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왜 ‘토종 NO.1’인지 여실히 증명한 현대캐피탈 허수봉 “27득점보다 리시브 잘 버틴 게 더 뿌듯해”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3. 2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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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남정훈 기자] 왜 허수봉이 현역 국내 선수 NO.1 플레이어인지를 여실히 증명한 한 판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이 3세트부터 20점, 특히 5세트에만 혼자서 팀 공격의 56.25%를 책임지며 8점을 몰아친 ‘토종 에이스’ 허수봉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아냈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둔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2승제) 1차전에서 첫 두 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2(23-25 21-25 25-18 25-22 15-1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20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것은 17번으로, 그 확률은 85%에 달한다.

박철우 감독대행 체제 이후 지난 25일 KB손해보험과의 의정부 준플레이오프(3-0 승리) 포함 원정에서만 9전 전승을 거둔 ‘원정 불패’ 우리카드의 기세가 1,2세트에도 이어졌다. 선봉장은 우리카드의 ‘알리신’ 알리(이란)였다. 1,2세트에 각각 서브 에이스 3개씩을 터뜨리며 현대캐피탈 리시브 라인을 초토화시켰다. 공격 성공률도 80%에 달했다. 2세트까지 18점을 몰아치며 허수봉과의 간판 아웃사이드 히터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는 모양새였다.

우리카드의 3-0 셧아웃 승리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황. 2세트까지 공격 성공률은 66.67%로 좋았지만, 단 7점에 그쳤던 허수봉은 이대로 패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3세트부터 ‘허수봉 타임’이 시작됐다. 3세트에만 블로킹 1개 포함 9점을 올리며 공격의 중심에 섰다.

현대캐피탈이 3,4세트를 따내며 기어코 끌고온 5세트. 다시 한 번 허수봉이 붕 날았다. 세트 초반 어렵게 올라온 오픈 공격 2개를 성공시키는 등 5세트에만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8점을 책임졌다. 8-6에서는 정규리그 리시브 효율 1위(46.13%)에 빛나는 우리카드 리베로 오재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13-12에서 아라우조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며 자기 손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든 허수봉은 14-13에서 퀵오픈을 우리카드 코트에 꽂으며 2시간 20분간 진행된 명승부를 승리로 매조지했다.

이날 허수봉의 기록은 블로킹 3개, 서브득점 2개 포함 27득점. 공격 성공률은 무려 68.75%였다. 피블로킹도 1개에 불과했고, 공격 범실도 단 2개만 저지르면서 공격 효율도 59.38%에 이를만큼 순도도 높았다. 21점으로 뒤를 받친 레오가 공격 성공률은 52.94%였지만, 피블로킹 4개에 공격 범실 3개로 공격 효율이 32.35%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허수봉의 높은 효율 덕분에 리버스 스윕에 성공할 수 있었던 현대캐피탈이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허수봉은 “오늘 내 개인적인 경기력도 만족스럽지만, 3세트부터는 우리 팀이 잘 할 때 모습이 고스란히 나와서 더욱 만조스럽다. 저도 동료들이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이날 2세트까지만 해도 알리의 서브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이었다. 허수봉도 2세트에 알리의 서브를 리시브 실패하며 에이스를 허용했다. 알리의 서브에 대해 묻자 “에이스 6개 했죠? 그 중 3개는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정말 빨랐어요. 현재 V리그에서 가장 빠른 서브 같아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블로킹 3개, 서브득점 2개, 후위공격 6개를 성공시킨 허수봉은 서브득점 1개가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엔 실패했다. 허수봉은 “아쉽지 않아요. 트리플크라운 상금 100만원보다 승리가 훨씬 좋아요”라며 웃었다.

60%를 훌쩍 넘긴 공격 성공률과 결정적인 순간의 하이볼 공격 성공보다도 허수봉은 리시브 라인에서 잘 버텨낸 것을 더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허수봉은 15개의 서브를 받아 6개를 세터 머리 위에 정확히 연결했고, 서브에이스 1개를 허용했다. 리시브 효율 33.33%. 그는 “(박)경민이와 (신)호진이의 많은 희생 덕에 리시브를 잘 버틴 것 같아요”라면서 “공격이야 제게 거는 기대치가 있기도 하고, 자신 있으니까요. 그런데 리시브는 제가 잘 받으면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플레이가 다 살아나니까. 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고 뿌듯해요”라고 설명했다.

허수봉은 이날 유관순체육관을 가득 메워준, ‘배구특별시’라는 수식어답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준 천안 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1,2세트를 패했지만, 3세트부터 팬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팬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우리 선수들의 기가 살았던 것 같아요. 우리 팬들의 함성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기를 많이 받아요. 그 덕분에 이긴 것 같아요”

허수봉은 내친 김에 2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끝내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조건 끝내야죠. 하루 건너 경기를 해야하는 단기전은 정말 피로하거든요. 정신력으로 그 피로감을 이겨내보겠습니다”

에필로그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던 허수봉은 본 기자에게 “방송 잘 봤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우리카드의 2승1패로 예상하셨던데요?”라고 웃으며 물었다. 매주 수요일 유튜브 ‘스포츠앤플러스’(스앤플)-수요배구회에서 V리그 및 배구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데, 허수봉도 이 채널을 구독하고 있어 출연진들은 허수봉을 ‘구독자님’이라 부르곤 한다. 다만 플레이오프 같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도 챙겨봤으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본 기자는 우리카드가 1,3차전을, 현대캐피탈이 2차전을 이겨 2승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허수봉은 이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1,2세트를 내주고 문득 ‘아, 남 기자님 예측대로 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기자님 예측을 저희가 깼으니 다행이네요”라고 말했다.
 
야구와 배구에 대해 내놓는 예측마다 많이 틀려서 구독자들로부터 ‘남반꿀’(남정훈 반대로 하면 꿀)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번 준플레이오프 승자를 모두 맞췄다.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도 맞췄고, 이날도 1,2세트를 우리카드가 잡으면서 ‘남정꿀’이 되는 듯 했지만, 허수봉이 3세트부터 ‘미친 존재감’을 보이면서 다시 본 기자를 ‘남반꿀’의 굴레로 밀어 넣은 셈이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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