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왜] 이란 '난공불락'으로 만든 지리적 이점 3가지...미국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이유

백민경 기자 2026. 3.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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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군 잃어도 버티는 이란, 작전 성공해도 못 이기는 미국

공군과 해군을 초토화시키고 미사일과 발사대, 방공망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전쟁 초반부터 최고 지도자 등 쉰 명이 넘는 지도부를 암살했습니다. 인공위성과 각종 감시장비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 개 표적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죠.

그런데 4주가 넘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투에서는 이겨도 전쟁은 끝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이란의 지도에 있습니다.


'천연 방패' : 산맥과 사막


이란은 '천혜의 요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도 처음부터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이란의 서쪽과 테헤란 북쪽에는 험준한 산맥이 있는데요. 탱크나 장갑차 같은 기갑 전력으로 공격하더라도 산악 지대라는 '자연 장벽'에 막히게 됩니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지형의 이점을 활용해 게릴라전도 펼칠 수 있습니다.

또 국토의 1/3은 사막과 황무지입니다. 과거 미국이 이라크에서 사막을 통한 보급 문제에 시달렸는데 이란은 이라크보다도 내륙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공군을 동원하더라도 각국의 미군 기지들과 멀지 않은 이란의 서부와 남부를 공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이란의 동쪽으로 들어가면 작전 난도는 급격히 높아집니다. 전투기들이 더 오래 날아야 하고 공중 급유도 복잡해지기 때문에 공습의 강도와 빈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이란도 핵 시설과 군사 인프라를 이들 지역 깊숙이 숨겨 왔습니다. 실제 지난해 이스라엘이 시작하고 미국이 거든 '한밤의 망치' 작전에서 미국은 땅속 깊이 숨겨진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겠다며 B-2 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핵 시설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입니다. 이란이 핵심 시설을 미리 빼돌렸다는 정황도 나왔습니다.

결국 그 불안감은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이어졌죠.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면 최소 수십만 명의 전력과, 군비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공격 전초기지' : 2400km의 해안선


내륙 지역이 이란을 천혜의 요새로 만든다면, 이란의 광대한 해안선은 비대칭 공격의 전초기지가 됩니다. 페르시아만부터 오만만까지 이란의 남부 해안선은 무려 2400km에 달하는데요. 이 긴 해안선을 모두 방어할 필요도 없습니다. 넓은 수역을 이용해 이란이 고속정과 드론, 기뢰로도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하르그섬 등 요충지를 점령한다고 해도 지켜내는 게 더 힘들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이란은 이런 군사적 이점보다 더 확실한 패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볼모로 잡은 '두 개의 해협'


바로 지금 전쟁의 급소가 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이란은 전쟁이 본격화되자 전 세계의 원유 20%가 유통되는 '목줄'부터 장악했습니다.

미국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다른 카드 하나를 더 꺼내는데요. 예멘과 지부티가 마주 보고 있는 27km 폭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입니다. 수에즈 운하를 끼고 있어 전 세계 원유 10%, 그리고 물류가 지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란부터 2000km나 떨어진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앞마당에 가깝죠.

문제는 이란이 이곳을 영구적으로 봉쇄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지나는 배에 테러를 가하는 '실질적 위협'만 있으면 통행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저가형 드론이나 미사일, 기뢰만으로도 충분히 '가성비' 있는 테러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치명적입니다. 이란은 이미 4000km 내를 미사일 사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대리 세력을 통해서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이미 이란은 경험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 가자 전쟁에 반발하며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곳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했는데, 전년도 하루 870만 배럴이었던 원유 흐름은 400만 배럴로 반 토막난 바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홍해 공격이 시작되면 지금도 치솟고 있는 원윳값에 물류비 비용까지 추가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겁니다.


'지형적 공포' 앞세운 이란의 힘 겨루기


이런 지형적 공포는 이미 가혹한 현실이 됐습니다. 해상 테러 위협이 고조되자 세계적인 해운사들은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기수를 돌리고 있죠. 운항 거리는 40% 이상 늘었고 기간은 일주일 넘게 지연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류비와 유가 부담을 견디지 못한 각국의 생산 시설들은 이미 가동을 멈추고 강제적인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포린폴리시(FP)는 현지시간 23일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지리"라며 AI 같은 "기술적 우위가 미국의 전술적 성공을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폭탄으로 산을 없앨 수는 없고 해협의 위치를 옮길 수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중동 전쟁이 힘의 논리만으로는 풀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소모전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JTBC 백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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