에서는 에너지·원자재 대란이 전방위적인 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국내 페인트 업계 KCC가 제품 가격을 최대 40%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 차원의 비상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중동전쟁으로 국내외 상황이 빡빡하고 답답합니다. 1면 사진은 서울 응봉산에 만개한 개나리입니다. 어수선한 시기에 다소 ‘한가해 보이는’ 사진을 썼다고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편집자가 ‘전쟁·경제 파고 속에도 꽃은 핀다’는 쌈박한 사진제목을 달았습니다. 꽃 피는 봄은 기어이 옵니다.

■ 한국 첫 독자 개발 전투기 ‘KF-21’ 출고식 (3월26일)

이재명 대통령 25일 경남 사천시 한국우주항공산업(KAI)에서 열린 첫 독자 개발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첫 독자 개발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마침내 대한민국은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까지 우리 기술과 의지로 평화를 지키는 무기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자주국방의 위용을 떨치게 됐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국산 전투기 개발 비전을 밝힌 지 25년 만입니다. 이날 출고식에는 KF-21 시험비행 조종사, 방산업체 임직원, 공군사관생도, 항공과학고 학생, 14개국 외교 사절 등이 참석했습니다.

1면 사진은 이 대통령이 이날 공개된 KF-21 전투기를 배경으로 축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대통령이 정중앙에 있느냐,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비켜서 있느냐를 따졌을 뿐 확실한 1면 사진이었습니다. 너무 명확해 보이는 1면 사진은 이 업을 가진 모든 이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날 아침 중앙일간지에는 예외 없이 전투기 앞 대통령 사진이 실렸습니다.

■ 기름값 더 오르기 전에…저가 찾아 삼만리 (3월27일)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2차 고시를 앞둔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가 기름값 인상 전에 미리 주유를 하려는 시민들의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등 중동전쟁의 충격을 줄이는 민생 안정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월2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에 적용하는 ‘2차 석유 최고가격’을 발표했습니다. ℓ당 최고가격은 보통 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입니다. 동시에 유류세 인하폭은 기존보다 2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자 중동발 위기가 물가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급 차질이 빚어진 나프타는 수출을 통제하고, 요소수는 매점매석을 금지했습니다. 상반기 공공요금도 동결했습니다.

1면 사진은 석유 최고가격제 2차 고시를 앞두고 기름값 인상 전에 값싼 주유소에서 미리 주유하려는 시민들의 차량이 줄지어 선 모습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이란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열흘 더 유예하겠다며 이란에 종전 협상을 압박했습니다. 이 난리의 시작과 끝이 단 한 사람의 혼란스러운 입에 달려 있습니다. 화납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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