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일 버틸 석유 있다지만…진짜 버틸수 있는 시간은 68일뿐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일일 소비량 따지면 실제는 2개월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될 경우
5~6월부터 원유 부족 현실화 가능성
정부, 석유가격 상한제·차량 부제
25조원 추경 등 총력 대응체제 가동
사태 장기화시 성장률 하향 불가피
![12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휘발유·경유 가격 표시를 바꾸고 있다. 해당 주유소는 이날 휘발유 가격을 ℓ당 1984원에서 1894원으로 인하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유가를 안정시키고자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이른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8/mk/20260328063903996umhd.png)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4주 안에 끝내겠다고 했지만, 이란의 반발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에너지 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매우 안좋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한국은 최근 10여년간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15∼20%포인트 낮췄으나, 여전히 석유는 70%, 천연가스는 20% 수준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석유(원유)가 문제입니다. 석유가 끊기면 한국의 핵심산업이 가동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6개월치 석유가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데이터로 한 번 따져봤습니다.
수출+내수 물량 감안시 68일치 밖에 남지 않아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첫 주에 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하락 전환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19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72.3원 내린 1천829.3원이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96.5원 하락해 1천828.0원을 기록하며 큰 낙폭을 보였다.
22일 서울의 만남의광장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3.22 [한주형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8/mk/20260328063905315mnoc.jpg)
정부는 그동안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에 따라 약 208일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평소 원유 소비 구조에서 수출 물량을 줄이고 내수 소비까지 절감하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소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280만 배럴로, 현재 비축 물량 1억9000만 배럴은 약 68일분에 그칩니다. 추가 확보 물량을 포함하더라도 두 달 남짓한 수준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208일’은 평상시 수출 물량을 줄이고 내수 소비를 절반 이하로 낮췄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실제로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상시에는 도입한 원유의 50%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50%는 수출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위기 시 수출을 줄이고 소비를 억제할 경우 하루 사용량을 약 110만 배럴 수준까지 낮추고, 이를 통해 6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이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위축과 내수 경기 둔화를 감수해야 하는 ‘비상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중동전쟁 장기화시 제조업 생산비용 11% 상승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의 국내 입항은 지난 20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5월 말이나 6월부터 실물 원유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충격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입니다. 중동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하루 약 300만 배럴 수준의 원유 도입량 가운데 200만 배럴가량이 불안정해지고, 100만 배럴 정도만 확보 가능한 구조가 됩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충격도 빠르게 확대됩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일에서 3주 수준에 그칠 경우 제조업 생산비는 평균 5.4% 상승합니다. 기간이 1~3개월로 길어지면 상승폭은 8.6%로 확대되고, 석유제품 부문은 60% 이상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봉쇄가 3개월을 넘길 경우 상황은 ‘비용 상승’을 넘어 ‘구조적 충격’ 단계로 진입합니다. 제조업 생산비는 평균 11.8%, 전 산업 기준으로는 9.4%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석탄·석유제품은 최대 83%, 전력·가스·증기 분야는 77.7%까지 비용이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충격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프타, 암모니아, 헬륨 등 에너지 기반 원료 공급이 흔들리면 화학·금속·운송·반도체 등 후방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유가로 소비심리 줄면 성쟝률 하향 불가피
차량 부제도 시행됩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의 올해 1월 제품별·산업별 소비 통계에 따르면, 석유소비의 64.8%가 산업용으로 쓰였고, 수송용은 26.4%, 가정·상업·공공용은 7.1%, 발전용은 0.3%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에 수송용을 타겟으로 해서 소비를 줄이는게 차량 부제입니다.

1990년 걸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치솟자 1991년 약 두달간 10부제가 실시된 이후, 35년만에 차량 부제가 실시되는 겁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지금 상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생활 속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경제는 민간소비에 의해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중동전쟁발 고유가가 고물가·차량부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2%)를 달성하긴 힘들어질 듯 합니다.
정부는 25조원 추경을 통해 지방에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등 최대한 소비를 살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약 70조원대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유가로 인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3.1%)보다 낮아진 2.7%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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