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보완에 관한 단상

이성일 교수(건국대 로스쿨) 2026. 3.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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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일부 혐의는 송치, 일부 혐의는 보완수사 후 송치 의견을 의결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심의는 피의자의 신청에 의해 이루어졌고, 수사팀과 피의자, 고소인 측이 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였다. 수사심의제도는 사건관계인이 수사절차나 결과의 적정성 또는 적법성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소개되면서, 비록 의결에 구속력은 없으나 수사기관이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 보도 내용에는 현행 제도의 구조와 관련하여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필자가 최근 발표한 '불송치 결정에 대한 권리구제의 병행적 구조'와 관련하여 검토한 바에 따르면, '(경찰청)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 및 제12조의2 제1항은 고소인과 피의자가 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경우를 지방경찰청장 또는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심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부의한 사건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사건관계인이 신청한 수사심의 사건에 대해서는 그러한 출석 및 진술권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현행 예규상 사건관계인은 수사심의를 신청할 수는 있으나, 그 절차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권한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는 수사심의제도가 갖는 중요한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최근에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이 폐지된 이후 이를 갈음할 통제수단으로 수사심의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수사심의제도의 법적 성격과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사심의제도는 일반 사경 내지 특사경의 수사권 행사에 대한 통제 또는 불복 절차의 성격을 일부 갖는다. 사건관계인은 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위원회는 개별 사건의 절차와 결과의 적법성 및 적정성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형사소송법상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제도와 유사한 외형을 가진다. 그러나 그 법적 성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건관계인의 수사심의신청은 법률이 아니라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예규·훈령에 근거하고 있어 법적 권리로서 보장된 것이 아니며, 위원회의 의결 역시 수사담당자나 수사책임자에 대해 아무런 기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수사심의제도는 외부 통제장치인 검사의 지휘권과 달리 동일한 조직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내부 통제에 불과하다. 결국 수사심의제도는 권리구제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권리구제로 기능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사심의제도가 일반 사경 및 특사경의 수사권 행사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 나아가 사건관계인의 권리구제수단으로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건관계인의 수사심의신청권을 법률상 권리로 규정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의결의 효력과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보완의 문제가 아니라 법률유보의 원칙의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형사소송법이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소인의 이의신청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수사권은 법률에 의해 부여된 국가권력인 만큼, 그 통제 또한 법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권리구제와 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절차가 법률이 아닌 예규·훈령에 맡겨져 있는 현재의 구조는 형사절차 체계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수사심의제도가 본래 의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 원칙에 따라 형사소송법에 그 근거와 절차, 효력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통제는 통제가 아니라 권고에 그칠 뿐이다.

이성일 교수(건국대 로스쿨)