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량 없는데 재개발 이주 코앞…임대차시장 불안 가중

김이슬 기자 2026. 3.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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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동시다발적 이주 진행
서울 전세 물량은 감소, 가격은 뛰어
이주비 규제에 건설사 추가 대출 관건


"50년 동안 여기 살았는데 근처에 사는 게 편하죠. 단독 주택도 많이 없어지고 전세값이 올라 걱정이지만 그래도 찾아보려고요."

서울 동작구 노량진 1구역에 사는 A씨는 반백년 터를 잡고 살아온 동네를 떠날 생각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올 7월 이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생활 기반을 닦아 근방으로 이사갈 생각이지만 생각보다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량진 뉴타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걸린 주변 시세 안내문./사진=김이슬 기자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 뉴타운 1구역과 3구역은 올 7월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3구역은 지난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고, 1구역은 다음달로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 8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 중인 노량진 뉴타운은 1,3 구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구역 모두 철거가 끝났거나 진행 중이다. 구역별 차이가 있지만 개발 속도가 전반적으로 빨라지는 추세다.

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노량진은 특히 1인 가구 중심의 고시촌과 다세대 주택이 몰려 있는 곳이라 이런 수요가 수월하게 주변으로 빠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과 용산, 여의도 등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이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일대 전세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굵직한 정비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일대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목동 재건축 수혜지로 주목받는 양천구 신정4구역(1660가구)이 이달 이주에 나서는 등 올해 안에 이주를 계획 중인 정비사업장이 적잖다. 다음달 강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936가구)과 신반포12차(324가구)가 이주에 나서고,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대교아파트(576가구)도 10월 이주를 앞두고 있다. 조합과 상가 갈등에 주춤했던 강남 개포주공 6·7단지(1960가구)도 올해 안에 이주에 나선다. 강서구 방화3구역(707가구)과 용산 산호아파트(647가구), 송파구 한양3차(252가구)도 이주 대상지다.

정비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이주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전월세 임차 수요가 집중되면서 주변 일대 전세난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전월세 매물은 3만2338건으로 1년전(4만7356건)보다 31.7% 줄었다. 석달 전(4만4887건)과 비교해도 27.9% 감소했다. 신반포16차, 27차가 이주를 진행 중인 가운데 서초구 잠원동 전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3973건에서 1546건으로 61.1% 줄었다. 서초동(-31.1%), 방배동(-18.7%)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영등포구 전월세 매물도 25.7% 감소했고, 동작구도 3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급감 현상은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실거주를 유도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고민하는 거주민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이주비 대출에 6억원 한도를 적용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대출 한도는 0이다. 다주택자가 많은 사업장일수록 이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 서울 예정 이주 물량은 3만1천가구로 내년 1만5천가구가 이주비 부족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비사업 속도를 내려면 시공사의 지원으로 조합이 추가 이주비 대출을 뒷받침해야 하는 구조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은마아파트 조합은 다음달 중 이주비 대출 관련 조합원 설명회를 열고 이주 전략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아예 시공사 선정 단계서부터 추가 이주비 대출 조건이 당락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강남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에 주택담보비율(LTV) 100% 이상 추가 이주비 대출을 조건으로 내걸어 시공권을 획득했다. 치열해지는 압구정 3·5구역 재건축 수주 경쟁에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 대형건설사들은 일찍이 금융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당분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이주·멸실 임박한 사업장이 몰리는 지역은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 클 수 있다"며 "도시정비법상 이주시기 분산이나 가능시 이주민 금융특례 등을 고려해 불안 압박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