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비밀 연습실은 어디? '타짜 고광렬' 탄생시킨 파주의 한 둑방

라제기 2026. 3.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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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영화 '극비수사'(2015)에서 형사를 도와 유괴사건을 해결하는 역술인 김중산을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당신이 잘 몰랐던 배우 유해진<3>

“우리에서 나오기 전 맹수들 같았죠. 감독은 그런 장면을 볼 때 정말 행복합니다.”

곽경택 감독이 2015년 6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극비수사’(2015)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유괴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역술인 김중산(유해진)이 첫 대면하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곽 감독은 양쪽에서 등장하는 공길용과 김중산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레디 액션’ 소리가 떨어지기 전까지 김윤석과 유해진은 자신들이 해야 할 연기를 반복해서 연습 중이었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두 배우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곽 감독에게는 마치 대결을 앞둔 맹수처럼 보였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유해진 역시 연습벌레다. 타고난 재능이 명연기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유해진은 노력파에 가깝다. 그는 장면마다 두세 가지 연기를 준비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이 마음에 드는 연기를 고를 수 있도록 나름 준비를 해가는 거다. 각 연기마다 지독한 연습을 하고서 말이다. 유해진이 감초배우로서는 드물게 주연배우가 되는 과정에서 도약대 역할을 해준 것은 연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유해진은 여러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다. 지난 25일 관객 1,500만 명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는 차력쇼 같은 그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다. 전반부에는 웃음을 유발하더니 후반부에서는 눈물을 자아낸다.

유해진은 영화 '이끼'(2010)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 덕천을 연기하며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CJ ENM 제공

유해진의 명연기로 종종 소환되는 영화 중 하나가 ‘이끼’(2010)다. 유해진은 어느 외진 마을의 사나이 덕천을 연기했다. 덕천은 마을에서 절대권력을 지닌 이장 천용덕(정재영)의 심복이다. 모자란 듯 음흉한 듯 순박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덕천이 4분 가량 실성한 사람처럼 천용덕으로 빙의해 그의 악행을 털어넣는 장면이 압권이다. “가서 장부에 도장 찍어오니라. 도장 안 내놓으면 지장이라도 박아오니라. 지장 안 박아주면 손가락이라도 잘라오니라. 손가락 안 내놓으면 멱이라도 따오니라. 멱 안 내놓으면 조상 묘라도 쓸어오니라. 가서 불이라도 질러뿌라….” 유해진은 ‘이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유해진은 실성한 듯한 덕천의 모습을 자신만의 ‘연습장’에서 약 2주일 동안 준비했다. 대본 세 쪽 분량의 대사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도록 제주도 한 목장을 홀로 거닐며 되뇌고 되뇌었다. ‘이끼’를 위해 제주 목장을 일시적으로 사용했던 유해진에게는 상시 야외 연습장이 따로 있었다. 동료 배우들이 출입하는 곳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오히려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었다. 유해진이 30대 시절 연기 담금질을 했던 곳은 어디였을까.


파주 공릉천 둑방이 개인 연습실

유해진(가운데)은 영화 '왕의 남자'(2005)에서 광대 육갑을 연기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역할은 '타짜'(2006) 캐스팅에 영향을 끼쳤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유해진은 2003년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로 이사를 갔다. 중산동에 있는 국민평형의 한 아파트였다. 연기 활동을 통해 모은 돈으로 장만한 첫 내 집이었다. 유해진은 2008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중산동 아파트에 살았다.

유해진이 중산동에 거주하는 동안 즐겨찾은 곳이 있었다. 인근 경기 파주시 금촌동 공릉천 둑방이었다. 연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당시에는 우범지대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대낮에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꺼릴 정도였다. 유해진이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혼자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몸 동작을 크게 만들어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유해진은 공릉천 ‘개인 연습장’에서 건져 올린 연기로 대중의 환호를 얻었다. ‘왕의 남자’(2005)의 육갑이도, ‘타짜’(2006)의 고광렬도 으슥한 곳에서 정진하듯 연습해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 정겨운 수다쟁이 면모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실제 성격은 조용하고 홀로 있기를 좋아하는 유해진으로서는 연습이 더 많이 필요했을 역할들이리라.

유해진은 공릉천 둑방 뿐 아니라 거주하던 아파트 근처 논두렁에서도 연기 연습을 했다. KBS드라마 ‘토지’(2004)에서 1인 2역으로 친일파 부자(父子) 악역을 맡았을 때다. 중산동은 고양시 외곽 쪽이라 주변에 산과 논밭이 제법 있다.

유해진은 영화 '타짜'에서 인간미 넘치는 수다쟁이 도박꾼 고광렬을 연기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CJ ENM 제공

유해진이 연습을 바탕으로 명연을 펼친다고 하나 순발력 역시 빼어나다.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촬영 현장에서 추가됐을 때도 그는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하곤 한다. ‘타짜’에서 고광렬이 고니(조승우) 어머니와 중국집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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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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