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양심사, 민간서 국가 관리로 바뀌자… 아동 281명 무한 대기 중

한영원 기자 2026. 3.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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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특별법 시행 후 승인 ‘0건’
예비 부모들 “결연 안되는 이유
안알려주고 매번 탈락 통보만”
지난달 25일 예비 양부모들이 서울 중구 아동권리보장원 건물 앞에 모여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입양정상화추진연대

“엄마 두 밤만 자고 다시 올게. 밥 잘 먹고 있어야 돼, 알았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아동 복지 시설을 방문한 유보연(50)씨는 16개월 여자아이를 안아줬다. 미소를 짓는 표정이 슬퍼 보였다. 유씨는 작년 10월 이 아이와 입양 결연을 했다. 입양 결연은 양자·양녀가 될 아동과 양부모가 될 사람을 연결해 지정하는 절차를 뜻한다. 보건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에서 결연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유씨는 5개월째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를 집에 못 데리고 가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작년 7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돼 민간이 관리하던 입양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국가가 직접 입양을 심사·관리하는 공적 체계로 전환된 후 입양 승인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민간 기관이 하던 일을 신청은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입양 자격 조사는 복지부 위탁 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최종 적격 심사는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가 맡으면서 대기 기간이 기약 없이 늘어진 탓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 대기 인원은 578명이다. 이들 외에 11명은 입양 신청부터 심사, 허가까지 절차가 지연되면서 입양 절차를 중단했다. 27일 기준 입양 대상 아동 281명은 시설·위탁 가정에서 대기하고 있다.

입양을 하려는 예비 양부모들은 대한사회복지회의 세 차례 가정 조사 후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의 자격 심사와 결연 심사를 거친다. 조건과 상황에 맞는 아이와 결연이 된 뒤, 가정법원에 입양 서류를 제출해 최종 승인을 받으면 아이를 집에 데려올 수 있다. 그 전에는 법원의 최종 허가를 제외한 조사와 심사 절차를 민간 기관이 진행했다. 결연이 이뤄지면 법원 허가를 받기 전 ‘가정 위탁’도 가능했다.

예비 양부모들은 “결연 심사 등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진 데다 결연이 되더라도 법원 절차가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한다.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는 지난 5일부터 2주간 청와대 앞에서 입양 절차가 지연되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대 측은 지난 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변효정(47)씨는 2022년 유산 후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자격 심사 통과 후 세 차례나 결연 심사를 받았지만 매번 탈락했다. 변씨는 “경제력이나 부부 관계 등 모든 조건이 양호한데 왜 결연조차 안 되는지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기준을 모르니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했다. 법원에서 문서 보완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도 많은데, 예비 양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해 어떻게 서류를 수정해 제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동시설 관계자들은 “국내에선 영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돌만 지나도 입양 기회가 희박해지는데 까다로운 행정 절차가 입양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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