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문이 모은 햇빛의 양 계산될까? 서울대 공대생 ‘실패할 연구’ 도전

김도연 기자 2026. 3.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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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선발해 6000만원씩 지원
성공 가능성보단 창의성 등 평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경./서울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 ‘실패해도 가치가 있는 연구’에 도전하는 학부 2학년 학생 20명을 ‘심화 연구 혁신 인재’로 선발하고 한 명당 최대 3년간 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대 공대는 단기적인 성공 가능성보다는 연구 주제의 창의성을 평가해 이번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독창적인 해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학 인재를 발굴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얽매여 실패 위험이 큰 도전적인 연구에 소극적인 풍토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2학년생을 지원 대상으로 선발한 것도 학부 재학 시절 창의적인 주제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할 수 있게 하려는 차원이라고 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3년 동안 등록금과 장학금·연구비 등으로 1인당 연 2000만원씩 최대 6000만원을 지원받는다. 공대 교수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연구 지도도 받는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 1월 학생들의 제안서를 받아 심층 면접을 통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학생들은 연구하려는 과제를 질문 형식으로 구성했다. 평가는 지원자의 소속 학과나 이름을 지운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과제(질문)를 소개하는 제안서는 A4 용지 2장, 심층 면접 발표 자료는 1장으로 제한했다. 서울대 공대는 5월에 연구를 진행할 학부생 20명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

그래픽=김성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기계공학부 2학년 서동환(20)씨는 “언어 체계를 이해하지 않고 소리만으로 여러 언어를 알아듣는 ‘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연구 과제로 제출했다. 서씨는 “지금의 음성 인식 기술은 영어 등 일부 소수 언어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어 언어별로 인식 성능에 차이가 크고 비영어권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정보 격차’로 인한 사회·자본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양한 언어의 음성 데이터만으로 내용을 습득·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건설환경공학부 문호연(20)씨는 ‘깊은 땅속에 감지기를 설치해 싱크홀(땅 꺼짐)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연구 과제로 제안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씨는 “지금은 레이더 등을 통해 공동(空洞·지반 내부에 생기는 빈 공간)을 감지하고 있지만 깊은 땅속의 공동은 파악하기 어렵다”며 “수도관이나 지하철 등에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반 위험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창문이 햇빛을 모으는 양을 계산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도 연구 주제로 채택됐다.

해외에선 실패할 가능성이 큰 실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운영하는 ‘게이츠 재단’은 2003년부터 ‘그랜드 챌린지’를 운영 중이다. 세계 보건 수준을 높일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서울대 공대 김영오 학장은 “서울대 공대가 그간 많은 인재를 배출했지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길을 걷는 도전적인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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